검은 새 일루저니스트 illusionist 세계의 작가 15
마르턴 타르트 지음, 안미란 옮김 / 들녘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인간의 뇌는 하루에 평균 사만 오천 내지 오만 오천 가지의 생각을 한다고 한다. 그것이 비록 짧던 길던, 크던 작던 간에 우리는 하루에도 수만 가지 생각을 하면서 살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이 책은 심리 추리소설이다. 젊은 부부의 관계에서 드러나는 사랑에 대한 다양한 속성들을 우리에게 토해낸다.

 

남편 토마스 카위퍼와 아내 레오니는 결혼한지 12년 차의 중산층 부부이다. 토마스는 생물학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재직중이며, 그의 아내 레오니는 평범한 가정주부인데 임신을 못해서 안달이다. 오늘도 친정엄마가 훌륭한 산부인과 의사가 있다며 집에 다녀가라는 연락이 왔다.

 

한편, 토마스는 결혼 생활이 다소 따분해질 시기인데다 이런 무료함을 달래줄 아이가 슬하에 없는 것이 불만이다. 또한, 아내와 자연스러운 섹스를 별로 나누지 못하면서 임신이 확률이 높은 배란기엔 마치 챔피언이 의무 방어전 치루듯 좋든 싫든 아내와 잠자리를 같이 해야하는 것이 여간 신경쓰이지 않을 뿐아니라 지겨웠다.

 

어느 여름 날, 경찰이 이들 부부의 집에 찾아 온다.

한 여인이 실종되었는데, 유력한 용의자로 토마스를 지목하고 나선 것이다. 경찰이 그를 지목한 이유는 첫째로 실종 바로 전날 마지막으로 만난 사람이며, 둘째로 카페 앞에서 두 사람이 다투는 장면을 목격했다는 세 사람의 증언이 확보되었으며, 셋째로 근무중인 연구소의 실험이 쥐를 굶겨 서로 잡아먹게 하는 잔인한 내용이라 살인의 개연성을 유추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한편, 아무런 물증도 없이 경찰서에 구금된 토마스는 무슨 이유인지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기는 커녕 침묵으로만 대응하여 오히려 의심만 더욱 키우고 있다.

 

실종된 여인은 젊고 매력적이며 도서관에 사서로 근무하는 제니였다. 도서관을 자주 들리던 토마스의 눈엔 따분함을 달래줄 천사같은 모습으로 비춰졌다. 그래서, 그는 그녀를 따라 다녔다. 사건 당일에도 아내가 친정에 간 틈에 그녀를 어찌해볼 요량으로 카페에서 늦도록 술을 마신뒤 집으로 초대하여 정사를 노렸지만 뜻을 이루지 못한 채 이것이 그녀와의 마지막 만남이었다.

 

레오니는 남편을 사랑했고 그를 믿었다. 그래서, 제니와 남편과의 관계도 처음엔 별 거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사건이 파헤져 질수록 불편한 진실을 만나게 된다. 남편의 외도가 밝혀지고, 그 대상인 제니는 "코카인만 주면 누구하고나 자는 여자" 란 사실에 과연 내 남편이 이 여자와 성관계를 가졌을까 하는 생각에 더욱 집착하게 된다.

 

람버르트 경찰은 토마스를 아예 범인으로 지목하고 집요하게 그에게 불리한 증거를 수집한다. 이들 증거에 대한 토마스의 태도는 "난 죽이지 않았다" 란 말 외에는 침묵으로 대응한다. 따라서, 아내 레오니는 남편의 외도에 대한 배신감과 남편에 대한 자신의 사랑과 믿음사이에서 많은 갈등을 느낀다.

 

레오니는 불임때문에 생긴 남편과의 사소한 다툼이 이 사건의 원초적인 발단이었음을 알게 되었지만, 한편으론 제니는 마약도 하면서 난잡한 사생활로 낙태를 두 번이나 한 여성임이 파악되자 남편의 외도 상대가 하필이면 이런 정도의 수준인지 자격지심에 혼란스럽기도 했다.

 

"전에 두 번이나 낙태를 했다는 이야기를 했기 때문일 거야. 한번 낙태를 하고 나면 평생 죄책감을 가지고 산다는 걸 알게 됐기 대문이지. 당신이 너무나 간절히 아이를 가지고 싶어 하면서도 갖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 사이가 멀어 졌잖아"

 

한 여인의 실종 사건에 휘말려 사랑과 믿음에 대한 진실, 성적 욕망과 물질적 욕망, 그리고 낙태에 대한 성찰 등을 그려내고 있다. 인간의 다양한 심리를 추리 수법으로 다루고 있다. 사건의 결말을 명쾌하게 결론내지 않았지만 후반부엔 이를 정리하고 있다. 제니와 성관계로 얽혀 있는 람버르트 경찰이 왜 그토록 토마스를 집요하게 추궁했는지 그 이유도 짐작케 했다.

 

크리스마스를 목전에 두고 약 4 개월만에 출소한 토마스는 아내와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뭔가를 하나 내밀었다. "감옥에 있을 때 신문에서 찾았는데... 잠깐만, 내가 오려서 지감에 넣어 뒀어" 시험관 아기에 대한 기사였다. "우리도 이렇게 하면 될지도 몰라"

남편 토마스가 제니와 자지 않았다는 사실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는 레오니는 우편물을 열심히 읽는 남편을 몰래 바라보면서 기도를 한다. "자비로우신 하느님, 텅 비고 차가운 제 영혼에서 다시 희망이 자라게 해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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