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감동을 만드는 공장, 테마파크 공연이야기 - 모두가 즐겁고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비밀!
이기호 지음 / 이야기꽃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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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자연농원(에버랜드의 전 이름) 에 입사하여 에버랜드 공연단 총지휘를 맡아 지금까지 수많은 공연을 기획, 연출한 이기호 감독, 그는 자신의 업무 경력과 다양한 경험들을 토대로 공연 예술의 세계와 꿈과 감동을 만드는 테마파크 공연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가감없이 우리에게 전해 준다.

 

공연은 스토리텔링이다. 스토리텔링은 단순한 융합이 아니라 통섭적인 면모를 지니고 있다. 통섭은 이질적인 것에 초점을 맞추는 단순 융합이나 컨버전스가 아니라 여러 학문들을 두루 설명할 수 있는 근본 원리가 존재하는 융합을 말하는 것이다. 이제 스토리텔링은 콘텐츠를 비롯한 많은 영역에 들어가서 그 상품 가치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 산업, 경제, 그리고 문화의 핵심동력이 되고 있다. 그래서, 이 방식은 테마파크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고 있다.

 

4명의 아르바이트가 호랑이, 사자, 토끼, 돼지 캐릭터를 쓰고 어슬렁 거리며 돌아다닌 것이 에버랜드 공연의 시작이었다. 지금은 공연단의 규모가 약 200명이며, 한 때는 400명이나 되었던 세계적인 수준이다. 이기호 감독은 가난한 연극판에서 일을 하면서 어린이 프로그램인 "뽀뽀뽀", "모여라 꿈동산" 등에 아르바이트했던 경험이 훗날 테마파크 공연 연출가로 성장하는 토대가 되었다.

 

1985년, 자연농원은 장미넝쿨이 무성한 장미 정원을 일반인에게 개방하면서 장미 축제를 시작했다. 이후 미국 라스베가스 전광판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야간 퍼레이드를 도입했다. 음악에 따라 춤추며 동화의 주인공들이 통과하는 사이버틱한 모습의 연출로 관객의 반응이 뜨거웠다. 그 시절은 남산 케이블카를 타고 서울 야경을 구경하던 것이 고작이었다. 이 축제는 튤립축제, 네델란드 포크댄스 등의 축제장으로 이어 갔다.

 

이기호 감독은 자연농원에서 4년을 지내며, 불모지나 다름없는 한국에서의 테마파크 공연의 싹을 띄우고 있었다. 에버랜드로 이름을 바꾼 1996년 열흘간의 미국 디즈니 파크를 시발로 그는 외국을 순회하며 유명 공연을 관람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이때부터 그는 러시아, 헝가리 등 동유럽국가를 돌면서 해외에서 연기자 오디션을 실시했다. 이로서 에버랜드 테마파크 공연의 질이 업그레이드되는 진정한 도약이 시작되었다. 일본 동경 디즈니랜드의 One Men's Dream, 동경 사계극장의 라이언 킹, 미국 라스베가스의 태양의 서커스, 브라질의 리우 카니발, 그리고 프랑스 파리의 리도쇼 등은 그에게 훌륭한 스승이 되어 준 공연이었다.

 

테마파크의 주제는 꿈, 모험, 상상, 희망, 피날레의 다섯 가지이다. 에버랜드를 찾는 모든 사람들에게 감동과 즐거움을 주기 위한 그의 노력은 오히려 날씨가 궂은 날에 더욱 빛을 발한다. 비가 오는 날 손님이 한 사람이라도 있으면 야간 퍼레이드를 강행했다. 사실 연기자의 장비는 배터리를 사용하여 불을 밝히기에 물이 스며들면 폭발할 위험성이 개연되어 있다. 빗줄기가 심하면 손님들 대부분이 흩어지기 때문에 연기자의 안전을 위해 전기를 끊고 공연을 끝낼 때도 있다. 이렇듯, 공연은 성공과 실패의 경험을 모두 맛본다. 어가행렬이 너무 무거워서 1 킬로미터의 동선 한바퀴 도는데 장장 3시간이나 소요되어 관중이 기다려 주지 않았던 "어가행렬 퍼레이드" 와 타잔, 걸리버 여행기, 오즈의 마법사 등을 태운 행사용 차량이 고장나 언덕 경사에서 손님들이 밀어야만 했던 "페이블 판타지" 등은 대표적인 실패 경험이다. 그러나, 인류의 역사를 춤과 노래로 재구성하여 발레, 디스코, 힙합을 위시한 춤의 장르를 총망라하고 옛부터 현재까지의 의복의 변화상을 보여준 "밀레니엄 스토리" 와 매일 87톤의 물을 뿌려 주변을 온통 물바다로 만들고, 우의를 입고 참여한 관객이 물총을 쏘며 직접 즐기는 "썸머 스플래쉬 퍼레이드" 는 대표적인 성공 사례이다.

 

관중에게 즐거움과 감동을 주기 위한 공연자들의 노력은 정말로 대단하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영하 8 - 9도에서도 연습을 했다. 공연 단원들은 얇은 속바지 하나 입고 그 추위에 연습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단원들은 그 혹독한 시절을 그리워 한다. 밀레니엄 스토리 공연을 앞두고선 피자로 허기를 달래며 새벽 4시까지 연습하고, 다시 9시부터 연습을 시작하는 강행군이었다. 관객들의 열띤 호응 뒷 편에는 이렇게 공연자들의 고통이 숨어 있다. 대부분의 공연자들은 10 개월의 공연 기간이 종료한 뒤 재계약을 희망한다. 그러나, 공연은 한 가지만 계속할 수 없으므로 기획이 변경되고 불가피하게 새로운 공연자를 모집해서 무대에 올려야 하는 아픔도 있다. 공연단원으로 일하다 결혼하여 귀국했던 여성 연기자가 오디션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아기를 안고 오디션 현장을 찾아온 일, 그리고 과거 함께 공연했던 연기자들이 동구권 오디션 현장에 마중을 나온 일 등은 훈훈한 감동을 준다. 1994년부터 15년의 세월 동안 러시아와 헝가리에서 시작한 오디션이 루마니아, 불가리아, 우크라이나, 내델란드, 몽골 등 16개국으로 확산했으니 에버랜드 테마파크 공연단은 가히 국제적인 브랜드가 되었다.

 

연극의 3대 요소는 관객, 무대, 그리고 희곡이다. 꿈과 감동을 만드는 공장인 테마파크도 관객, 장소, 그리고 스토리텔링이 중요한 요소이다. 가족 여행시 방문했던 미국의 디즈니 파크와  허리우드의 유니버셜 스튜디오는 정말 매력적인 놀이 시설이었다.

한편, 얼마전 보도된 "2050 한국사회 자화상" 에 의하면 남북통합인구 약 67백만명, 인구의 10퍼센트는 외국인, 중심나이는 약 57 세, 노동의 절반은 로봇이 맡아서 하며, 산업의 중심은 IT, 바이오, 에너지 기술, 그리고 문화사업이라고 한다. 테마파크도 분명 문화 사업이다. 한국에도 미국의 디즈니 파크보다 훌륭한 놀이 시설을 갖춘 명품 테마파크가 속속 등장하여 해외에서 이를 보기 위해 한국으로 관광오는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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