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논학교 - 생명이 모이는 생명이 자라는
우네 유타카 지음, 이은선 옮김, 가이하라 히로시 그림, 고창효 감수 / 열음사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농업 서적이다. 그러나, 복잡한 이론 서적이 아닌 논 농사이야기이다. 초등학교 학생에게 쌀은 어떻게 만들어 지느냐고 질문했더니, 쌀나무에서 열매를 딴다고 답했다는 코메디같은 일화가 신문에 실린 적이 있다. 산업 사회가 되면서 농촌을 떠나는 이농현상이 급증하면서 도시 생활을 하는 어린이에게 쌀이 어떻게 생산되는지 본 적이 없으니 무리도 아닐 것이다.

 

이 책의 저자 우네 유타카는 후쿠오카 현 농업개량보급원에서 근무하면서 저농약쌀을 직거래하면서 일본 전역에 저농약운동을 보급시키는데 크게 기여했다. "환경벼농사연구회"를 결성하여 심포지움을 개최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거친 후, 후쿠오카 현청을 퇴직하고 "농과자연연구소" 를 설립하여 대표로 재직중인 인물이다.

 

쌀은 자연에 작용을 가하는 농부들의 농사일을 통해 자연으로부터 얻는다. 자연의 은혜라고 할 수 있다. 농부 스스로 한 톨의 쌀알도 만들어 낼 수가 없다. 쌀은 벼가 자연의 힘을 빌려 많은 생물들과 함께 길러내는 작품이다. 논은 한반도에서 일본으로 건너간 제품이다. 후쿠오카 현 근처엔 2400년이나 된 논 유적지가 여러 군데 남아 있다. 농사법을 전해준 사람들은 그곳에 정착하여 일본 쌀농부의 조상이 된 것이다.

 

써레질

 

모심기 전에 "써레질" 을 한다. 이는 논에 물을 대어 흙과 함께 섞어 주는 일을 한다. 지금은 트랙터 뒤에 붙인 로터리 날로 섞지만, 과거엔 소나 사람이 끌었다. 굳은 땅이 진흙처럼되어 거친 흙은 먼저 가라앉아 밑으로 향하고 가는 입자의 점토는 천천히 가라앉아 위쪽에 빼곡하게 쌓인다. 써레질하는 이유는 논에 물이 쉽게 고이도록하고 논을 평평하게 만들기 위함이다. 또한, 써레질을 하면 잡초를 죽이는 효과도 생기기 때문이다.

 

논둑 정비

 

논에 물을 가두면 물이 가장 많이 새는 곳이 바로 논둑이다. 그래서, 예로부터 "논을 만들기보다 논둑을 만들어라" 는 가르침이 있었다. 논둑은 쉽게 건조하기 때문에 금이 가거나, 두더쥐, 쥐, 가재 등이 구멍을 뚫기 때문에 물이 새기 쉽다. 따라서, 논둑을 정비할 때 논의 흙과 물을 섞어 반죽하여 흙벽처럼 논둑을 발라 주어야 한다. 이렇게 하면 논둑 표면이 마치 콘크리트처럼 굳어진다.

 

모심기

 

처음부터 볍씨를 논에 바로 심는 방법을 직파라고 한다. 그러나, 새들이 먹어버릴 위험이 매우 높다. 그래서, 못자리를 만들어 볍씨를 뿌려서 모를 키운 후 이를 심는 방법을 주로 이용한다. "모가 벼농사의 반" 이란 말도 있다. 좋은 볍씨를 골라야 한다. 이를 위해 소금물에 담근 후 물에 떠오른 것은 건져서 버린다. 싹이 흙 표면으로 나오는 것을 출아라고 한다. 이 때의 가장 큰 적은 못자리일 경우 땅강아지와 개구리이다. 모판을 이용할 경우엔 참새와 쥐를 경계해야 한다.

 

논둑에서 멀리 신발을 벗어 놓고 맨발로 논에 들어간다. 논에 못줄을 놓고 일렬 횡대로 늘어 선 다음 한 포기에 2, 3 대를 심는다. 이 때 깊이 심으면 분얼이 늦어지고, 얕게 심으면 쓰러지기 때문에 밑동 부분이 3 - 4 센티미터 정도가 적당하다.

 

분얼

 

벼 잎은 꺼칠꺼칠하다. 모를 심고 약 한 달 정도될 무렵 줄기가 늘어나는 장면을 관찰할 수 있다. 위에서 세어서 세 번째 잎에서 새로운 잎이 나온다. 이를 분얼이라고 한다.

벼는 햇볕을 많이 받아야 좋다. 늘어나던 분얼도 모심은 후 45일 정도 지나면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다. 분얼이 너무 많으면 포기 안쪽은 햇볕이 잘 닿지 않아서 오히려 시들어 간다.

 

모심기가 끝난 논에는 많은 생명이 살고 있다. 물벼룩, 투구새우, 미꾸라지, 거머리, 논고등, 올챙이, 유충, 거미, 멸구, 메뚜기, 고추잠자리, 개구리, 쇠백로, 뱀, 솔개 등, 정말로 많다. 그런데, 이 생명들은 자연의 섭리대로 모두 먹이사슬로 연결되어 있다. 10 - 20년 전에는 농약을 많이 뿌렸다. 이런 논은 가을에 가을멸구가 대량으로 발생했다. 이는 자주 농약을 뿌려주면 그 농약에 강한 해충이 늘어나고, 농약에 대한 내성이 생긴 벌레의 자손은 살아남기 때문이다.

 

논둑에는 봄부터 가을까지 계절별로 많은 야생화들이 향연을 펼치기에 풍경이 참으로 아름답다. 누운주름잎, 타래난초, 민들레, 토끼풀, 뱁딸기, 방가지똥, 쑥, 꽃무릇 등 노란 꽃, 흰꽃, 보라빛 꽃들이 그 자태를 뽐낸다. 논둑의 봄꽃들은 ㄱ감상하다 4월 하순에 첫 풀베기를 하면 된다. 이후 대개 한 달에 한번씩 한다. 논둑의 풀을 베는 이유는 모양을 가꾼다는 것이 아니라 농의 벼가 생장하는데 필요한 햇볕을 가리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다. 밤의 논은 반딧불이의 짝찾기로 환상적인 불빛을 감상할 수도 있다. 밤의 논둑엔 들도끼나 들쥐를 잡아 먹으려고 여우들도 출몰한다. 또한, 오소리나 너구리들도 개구리, 미구라지, 뱀 등을 잡아 먹으려 나타난다.

 

돈 둘러보기

 

1. 날씨예보 - 거름은 날씨가 좋은 날에 줘야지

2. 물 관리 - 논에 물 넣어 두기

3. 생육진단 - 잎의 색깔, 분얼 등을 점검

4. 병 진단 - 도열병 감염 등을 점검

5. 해충진단 - 여름멸구 등 해충을 점검

6. 논둑관리 - 누수방지, 풀베기

7. 물 나가는 곳 체크 - 논의 물이 흘러나가는 수구의 이상 유모를 확인

 

벼꽃이 피다

 

벼 줄기에는 대체로 14 - 16 장의 잎이 나와, 마지막 잎은 꼿꼿하게 서있다. 이를 검엽 도는 지엽이라 부른다. 벼꽃은 두드러질 필요가 없다. 자가수정을 하기때문이다. 날씨 좋은 날 오전 9시부터 시작해 오후 1시경되면 벼꽃의 개화는 끝난다. 햇볕을 받으면서 벼가 누렇게 익어간다. 잎 속의 엽록소가 죽어 잎의 양분이 쌀로 흘러들어가기 때문이다.

 

벼베기 그리고 탈곡

 

낫을 이용해 자른다. 자른 후 열 포기 정도 모아서 밑동을 묶어 볏단을 말린다. 쌀은 수분이 많기 때문에 건조시키지 않으면 부패되기 대문이다. 볏짚에서 수분과 함께 향이 흘러나온다. 건조시킨 이삭에서 겨를 벗겨내는 것을 탈곡이라 한다.  왕겨는 단단한 규산이라는 유리와 같은 성분이 풍부하게 포함되어 매우 단단하다. 그래서, 여러 가지 도구가 고안되었다. 지금도 동남아에 가면 봉으로 벼 이삭 다발을 두들기거나 사람이나 소가 밟기도 하는 여러 풍경들도 구경할 수도 있다.

 

밥 한 공기엔 약 3000 개의 낱알이 들어간다. 이삭 하나에 약 80 개의 낱알이 열린다. 벼 한포기엔 약 20 개의 이삭이 달린다. 따라서, 벼 한 포기에 80 X 20 = 1600 알이다. 매일 밥을 세 공기 먹으면 벼 여섯 포기가 있어야 한다. 농부의 고마움이 전해지지 않는가. 밥 한알도 소중하게 여겨야 할 것이다.

 

일본에도 휴경 중인 논이 많은가 보다. 요즈음은 생산자인 농부와 협력하여 "논 학교" 를 개설하여 초등학교와 자매결연 형태도 취하고 있단다. 이 책 제 2 장엔 " 논 학교" 개설을 위한 가이드편이 수록되어 있다. 한국에도 몇 몇 생산 농가에서 회원들을 모집하여 현지에서 생산된 쌀을 추수하여 가는 체험 논이 있다고 한다. 어른보다는 어린 아이들이 이러한 현장 교육을 통하여 자연과 생태에 대하여 더욱 많은 것을 배우고, 나아가 농촌의 발전에 대하여 많은 고민을 하도록 한다면 쌀 농사의 미래를 밝다고 할 것이다. 한국에도 "논 학교" 또는 "체험 논" 이 많이 생겨 아이들을 논으로 불러들이고, 도시인들을 농촌으로 불러들여 농업을 이해하고, 먹거리의 중요성을 알리는 직거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길 바래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