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내일 - 쓰레기는 어디로 갔을까
헤더 로저스 지음, 이수영 옮김 / 삼인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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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헤더 로저스의 독특한 이력이 눈길을 끈다. 그녀는 언론인이자 작가이며, 그리고 영화제작자이다. 2002년 [쓰레기의 숨겨진 한살이(Gone Tomorrow : The Hidden Life of Garbage)] 란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한 후 못다한 이야기를 이 책에 담고 있다.

 

미국 뉴욕시 남서부 끝에 위치한 프레시 킬스(Fresh Kills) 는 지난 53 년 동안 쓰레기를 묻어 온 매립지이다. 미국은 지구 자원의 30 %를 소비하며 전체 쓰레기의 30 % 를 생산하고 있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미국인 1 인당 매일 2 킬로그램 넘게 쓰레기를 버리고 있다. 가히 미국은 세계 최고의 쓰레기 생산국임이 분명하다. 이 책은 생활쓰레기에 초점을 맞추고 이를 고발하고 있다.

 

17 - 18 세기 미국 이민자의 대부분은 너무도 가난해서 거의 아무 것도 버리지 않았다. 음식찌꺼기는 밭으로 버려 밭에서 썩게 했다. 길거리에 버려진 쓰레기는 그대로 썩어 가거나 아니면 돌아 다니던 개, 너구리, 돼지 등의 배를 채워 주었다.

 

쓰레기가 생기기 전의 시대엔 사람과 짐승의 분뇨가 제일 큰 쓰레기였다. 똥은 기름진 흙을 만들어 주는 비결이었지만 도시에서는 毒이었다. 도시에서 만들어진 분뇨는 외곽의 농부에게로 자연스레 순환되는 과정을 거쳤다. 그러나, 이후 도시의 거주자들의 농작물 수요가 급격히 늘어 나면서 농부들은 흙의 건강을 유지하고자 비료에 의지하게 되었다. 이와 같이 자본주의 농업의 첫 장을 열면서 이러한 순환 과정이 소멸되었다. 자연히 쓰레기 처리에 있어서 농촌과 도시의 불균형이 시작된 것이다.

 

남북전쟁은 엄청난 경제적, 기술적 변화를 이끌어 내었다. 대량 생산 시스템이 가동되면서 미국내의 쓰레기의 양과 질 모두에 커다란 변화가 일어 났다.

戰後 1950 - 1960 년대에 합성수지 생산자들은 플라스틱을 양산하며 소비자들에게 이를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1960년 플라스틱은 알루미늄을 누르고 미국 최대의 산업으로 성장했다.

 

미국의 쓰레기 변천사와 함께 늘어나는 쓰레기의 수거를 1950 년대 중반부터 민간업체로 이관하자 초기엔 마피아가 카르텔을 형성하여 뉴욕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를 독점적으로 처리하면서 고객들에게 엄청난 바가지를 씌우는 일이 발생했다. 그러나, 폭력조직 활동에 대한 경찰의 단속과 쓰레기 산업의 재편으로 1990년 대에 들어 마피아의 뉴욕 독점이 사라졌다. 이제 자치단체와 계약을 체결한 수거업체들은 매립지 확보가 골칫거리였다. 매립지 수는 줄어들고 있지만, 처리해야 할 쓰레기 매립 용량은 크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쓰레기 처리 조직들은 이제 새로운 지역으로 수출하기 시작했다. 미국에서 버린 쓰레기가 순식간에 지구 남반부에 버려진다. 미국 내의 엄격한 환경 규제때문에 엉뚱한 곳에서 피해를 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쓰레기 처리 방법이 매립이나 소각에 의지했지만, 이것이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자 대안으로 쓰레기 재활용이 등장했다. 미국의 재활용시장에서 수거된 전자폐기물의 50 - 80 퍼센트가 중개인에게 팔리며, 중개인은 이를 개발도상국에 수출하여 폐기처분한다는 보고서도 있다. 중국 광동성 구이유시에서 이민노동자들은 山積한 컴퓨터 부품을 해체하고 녹이며, 나머지는 인근 논, 관개수로 또는 운하에 버리곤 한다. 이 지역의 지하수는 이미 오염되어 30 킬로미터나 떨어진 곳에서 물을 길어다 먹고 있다. 또한 버려진 휴대폰도 중국 어디에서나 플라스틱 부품에서 브롬계 난연제를 배출하여 지하수와 토양을 오염시키고 있다.

 

20 세기의 대표적인 쓰레기인 플라스틱은 결코 자연으로 돌아가지 않는 쓰레기이다. 재활용은 불과 5 퍼센트 미만이며, 버려지는 대부분이 해양에 불법 투기하고 있다. 이제 태평양은 바다가 아니라 플라스틱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바다에 가라앉은 플라스틱의 독성물질이 우리에게 어떤 악영향을 미칠지 아무도 정확한 해답을 주지 못한다.

 

쓰레기에 대한 불편한 진실이 비단 미국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도 매일 쓰레기를 방출하고 있다. 일회용 컵, 생수 페트병 등 수 없이 많다. 남태평양 작은 섬의 주민들이 정체 불명의 쓰레기와 점점 높아가는 해수면때문에 밤 잠을 설친다면 이는 모두 우리의 잘못일 것이다. 분리 수거의 실천이 결코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못한다. 고도의 산업화가 우리에게 남겨준 생활쓰레기는 결국 버려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손에 남는 것이라는 저자의 말이 가슴을 찡하게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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