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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 가는 미지의 섬, 투발루 - 작은 섬에서 마주한 뜻밖의 우연
이재형 지음 / 바른북스 / 2025년 6월
평점 :
국제항공운송협회(International Air Transport Association)에서 정하는 투발루 푸나푸티 국제공항의 세 자리 공항코드는 FUN이다. 인천 국제공항이 ICN, 김포공항이 GMP, 제주공항이 CJU인 것처럼 말이다. FUN, 말 그대로 Fun(재미있는)이다. 비행기 창 밖을 보며 이번 투발루 여행이 얼마나 재미있는 여행이 될지 기대해 본다. - '발자국을 남기지 마' 중에서

(사진, 책표지)
책의 저자인 기후아저씨 이재형은 직장인이자 경제학자이며 두 아이의 아빠로 기후변화라는 시대적 소명에 임하고자 미래 세대를 위한 연구자의 삶을 이어가고 있다. 오랫동안 관심을 가졌던 남태평양의 작은 섬 투발루의 환경을 직접 목격함으로써 기후위기의 현실을 우리들에게 고한다.
총 다섯 개 장으로 구성된 책은 머나먼 섬으로 첫걸음을 내딛다, 시간과 바람이 쌓아 올린 섬, 기후변화의 그림자, 투발루에서 살아간다는 것, 머나먼 섬을 뒤로하고 등을 얘기하는 여행 도서이면서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투발루가 직면한 기후위기의 현장을 생생하게 전하는 일종의 르뽀인 셈이다.
난 과거 환경관련 상장기업의 대표이사로 재직했었다. 이때 썩지 않는 생활쓰레기인 플라스틱류를 불법적으로 해양에 투기함으로써 청정자연인 해양을 오염시켜 이에 대한 부메랑 효과로 우리들이 오염된 물고기를 포함한 해산물을 섭취하는 형벌을 받고 있다.
푸른 행성인 지구는 넘쳐나는 쓰레기로 인해 환경 위기라는 몸살을 앓고 있다. 지구촌 인구가 갈수록 증가함에 따라 인간들이 무단으로 버린 쓰레기의 양 또한 계속 증가하고 있기에 이를 육지에 매립하는 것도 더 이상 여의치 않아 이젠 불법적인 해양 투기가 자행되고 있는 셈이다. 이로 인해 남태평양의 투발루 섬 해변엔 해양쓰레기가 계속 쌓이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지구인들이 사용하는 가전제품의 프레온 가스와 자동차 배기가스 등으로 인해 지구의 대기 환경을 보호하는 오존층이 파괴되고 온난화 현상을 유발하여 빙하가 녹아내림으로써 해수면이 서서히 상승하는 현상을 보임에 따라 남태평양의 섬나라들이 서서히 물에 잠기는 영향을 받게 되는 사실도 인지했었다.

(사진, 투발루의 9개 섬)
이런 지식 배경을 토대로 이 책을 읽고 있다. 이중고二重苦를 겪고 있는 섬나라 투발루의 환경 현실은 과연 어떠한지 책 속으로 들어가 보자.
기후변화의 그림자
수평선 가까이 도달한 태양 빛은 여러 겹의 구름을 뚫고 다양한 색채를 뿜어내고 있었다. 투발루의 저녁 하늘을 붉은빛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짙은 붉은색에서 연한 주황색까지 이어지는 그러데이션gradation이 하늘을 아름답게 물들였다. 그리고 맑은 하늘 덕분에 수평선 저편으로 사라지는 태양의 모습이 아주 또렷하게 보였다.

(사진, 투발루의 노을)
신선놀음에 빠져서 남태평양 풍광에 얼굴이 타는 줄도 모르고 앉아 있었다. 이 순간에는 파도 소리와 바람 소리밖에 들리지 않는다. 또다시 언제 여기를 와볼 수 있을까. 다시 오더라도 해수면 상승으로 지금 앉았던 곳은 수면 아래에 있을 것이다. 그렇다. 언젠가는 바닷물에 잠겨 사라질 땅이다.
특히, 밀물로 인한 피해도 심각하다. 매년 11월부터 다음 해 2월까지는 조수간만의 차이로 발생하는 파도인 ‘킹 타이드King Tide’로 인해 해수면의 높이가 3m 이상 상승하여 높은 파도가 해안가를 넘어 집안까지 밀어닥친다. 평균 해발고도가 2m밖에 되지 않는 나라에서 3m 높이의 킹 타이드는 단순한 위협을 넘어 생사에 걸린 문제인 것이다.
투발루의 토양은 장기간의 퇴적에 의해 아루어졌다. 먼 옛날 산호초 섬이 만들어지고, 우연히 바다에 표류하던 코코넛 열매가 이 산호섬에서 자라기 시작했다. 이후 코코넛 열매와 나뭇잎은 한 해, 두 해 계속 거듭되면서 썩기를 반복해 현재의 토양을 만들었다. 이에 반해 해수면의 상승 속도는 무척 빠르다. 그 결과로 해안가 땅에 아슬아슬하게 뿌리 내린 나무들도 안간힘을 다하며 버티고 있다.

(사진, 판다누스나무의 뿌리)
결론적으로 투발루는 지리적 및 지형적 특성상 기후변화의 피해를 피할 수 없는 처지다. 투발루의 다른 섬에서 기후변화의 피해를 피해 기후난민이 되어 푸나푸티로 이주해 올 수는 있으나, 피해 속도를 잠깐 늦췄을 뿐 푸나푸티의 미래 또한 이미 예정되어 있다. 이곳 주민들은 기후변화의 영향을 오롯이 받고 있다.
투발루에서 살아간다는 것
투발루 섬 주민들은 물질적으로 풍족하지는 않지만, 자신들에게 주어진 삶에 만족하며 살아가고 있다. 비록 물질적으로 풍족할지라도 심리적으론 결핍하다고 느끼는 사람이라면 투발루 주민들보다 과연 더 나은 삶을 사는 걸까? 어쩌면 아니라고 답할 것 같다. 왜냐하면 행복은 물질적 풍요가 만들어주는 게 아니기 때문에.
투발루 아이들이 환초 안의 바다에서 신나게 물놀이를 한다. 들려오는 웃음소리와 함께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소확행小確幸이 느껴진다. 아이들은 둑에 올라가 다이빙을 즐기고 수영 경쟁도 하면서 물놀이에 집중한다. 학원도 없고, 인터넷 강의도 없고, 스마트폰도 없는 투발루에서 자연은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놀이터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미래의 걱정이 아니라 현재의 행복이다.
석호潟湖는 투발루 아이들에게 세상에서 가장 넓은 수영장이자 놀이터다. 자연이 투발루 아이들에게 준 거대한 선물이다. 또 걱정이 밀려온다. 시간이 지나면 결국에는 이 바다가 투발루 아이들의 고향을 삼킬 것이다. 수영장이 더욱 넓어지는 만큼, 고향은 더욱 좁아지는 참극이 연상되어서다.
"왜 주민들은 이렇게 태평한가?"
투발루에 머무는 동안 내내 떠나지 않은 고민이 있었다. 즉 지구온난화로 인해 갈수록 더욱 더워지고, 해수면 상승 때문에 섬이 침수 피해를 받는 상황임에도 정작 섬에 사는 주민들은 태평스런 삶을 실고 있다는 점이다. 호텔에서 만난 국제기구에 속한 외국인들 또한 온통 투발루에 대한 걱정과 함께 동일한 질문을 한다. 더구나 투발루 공공기관 담당자조차도 마찬가지다. 이 불편한 진실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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