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란 무엇인가 과학과 사회 5
파스칼 피크 외 지음, 배영란 옮김 / 알마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2500년 전 철학자 플라톤과 디오게네스 간의 유명한 일화를 소개한다.

플라톤이 사람은 " 털없는 두 발로 걷는 동물 " 이라고 주장하자, 이를 듣고 있던 디오게네스가 슬며시 자리를 벗어 났다가 다시 돌아와 털 뽑은 닭 한마리를 집어 던지며 " 이것이 바로 플라톤이 말한 사람이다 " 라고 일갈하자 집회장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
한 마디로 정의 내릴 사람은 아무도 없다.

1550년, 스페인의 바야돌리드에서 큰 논쟁이 벌어졌다.
인디오들을 " 사람 " 으로 봐야 하는지가 쟁점이었다 한다.

한편, 고대 그리스인들은 자기네 말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 바르바로이 " 라고 불렀다.
이는 " 알아 듣지 못할 소리를 하는 것들 " 이란 뜻인데, 한마디로 그리스인이 아니면 사람축에도 못든다는 해석이 된다. 금세기에 자기 말을 못 알아 듣는다고 인간 취급을 하지 않는다면 크게 망신 당할 것이다. 지금은 뇌사자도 심지어 시체까지도 존엄한 대접을 받는 시대이다.

인간을 만물의 영장이라고 추켜 세우고 차별화 하지만, 아이로니컬하게도 과학이 고도로 발전하면서 인간은 점점 동물과 비슷해진다. 인간의 특성이라고 자부심을 가졌던 의사소통, 자의식, 웃음과 울음 등은 더 이상 인간만의 근본 속성이라고 받아 들여지지 않는다.


이 책엔 3 명의 碩學이 < 인간이란 무엇인가 > 에 대한 해답으로 자신들의 전문 분야인 신경생물학, 고 인류학, 그리고 철학적인 접근방법으로 우리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여기에 실린 세 편의 글은 2002년 9월 15일 파리 과학산업관 개관식 행사에서 발표한 강연내용을 취합한 것이다.

# 신경생물학자, 장 디디에 뱅상 - 인간, 세상에 대한 열정적인 해석자

인간으로부터 양분을 얻고 사는 인간이란 뜻의 " 인류營養생물 " 이라고 정의를 내린다.
한자식 표기인 사람 인(人) 자가 두 사람이 기댄 형상인 것처럼 인간은 타인의 도움 없이는 살아 갈 수 없음을 지적하며 " 관계의 중요성 " 을 상징한다.
유전자와 뉴런 등을 비교하며 인간은 아직도 미완의 존재이며, 신비의 영역인 영혼 ( psyche  ) 이 인간이란 동물의 가장 견고한 기관임을 강조하고 있다.

# 고 인류학자, 파스칼 피크 - 인류 태동기의 인간

오늘날 우리들은 사람말고도 보노보, 침팬지 등이 直立步行하는 습성이 있음을 알듯이 그 동안 사람의 고유특성이라고 믿었던 많은 다른 것들도 그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
고인류학은 인류의 기원이 아프리카에 있음을 알고 선사학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계통학의 연구로 사람이 원숭이 조상에서 내려왔음을 깨닫기 시작했다.
인간의 계통은 아프리카 전역에 분포했던 오스트랄로피테쿠스와 더불어 3 - 4 백만년 전 사이에 번성했으며, 적어도 현세의 다섯 종이 규명되었다. 가장 유명한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루시 ( Lucy ) 이다. 지구에 몰아닥친 추위로 지구는 빙하기에 들어간다. 이후 최초의 사람인 호모 하빌리스, 호모 루돌펜시스, 호모 에르가스터가 출현한다. 이후 네안데르탈인을 탄생시킨 유럽 쪽 가지, 아프리카 쪽 가지로 최초의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언스로 불리는 크로마뇽인, 그리고 솔로인이라 불리는 아시아 쪽 가지로 분류한다. 안타깝게도 빙하시대는 호모 사피언스를 제외한 모든 사람 種을 휩쓸었다. 호모 사피언스는 인간을 만들어냈고, 인간은 사람들의 발명품이며 진화의 공동 유산이다. 인간이 그렇게 독보적인 존재는 아님을 이제 막 깨달을 뿐이다.

# 철학자, 미셸 세르 - 창조적 진화에서 진화의 창조자로

거대 담론의 시간을 알게 되고, 원소의 연대를 측정하게 된 뒤, 그리고 우리 몸 안에서 헤모글로빈의 나이를 측정하게 된 뒤, 우리는 처음으로 기술자적인 행위가 얼마 만큼의 시간적 반경을 가졌는지 가늠한다. 50 년 전 만해도 불가능한 작업이었다.
역사란 무엇인가 ? 기술의 돋보기를 통해 압축되어 보이는 진화이다.
입자가 원자를 분해하고, 천체물리학이 우주의 신비를 열고, 유전정보가 삶의 비밀을 푸는 등 기술의 발전으로 인간은 시간을 장악하고 심지어 시간의 조작에 개입을 한다.
인간은 지각할 수 없을 만큼 작은 파편들을 엄청난 체험기간에 연계시킨 존재이다. 지금도 자가 진화의 길을 가는 생물이다.


부피가 얇은 소책자이지만 깊이가 있는 내용이라 정독을 요한다. 우리들 스스로 인간을 " 만물의 영장 " 으로 제일 높은 자리를 부여했지만, 어쩌면 이는 일시적일지도 모른다. 지구의 역사와 함께 기나 긴 세월을 거치면서 인간의 종이 발전해 왔고, 소멸되었음을 인지해야 한다. 다만, 보이지 않을 뿐 지금도 진화하고 있다. 진화의 끝이 인간은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