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하게 나이 드는 법
세키 간테이 지음, 오근영 옮김 / 나무생각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노인에 대한 느낌과 생각은 어떠합니까? 라고 질문을 받는다면 어떤 답변을 할까요?  대부분 주름살, 백발, 불결함, 여유로움, 무기력함, 무료함 등의 다소 부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리면서 반면 존경을 표하거나 또는 대접을 해야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팔십대 노인이 젊은 여자와 교제를 한다거나, 연애편지를 주고 받거나, 또는 술집에서 여종업원과 진한 농담을 즐긴다면 이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일 것 같은가?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철없는 노친네, 나이값도 못하는 늙은이, 나잇살이나 먹어 가지고, 기운이 남아 도냐, 혹은 아직 정신 못차린 색골 등 비난조의 발언을 서슴치 않을 것이다.

 

이 책의 저자 세키 간테이씨는 젊은 시절 불가에서 수행 생활도 경험한 독특한 이력을 가진 조각가로서 일본 유명 사찰에 조각상을 봉납했으며, 조각외에도 그림과 글씨가 뛰어나고, 또한 골동품에도 조예가 깊은 괴짜 노인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자신의 여자 친구가 버스 한 대를 채울 정도로 많다고 자랑하며, 여자를 좋아하며 벗기기를 좋아한다고 거리낌없이 이를 폭로하는 불량기 넘치는 노인이다. 야생의 하마나 코끼리가 온몸에 진흙을 발라 기생충을 제거하듯, 자신은 술집에서 생활의 때를 떨쳐 낸다고 한다.

 

얼마전에 읽은 바있는, 여성학자 박혜란의 에세이 [나이듦에 대하여]에 의하면, 여자로서 자신에게 다가온 "나이듦"을 긍정하는 자세를 통해 주위 사람들과 자신에게 여자가 나이를 먹는 다는 것이 어떤 일인지를 일상의 프리즘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여자가 나이들어 경험하는 몸의 변화, 생각의 변화에 대한 자신의 경험과 느낌을 담고 있다. 저자는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늙음"에 대한 고정 관념, 즉 늙음은 추하고, 약하다는 것을 깨뜨리는 방법은 나이듦에 대하여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그냥살기"를 인정하고, 또한 나이 들어가는 것을 부정하지 않는 것이라고 역설한다.

 

옛날 교토와 나라의 승려들은 나뭇가지를 꺾어 줄기에 달린 거친 보푸라기를 잘 다듬어 뒤를 닦았단다. 종이가 없던 시대였기에 나무를 깎아 젓가락처럼 만들어 사용했다고 한다. 매일 하는 일이기에 갈수록 편리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사용후 그 막대기는 강물에 버려졌다. 그런데, 하루는 하류에서 이를 주운 남자가 "쓸만한 젓가락이 떠내려왔군"하면서 이것이 무슨 용도로 사용되었는지 고민도 하지 않고 단지 자신의 시각과 생각만으로 판단하는 어리석음을 범한다는 유머러스한 일화를 소개한다. 이렇듯 모든 일에 상류와 하류가 있듯이, 상류를 안다는 것은 자신을 알고, 자신안의 불성을 깨닫고 있다는 의미라면서 이를 모르고 욕망만으로 여성을 대한다면 실패한다고 충고한다.

 

"답게" 처신한다는 것은 자기다음을 표출하는 일이고, "답게" 산다는 것은 자연스럽게 사는 것일 것이다. 여든 한 살의 간테이 노인은 인생에서 "메마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메마르게 살아가는 것은 바로 위축되게 사는 것과 같은 것이기에 오히려 불량스럽게 살라고 주문한다. 그가 말하는 불량은 불륜같은 부정적인 의미가 아니라 "시들지 않는" 삶을 가리키는 것이다. 따라서, 여성학자 박혜란의 "그냥살기"와 나이듦을 부정하지 않는 자세와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나이듦에 대하여 남들이 다 삐져도 나만은 결코 삐지지 않으리라는 자만심도 사실 어이없는 것이며, 남에게 일어 나는 일이 나에게도 일어 날 수 있는 것이 당연하다는 진리를 빨리 깨달아야 할 것같다. 활기차고 줄겁게 인생을 즐기자는 것엔 동의를 하지만 그렇다고 꼭 색기를 갈고 닦아야만 가능한 것은 아니란 생각이 든다, 따라서, 나는 천상 간테이 노인의 제자가 될 수 없음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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