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돈
김열규.곽진석 지음 / 이숲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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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디 돈은 필요한 물품을 구매키 위한 수단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를 삶의 목적으로 여기고 있다. 돈은 정말 별나고도 별나다. 돈이 사람을 살리기도 때로는 죽이기도 한다. 이에 돈의 역사, 돈이 보여주는 애환과 예술 속에서의 돈에 대한 평가 등을 살펴 보려 한다.

돈의 역사

돈을 한자로는 金, 錢, 貨幣, 通貨 등으로, 영어론 머니, 캐시, 코인 등으로 표현한다. 선사시대의 인도와 중국에서는 조개를 돈으로 사용했는데, 20세기에도 남태평양 일부 섬에선 여전히 화폐로 사용되고 있었다고 한다. 또한, 돌멩이도 돈으로 사용되었다. 문화인류학자인 말리노프스키는 그가 탐사한 남태평양 섬에서도 비슷한 사례를 확인했다고 한다. 큰 것은 직경이 무려 5 미터라니 그 섬사람들은 천하장사들이었나 보다. 돌, 즉 石貨는 크고 무거워서 수송과 보관이 여간 불편하지 않다. 그래서, 종잇돈이 출현했다. 세계 최초의 지폐는 1287년 원나라에서 발행한 "지원통행보초"라고 한다. 서양에서도 스코틀랜드人 존 로우에 의해 지폐가 탄생했다. 그는 프랑스로 도망친 탈옥범인데, 전문도박으로 큰 돈을 벌자 휴대가 불편해서 궁리끝에 이를 발명했다고 한다. 역시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이다.

우리 대부분 古貨幣하면 주화인 엽전을 떠올린다. 고려시대의 삼한중보,동국통보,해동통보 및 해동중보등의 엽전은 모두 유통에 실패했다. 이후 조선시대에도 조선통보와 상평통보가 세상에 나왔다. 구한말에서 일제치하로 넘어가면서 조선은행이 지폐를 발행하자 이들 엽전은 무용지물이 되어 동네 아이들의 제기차기 용도로 사용되는 하찮은 것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한편, 조선후기 한치윤의 저서 [해동역사]에 따르면, 기원전 957년에 사용된 母子錢이라는 鐵錢이 우리나라 최초의 화폐라고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유물이 발견된 적이 없기에 인정받기 어렵다. 고려시대엔 중국 송나라와의 교역으로 유통경제가 급속히 발달하지만 당시엔 당나라 화폐 또는 송나라 화폐 등 중국의 주화나 물품화폐가 이용되는 실정이었다. 이에 필요성을 느낀 고려 성종은 996년 왕실 주관하에 건원중보를 만들었다. 역사상 최초로 정부가 만든 화폐라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지만, 민간에서 별로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화폐로서의 기능이 점차 소멸되었던 것이다.

돈의 애환, 이모 저모

당나라때 장고의 저서 [유한고취]엔 "錢可通神"이란 표현이 나온다. 즉, 돈은 귀신도 부릴 수 있다는 얘기이다. 또한, 조선시대엔 매관매직이 성행해서 돈으로 벼슬까지 살 수 있었으니, 돈은 타락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정월 초하루 어른들로부터 받던 세뱃돈은 복의 상징이었다.

돈은 인간이 생존함에 있어 필수조건중의 하나임엔 틀림없다. 그렇지만, 돈을 둘러싸고 자행되는 살인, 절도, 폭력 등 수많은 해악은 인간을 파멸시키고, 사회를 부폐시킨다.

예술속에 비친 돈

김동인의 소설 [감자]에선 주인공 복녀가 돈을 벌기위해 매춘까지 하는 도덕적인 타락의 모습을 그리고 있으며, 몰리에르의 연극 [수전노]에선 잃어버린 돈을 찾으려는 아버지가 수사관에게 친딸과 자신도 피의자로 조사해 달라고 요청하는 촌극을 벌인다. 이에, 딸이 돈을 찾아주면 아버지가 그토록 싫어하는 남자와 결혼하는 것을 허락하겠냐고 질문하자 즉답을 할 정도로 돈에 대한 탐착이 대단함을 엿볼 수 있다. 또한, 영화 [돈가방을 든 수녀]에서는 돈가방을 훔쳐서 추격을 피해 수녀원으로 도망친 강도의 돈가방이 우연히 수녀의 손에 들어오게 된다. 이것이 부정한 돈임을 수녀는 알지만, 자신이 경마로 탕진한 수녀원 예산을 벌충키 위해 오히려 이돈을 "하느님의 기적"으로 믿는다는 내용이다.

1988년 10월 16일, 교도소 이감중 도망친 지강헌 일당은 서울시 북가좌동에서 인질극을 벌였다. 이 장면은 TV를 통해 전국으로 생중계되었다. 특히, 이들은 "有錢無罪, 無錢有罪"를 절규하면서 세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들은 사회의 불평등에 대해 불만을 표출한 것이었다. 즉, 5백만원을 훔친 자기보다 6백억원을 횡령한 전경환의 형기가 더 짧다는 것에 대한 불만이었다. 이후 이 사건은 [홀리데이]란 제목으로 영화화되기도 했다.

자신의 노력과 땀으로 번 것을 불우한 이웃이나 장학재단에 쾌척하는 돈에서는 향기가 난다. 반대로 자신의 권력과 위치를 이용해 불법으로 착복한 돈에서는 썩는 냄새가 난다. 돈은 수단이지 결코 삶의 목적이 될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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