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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 통신 - 지상의 별, 반딧불이 이야기
한영식 글, 홍승우 그림 / 사이언스북스 / 2008년 8월
평점 :
반딧불이는 外柔內剛의 곤충이다. 꺼질 듯하면서 결코 사라지지 않는 불빛은 끈질긴 생명의 상징이다. 그러나, 술집, 모텔, 관광시설 등이 반딧불이의 사랑 장소를 점령하면서 반딧불이를 만나기 어렵다. 그 많던 반딧불이는 다 어디로 갔을까?
반딧불이는 세계적으로 2100 여 種인데, 우리나라엔 늦반딧불이, 애반딧불이, 운문산반딧불이, 꽃반딧불이, 파파리반딧불이, 갈색반딧불이, 북방반딧불이, 그리고 왕꽃반딧불이의 8 種이 있단다. 일본은 더운 지역인 오키나와에만 44 種이 있다니, 이 곤충은 열대지방에 더 많이 서식함을 알 수 있다.
형광빛을 發光하는 반딧불이는 배우자를 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빛을 깜빡인다. 암수 둘은 사람 눈에 띄지 않는 은밀한 곳에서 짝짓기를 치른다. 비록 곤충이지만 백주에 사랑 행각을 벌이는 인간에 비하면 훨씬 예절(?)스럽다. 짝짓기 사랑을 마치고 나면 이후 곧 죽음을 맞이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그런데, 빛을 發光한다고 모두 반딧불이는 아니다. 뉴질랜드 노스섬에 있는 와이모토 동굴은 "반딧불이 동굴" 로 알려진 名所이다. 그러나, 이 동굴 속에서 초록빛을 내는 애벌레는 빛버섯파릿科의 곤충일 뿐이다. 멕시코에 살고 있는 방아벌레도 배에서 주황빛을 發光한다고 한다.
반딧불이의 이름은 어떻게 변했을까? 16 세기의 한자 자습서 [훈몽자회]엔 "반도" 로, [청구영언]엔 "반되" , "반되불" 등으로 기록된 것을 발견할 수 있다. 1968 년 한국동물명집이 편찬되어 반딧불에 接尾語 이字를 합쳐 반딧불이란 정식 곤충명을 기록했다. 한편,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를 개똥벌레라고 부른다. 두엄 근처에 모여 있는 반딧불이를 보고서 개똥이 변해서 벌레가 된 것으로 착각했던 듯하다. 그래서, 강원도에선 개똥벌기, 충북에선 개똥버러지, 전남에선 개동벌가지, 경북에선 개똥벌갱이, 경남에선 개동벌갱이, 황해도에선 개동파리 등으로 불려졌던 것이다. 중국 고전 [禮記]에도 "腐草爲螢"이란 용어가 등장하는데, 腐草란 거름더미이고 螢이란 개똥벌레란 의미이다. 반딧불이는 영어로 firefly, 일본어론 호타루로 불린다.
반딧불이는 俗談이나 逸話가 있을 정도로 우리의 생활에 매우 친숙한 곤충이었다. "반딧불이가 높이 날면 바람이 불지 않는다" 는 속담은 마치 반딧불이가 기상캐스터인 듯한 느낌을 준다. 반딧불이의 飛行力이 신통치 않기에 바람이 많이 불면 높이 날 수가 없음을 시사한다. "개똥불로 별을 對敵한다" 는 속담은 마치 달걀로 바위치기 格처럼 어리석은 행동을 빗댄 말이다. 또한, 조선朝 수양대군도 어릴 적 반딧불이의 追億을 잊지 못해 백성들에게 이를 잡아 오라고 한 다음 경회루 앞 뜰에 수 백마리를 풀어 그 장관을 감상했다고 한다.
반딧불이하면 가장 먼저 떠 올리는 것이 "螢雪之功" 의 故事이다. 중국 진나라 효무제 시절, 車胤이란 인물이 어려운 가정 환경탓에 낮엔 일하고 밤엔 명주 주머니에 반딧불이를 넣어서 등불 삼아 공부하여 벼슬에 오른다. 같은 시기에 孫康도 너무나 가난해서 등불을 밝히지 못하고 밖에 쌓인 눈 빛에 책을 비추며 공부하여 관직에 오른 두 인물에 얽힌 이야기이다. 반딧불이의 불빛은 한 마리에 3 럭스 정도란다. 사무실의 밝기가 대개 500 럭스임에 비한다면 반딧불이 200 마리면 충분히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래서, 저자는 그 가능성을 직접 실험해 본다. 어두운 방에서 반딧불에 의지해 성공적으로 소설을 읽었다는 저자의 실험정신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 많았던 반딧불이들은 대체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반딧불이가 많이 살던 곳이 채석장으로 변한 곳도 있다. 사람들은 개발이란 명목으로 반딧불이 서식처를 쉽게 파괴한다. 반딧불이의 애벌레는 알려진 대로 청청수에만 살고 있는 다슬기를 먹으면서 성장한다. 청정수가 흐르는 江과 개천이 사라지면서 다슬기의 생태가 파괴되면 자연히 반딧불이도 사라지는 운명에 처하게 된다. 무주 등 지방자치단체에서 반딧불이 축제 행사를 개최하면서 생태보존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 다행이긴하다. 그러나, 얼마전 무주 반딧불이 축제에 참관했던 나의 소감은 답답했다. 반딧불이 구경은 못하고 오히려 노래자랑, 장기자랑, 먹거리 장터 등의 소란한 행사만 구경한 기분이어서 너무도 안타까웠다.
대학 재학생이던 1996년 6월 반딧불이를 처음 관찰하면서 시작된 저자의 반딧불이 사랑이 이 책에 소록히 담겨 있다. 모두 열 두편의 이야기를 통해 저자는 반딧불이의 일생을 모두 관찰하면서 알, 애벌레, 번데기, 성충의 네 단계를 거쳐 완전 변태하는 과정을 일일히 소개하고 있다. 반딧불이의 꽁무니엔 루시페린이라는 발광물질이 있어서 빛을 낸다며 반딧불의 비밀을 밝히면서 시작한 이야기가 螢雪之功의 故事로 끝이 난다. 이 책으로 인해 우리나라의 반딧불이 연구황동과 생태계 복원사업 추진에 微力하나마 보탬이 되기를 바란다는 저자의 말이 가슴 한 구석을 찡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