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여행 2 : 희망 - KBS 1TV 영상포엠
KBS 1TV 영상포엠 제작팀 지음 / 티앤디플러스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KBS TV에서 방영했던 [영상포엠-내마음의 여행]은 일요일 아침 나를 잠자리 밖으로 불러 내는 유익한 프로그램이었다. 모든 회차를 시청하지 못한 채, 이미 종영된 프로그램이다. 대신 비슷한 시간대에 [영상앨범 山]을 방영하고 있다. 산행을 즐기는 나에겐 더 궁합이 맞아 즐겨 보고 있다.

 

배경음악이 잔잔하게 깔리면서 한편의 시와 함께 생생한 자연을 담은 동영상은 늘 마음을 푸근하게 해 주었고, 또한 많은 생각에 잠기도록 했다. 그런 동영상이 지금 내 손에 있는 책 속으로 쏘옥 들어와 있다. 책을 읽어 가는 내내 이미 가보았던 곳은 지난 추억속을 헤매게 만들었고, 아직 못가본 곳은 언제 한번 가야지 하고 나에게 희망의 메세지를 던졌다.

 

모든 사람이 여행을 꿈꾸지만 막상 떠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한번도 떠나보지 못한 사람, 떠나고 싶지만 쉽게 떠날 수 없는 사람에게 전하고 싶은 얘기를 이 책은 담고 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에 걸쳐 계절에 걸 맞는 여행 장소로 우리를 이끌고 간다. 이미 그 계절 속에 들어와 있는 나를 발견하고 깜짝 놀라기도 했다.

 

겨우내 움추렸던 땅에 초록비가 내린 듯, 온통 파릇 파릇한 대지는 봄 소식을 전한다. 눔부시게 푸른 고창의 청보리밭, 수줍은 새색시 같은 고수면 은사리 마을, 外侵을 막기 위해 쌓아 놓은 고창읍성 등 모두는 生을 꿈꾸는 메세지를 전한다.

 

완도 앞바다엔 2백 개의 섬이 줄지어 서있다. 보길도. 먼 옛날 고산 윤선도가 귀양 살러 온 곳이다. 거친 해풍을 막기위해 늘어선 소나무는 이곳 섬사람들이 하도 온순해서 禮를 갖추었다는 禮松里. 이곳 해변엔 검게 반짝이는 갯돌이 장관이다. 그리운 님의 옛 추억을 전하듯, 밀려 오고 나가는 파도에 서로 부대끼고 씻기면서 정겨운 소리를 전해준다. 부용리가 내려다 보이는 곳엔 고산의 서재였던 동천석실이 자리하고 있다. 政爭에 지친 노선비의 평상심이 전해진다. 그가 직접 설계했다는 세연정, 이곳은 그의 생의 마지막 안식처였다.

 

청명한 가을 햇살이 쏟아지는 날엔 염전을 찾아간다. 이른 아침부터 쉼없이 소금밭에 흘러든 바닷물이 염부의 대파질로 깨끗하게 걸러지면 본격적인 소금 만들기에 들어간다. 햇살에 하얀 속살을 들어내기까지 소금을 기다리는 시간은 마치 추수를 앞둔 농부의 마음과 같다.

 

너른바위를 가르는 華陽九曲의 물소리는 한여름 여행길에 나선 이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이 화양구곡을 "금강산 남쪽의 가장 뛰어난 山水" 라고 표현했다. 우암 송시열 선생은 환갑의 나이에 이곳을 발견하곤 九曲의 이름을 손수 지었고, 인근에 서원을 지어 후학 양성에 힘을 썼다. 계곡의 물소리는 우암선생의 낭랑한 목소리를 우리에게 전해 주는 듯하다.

 

망국의 한과 전쟁의 아픔을 겪어온 老巨樹, 용문사의 은행나무는 마의태자의 한을 안고 두물머리를 내려다 본다. 연꽃이 잠든 세미원, 동막골도 겨울이 깊어 간다. 손이 시리게 차거운 날, 산으로 올라간다. 강원도 화절령엔 꽃대신 눈꽃이 활짝 피었다. 석탄산업이 한창이던 60 - 70년대만 해도 이곳 고개길엔 끝없이 석탄길이 이어져 있었다. 먹고 살기위해 전국 각지에서 몰려던 막장 인생들의 한숨과 눈물이 눈 속에 묻혀있다.

 

알랭 드 보통는 그의 책 [여행의 기술]에서 "왜 나는 여행하는가?"에서 부터 "여행의 목적지가 어디인가?"에 까지의 질문을 던진다. 그는 여행이야말로 우리 삶을 지배하고 있는 과제, "행복 찾기" 와 많이 닮아 있는 것이 아닐까?라고 한다. 이처럼 내 마음도 행복을 찾아 끝없이 여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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