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짜사회학
수디르 벤카테시 지음, 김영선 옮김 / 김영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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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악의 빈민가로 손꼽히는 로버트 테일러 홈스, 이 공영 주택단지는 시카고 도심에 위치하고 있다. 시카고의 38만여 제곱미터에 달하는 부지 중에서 단 7 퍼센트에 불과한 면적에 28 棟의 칙칙한 고층 건물들이 약 3 킬로미터에 걸쳐 빼곡히 늘어서 있다. 마치 도시에서 격리라도 된 듯한 "빈곤의 섬" 인 이곳엔 경찰도 구급차도 호출해 봐야 오질 않는다. 주민들은 절대 부족인 생활 인프라下에서 그저 생존을 위해 매일 고군분투를 벌이고 있다.

 

저자 수디르 벤카테시는 인도 이민자로서 현재 컬럼비아 대학교 사회학 교수로 재직중이며, 빈곤층의 경제 생활 및 사회학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사회학 분야는 오랫동안 통계학적 기법을 이용하는 입장과 직접적인 관찰을 통해 삶을 연구하는 입장으로 나뉘어 있었다. 그는 시카고 대학원 재학시절 통계 과학적인 사회학에 대해 크게 불만은 없었지만, 하루 종일 교실에 처박혀 수학 이야기를 나누는 것보다 다른 일을 해보고 싶어했다. 그는 사회학 분야에서 걸출한 아프리카계 미국인인 윌슨 교수의 새로운 연구 프로젝트인 도시 빈민 문제에 참여하게 되었다. 그의 일은 기초 조사 질문서를 구성하는 것이었다. 

 

시카고 대학 도서관에서 흑인 청년을 둔 빈민 가정이 밀접한 구역을 찾기 위해 조사 기록을 뒤진 결과, 레이크 파크의 공영 주택단지가 유망해 보였다. 레이크 파크의 주택단지에 들어 서자 우충충한 노란색 벽돌 벽엔 적막한 창문이 줄지어 있고, 군데 군데 화재의 흔적을 드러낸 창문에는 검은 얼룩이 뻗쳐 있었다. 사전 답사차 나온 멕시코人 갱단의 정찰병쯤으로 여긴 대 여섯명이 매우 위압적이었지만, 그는 여기에서 블랙 킹스 갱단의 小두목격인 제이티를 만난다. 제이티는 체육 장학생으로 대학을 졸업한 후, 직장에 취직했어나 부당한 대우에 불만을 품고 회사를 퇴직하고 슬램가로 귀환한 인물이었다. 그는 대화를 통해 제이티의 사려 깊음에 감짝 놀란다. 한편, 제이티는 수디르가 자신의 傳記를 쓰는 사람으로 착각하는 가운데 둘의 만남이 지속된다.

 

갱단은 마약거래, 강탈, 도박, 매춘, 장물 매매, 그 밖의 수 많은 검은 사업으로 돈을 번다. 한마디로 無法的 자본주의를 가동하는 셈이다. 제이티는 어릴 적 자신이 살았던 로버트 테일러 홈스로 이주하게 된다. 이곳은 레이크 파크에 비하면 주거 규모가 열 배쯤 크고, 활기가 넘치는 곳이었다. 제이티는 블랙 킹스 갱단의 윗사람들 명령에 따라 두 分派를 합병하고 단독 보스가 된다. 레이크에서의 수입이 연간 3만 달러였지만 로버트 테일러에선 7만 여 달러의 수입이다.

 

제이티의 어머니 메이 부인과 가까워 지면서 조사 활동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 비록 갱단이 장악하고 있는 주거지이지만, 그들 모두는 共同體 생활을 영위함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반면, 그는 정성이 담긴 음식을 대접 받고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자신이 학술연구자라는 사실을 망각하기도 한다. 그가 공부한 民族誌學 연구서에도 현장 답사를 할때 맺게되는 관계와 관련, 그들을 다루는 방법에 대해선 전혀 지침이 없었다.

 

코마로프 교수는 지역 사회의 2/3가 아이들을 키우는 여성이므로 이들이 어떻게 살림을 꾸리는지 살펴 보란 조언이 있었다. 그래서, 그는 주민 대표 베일리 부인을 인터뷰한다. 그녀는 평균키에 뚱뚱한 몸집이며, 무릎 관절염 때문에 느린 편이었다. 지역 자문위원회 주민대표는 월 몇 백달러의 급여를 받는 선출직이다. 그녀는 건물 보수 관리를 위해 시카고 주택공사에 압력을 가하거나, 주민 활동을 위한 기금을 얻어 내는 일이 공식 직무들이다.

 

갱단과의 협력, 서비스를 받기 위한 공무원 매수, 마약에서 흘러 나온 돈의 재분배 등, 주민 대표가 권력을 휘두르는 걸 보자 그는 낙담이 들기도 한다. 또한, 사탕장수, 포주, 매춘부, 재단사, 무당, 신호대기중 자동차 앞유리 닦는 사람 등 부정한 수단으로 돈버는 사람들을 인터뷰하자 베일리 부인이 이들의 약점을 이용해 일정 몫을 벌고 있음도 알게 된다. 그녀는 이곳의 2인자인 셈이다.

 

남자들도 부정한 수익을 벌고 있다. 값싸게 집수리 해주는 목수, 무소속 전도사, 무등록 트럭 운전사, 자동차 도둑, 랩가수와 음악인, 요리사, 청소부 등도 생활 보호 지원 프로그램의 수혜를 위해 불법 경제 활동을 영위하고 있었다.

 

한편, 여성들의 생존법 목록에 의하면, 섹스를 화폐 대용으로 활용하고 있다. 식료 잡화점 주인에겐 식료품을, 시카고 주택공사로 부터는 집세 연기를,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에겐 혜택 지원을 받기 위해 성상납을 공공연히 자행하고 있었다. 심지어 이곳에서 퇴출되지 않으려고 젊은 부인은 베일리 부인에게 남편을 보내 접대토록 했다는 고백도 있었다.

 

십여 년 동안 슬램가 주민들, 갱 단원들과 어울리며 체험한 삶의 현장에 대한 생생한 보고서는 기성 사회학의 방법론에 충격을 던진다. 빈민가의 2인자인 주민 대표 베일리 부인이 저자 수디르 벤카테시에게 이렇게 말했다.

"우릴 희생자로 만들진 마. 우린 우리가 어찌해볼 수 있는 것에 대해서는 책임을 질 거니까. 모든 게 우리가 어찌해볼 수 있는 건 아니거든."

물론 블랙 킹스 갱단은 시카고 경찰 이상으로 이곳의 치안을 유지하고 주민들을 통제한다. 그러나, 이를 통해 자신들의 이익을 취하려 한 것일 뿐임을 알고 나니 서글퍼 진다. 이상적인 공동체의 건설은 진정 어려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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