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자는 청소부입니다
정호스님 지음 / 불광출판사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용인 대각사 주석인 정호스님

그는 수행자는 청소부라고 말하고 있다.

 

절은 쓰레기장입니다.

마음의 더러운 것을 다 버리고 가는 곳이기에 쓰레기장입니다.

분노라는 쓰레기, 탐욕과 어리석음이라는 쓰레기,

고통, 번뇌와 같은 것도 다 버리고 가십시오.

 

수행자는 청소부입니다.

그 쓰레기들을 한데 모아 처리하는 청소부입니다.

절이라는 쓰레기장에 자주 찾아와서 마음의 쓰레기들을 버려 놓고,

돌아갈 때는 가볍게 돌아가면 좋셌습니다.

번뇌를 버리러 왔다가 그냥 짊어지고 갈 필요 없습니다.

청소부를 불러 세워 적극적으로 도움을 구하십시오.

그것이 저의 책임이며 의무입니다.

 

언제부터인가 침울하게 앉아 법문을 듣는 한 여인이 눈에 띄어, 언제 얘기를 한번 나눠야겠다고 맘만 먹고, 다른 신도들의 시선을 의식하다보니 그렇게 시간이 흘러 언제 부턴가 아예 얼굴을 볼 수가 없었다. 궁금하여 다른 사람을 통해 알아보니 남편이 다니던 회사의 구조조정으로 직장을 그만 두게 되고 지인에게 서준 보증까지 잘못되어 살던 집이 은행에 넘어갔으며, 결국 며칠 전 지방으로 이사를 갔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정호스님은 눈 내리는 절 마당을 한참 서성이다가 위와 같이 팻말에 글을 남겼다.

 

남들이 가지 않는 그 길, 달리 보면 특별한 길이다.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은 남 다르다. 신도 한 분이 얼굴에 수심이 가득한 채 찾아왔다. 차마 말을 못하고 한숨만 내리 쉬다가, 기어 들어가는 소리로 말을 내뱉었다. 사연인 즉, 딸이 남장을 즐겨하고 다니더니 동성연애자라면서 남들 보기 창피해서 이 일때문에 울화통에 우울증까지 생겼다고 도움을 청했다. 정호스님이 말한다. "나는 국수를 좋아하고 녹차보다는 커피를 즐겨 마십니다. 어떤 음식 좋아하세요?"  이 여인은 질문에 아무런 답도 않는다. 이미 질문의 의도를 파악한 때문이다. 이어서 스님은 말한다.

"성적 기호 또한 음식에 대한 기호와 같은 것입니다. 이성보다 동성을 좋아하는 것은 딸이 가진 자기만의 기호일 뿐입니다"

물론 사회적 관습과 통념에서 일탈한 삶을 영위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용기있게 딸은 커밍아웃을 했고, 부모와 사회가 이를 인정해 주길 원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특별한 자식에 대하여 부모는 특별한 선물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자식의 특별함을 인정하고, 자식의 선택을 이해하고 지지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자식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이자. 최상의 사랑이다.

 

불교 TV에서 법륜 스님이 진행하는 "즉문즉설" 이란 프로그램이 있다. 사랑, 돈, 진학 등 고민을 안고 있는 사람이 이를 질문하면, 바로 그 자리에서 법륜 스님이 명쾌하게 답을 내리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마찬가지로 이 책도 정호 스님이 법당 또는 구치소 등에서 만났던 많은 사람들의 고민, 괴로움과 상처 등에 대하여 해법을 제시하며 스스로 자신을 되돌아보고 평화롭게 살아가는 방법을 찾도록 이야기해주었던 내용들을 엮은 즉문즉설인 셈이다.

 

"한 방에 여러 명이 생활하는 구치소 어느 방사에 영자가 있었습니다. 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해서 혼자만 넓게 자려고 옆 사람을 발로 차고, 남들이 넣은 사식은 잘도 뺏어 먹으면서 자기 것은 작은 것 하나도 나눠주지 않습니다. 입만 떼면 자기 자랑만 늘어놓고, 남에 대해서는 흉만 봅니다. 어느 날, 영자가 다른 곳으로 가게 된 것입니다. 같은 방 식구들은 쾌재를 불렀습니다"

자, 이 방에 평화가 찾아왔을까요?

아닙니다. 영자가 가자 명자가 왔습니다. 명자는 영자보다 세 배 정도 더한 악당이었답니다. 이 방의 미래는 상상에 맡깁니다.

그런데 말이죠, 영자가 누군지 아십니까? 바로 당신이 영자입니다."

 

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고뇌와 괴로움을 털어 놓는다. 누구나 크고 작은 이런 문제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 우리들의 숙명이다. 이런 문제를 줄이고 해결하고 이겨내고 현명하게 대처해 가는 우리들의 마음가짐, 삶에 대한 자세가 매우 중요한 것이다.

이 책은 나눔, 지헤, 명상의 세 가지 단락에 모두 54 개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종무소에서 일하는 직원이 너무 불손하여 절의 이미지를 훼손하다고 비난하자 "고래의 생태" 를 비유하며 서로를 다둑거린다. 해외성지순례에 처음 나선 박 노인은 남들과 잘 어울리지도 못하고 툭하면 시비에 신경질을 부려 모두들 못마땅하게 생각하자, 스님은 박 여인의 젊은 시절 남편에게 매맞고 살았던 사연과 중풍을 20년 넘게 앓다가 사별한 남편이야기를 전하자 모두들 눈물을 훔친다. 우리들의 삶의 평화는 타인에 대한 진정한 이해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학업문제, 고부갈등, 알콜중독, 걷지 못하는 아이, 거식증, 동성연애, 그리고 관계역학 등 사람들의 문제는 정말로 다양하다. 이들 문제에 대하여 정호 스님은 명쾌하고 시원하게 해답을 들려 준다. 아울러 고민을 짊어 지고 있던 이들에게 용기를 전하는 응원의 메세지를 담고 있다. 우스운 장면도 콧등을 찡하게 만드는 광경 모두 우리들의 삶의 모습이다. 남의 모습을 통하여 나를 투사하여 바라보는 듯한 느낌이 들며, 많은 깨달음을 얻도록 해주었다. 내 마음 속에 영자가 살고 있지 않는지 늘 살피자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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