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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X수학 - 야구로 배우는 재미있는 수학 공부
류선규.홍석만 지음 / 페이스메이커 / 2025년 4월
평점 :
야구는 기록의 스포츠다. 열정의 그라운드에서 매 경기 쏟아지는 수많은 숫자는 각자가 자신만의 의미를 품고 서로 이야기를 나눈다. 야구의 기록이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이야기로 읽히는 이유는 숫자 속에 선수들의 땀과 노력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스윙 한 번이 쌓이고 쌓여 데이터가 되고, 그 데이터가 곧 수학과 연결된다. - '프롤로그' 중에서

책의 공저자 류선규는 전 SSG 랜더스 단장으로 LG 트윈스, SK 와이번스, SSG 랜더스 등까지 26년간 프로야구 프런트로 활동하면서 야구단의 거의 모든 부서를 거쳤다. 홍석만은 수학교사로 야구를 통해 학생들로 하여금 수핫적인 사고를 키우고, 학업에 지친 마음을 달래주기 위해 야구수학 관련 프로그램을 기획, 개발, 운영하고 있다.
흔히 야구를 일컬어 '기록의 스포츠'라고 한다. 야구팬이라면 누구나 무수한 기록을 기반으로 한 숫자를 매 경기마다 만날 것이다. 경기가 진행되면 수많은 데이터가 누적된다. 이 누적된 데이터를 가공하면 미래를 위한 유용한 정보가 된다. 이것을 야구 기록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최고의 인기 스포츠는 축구가 아니라 단연 프로야구다. 프로야구는 3월 하순부터 정규시즌이 진행되며, 1년 365일 중 144일 동안 경기를 치른다. 3월 초중순엔 시범경기가 있고, 10월엔 한 달 내내 포스트시즌 경기가 열린다. 따라서 3월부터 10월까지 8개월 동안 프로야구를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난 동네에서 야구 게임을 즐기다가 체육 교사의 눈에 띄어 국민학교 때 야구선수 생활을 한 적이 있다. 운동선수는 배고픈 직업이라는 아버님의 확고한 가치관 때문에 선수 생활로 나서는데 쉽진 않았다. 주전이 아니면 중도에 언제라도 그만둔다는 조건이 달렸다. 잘먹고 자란 덕분에 덩치와 힘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은데, 늘 뜀박질이 걸림돌이었다. 아무리 훈련해도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더구나 4학년 때 본격적으로 시작한 선수생활이었으니 남보다 월등하지 않으면 주전선수로 게임에 나서는게 쉽지 않았다. 승리만이 최상의 룰인 스포츠 세계에서 취미생활은 결코 용납되지 않는 셈이다. 돋보인 타격에도 불구하고 수비와 주력에서 약점을 노출하면서 주전보다는 후보로 대기하는 시간이 길어진 1년 간의 선수생활은 결국 강제 마감을 당했다. 당시 회사를 경영하던 아버지는 매사 늘 효율성을 따졌기에 차라리 공부에 올인하는 게 확률이 높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프로야구라는 스포츠에 통계의 중요성을 알린 책과 영화가 있다. 브래드 피트가 연기한 영화 <머니볼>(2011년)은 만년 최약체인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구단주인 빌리 빈이 선수들의 통계 지표를 활용해 '저비용 고효율'로 승수를 쌓으며 강팀으로 변모하는 스토리를 다룬다. 이 영화의 원작은 마이클 루이스의 논픽션 <머니볼>이다.
현재의 야구 기록을 만든 이는 '야구 기록의 아버지'라 불리는 헨리 채드윅이다. 그는 영국 출신으로 14살 때 미국으로 이민한 영국계 미국인이다. 1847년 신혼여행 도중에 야구 경기를 관람하고 야구의 매력에 빠졌다고 전한다. 31년 동안 <뉴욕타임스> 등에서 야구 기자로 활동하며, 지금의 '박스스코어 기록법'을 개발한 장본인이다. 타율, 평균자책점, 더블플레이, 패스트볼 등 많은 야구용어를 고안해냈다.
세이버메트릭스(Sabermetrics)란 야구를 통계학 또는 수학적으로 분석하는 방법론을 말한다. 야구에서 사회과학의 게임이론과 통계학적 방법론을 적극적으로 도입해서 기존 야구 기록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선수의 가치를 비롯한 ‘야구의 본질’에 대해 좀 더 학문적이고 깊이 있는 접근을 시도한다.(33쪽)
세이버는 미국야구연구협회의 약어인 SABR을 발음한 표현이며, 여기에 매트릭스를 합성한 용어인 셈이다. 매트릭스는 업무 수행 결과를 보여주는 계량적計量的 분석을 의미한다. 이를 활용해 여러 가지 수리적 방법론을 동원해 야구를 세밀하게 분석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을 세이버매트리션이라고 한다. 앞서 말한 빌리 빈 구단주도 이런 유형이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세이버매트릭스라고 하면 '빌 제임스'를 떠올린다. 그는 과거 한국에서 2년간 주한미군으로 복무하기도 했는데 야구와 야구 기록을 좋아했던 터라 야구 기록에 몰두한 매니아였다. 놀랍게도 그의 이력을 살펴보면 통계학과는 거리가 먼 식품회사 야간 경비원 출신이다. 피타고리안 기대승률, 득점 생산, 레인지 팩터, 수비 효율 등 많은 세이버매트릭스 지표를 개발햇다. 재야에서 활동하다 2003년 보스턴 레드삭스 구단의 경영자문으로 영입된 후, '밤비노의 저주'를 깨뜨리고 84년 만인 2004년 월드시리즈 우승에 기여했다. 그래서 그를 '세이버매트릭스의 대부'라고 부른다.
야구 경기는 24개의 경우의 수가 존재한다. 3개의 아웃카운트와 8개의 주자 상황(주자 0명, 1루, 1·2루, 1·3루, 2루, 2·3루, 3루, 만루)이 연결된다. 기대득점은 특정 아웃카운트·주자 상황에서 평균적으로 몇 점이 기대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해당 상황에서 이닝 종료까지 발생한 총 득점을 그 상황이 발생한 총 횟수로 나눈 값이다. 예를 들어 1사 1·2루 상황이 100번 발생했고, 그 100번의 사례에서 총 120점이 들어왔다면 기대득점은 1.2다.
KBO는 2023년부터 샐러리캡을 도입했다. 이미 국내 프로농구와 프로배구에서 시행하고 있었다. 샐러리캡은 선수단 연봉 총액 상한제를 뜻한다. KBO리그 전체 구단을 대상으로 2021~2022년 2년간 신인 및 외국인 선수를 제외한 연봉 상위 40인의 연봉 평균액의 120%로 설정되었고, 그 결과 114억 2,638만 원이 상한액으로 확정되었다.
야구 경기의 매력 중 하나는 '도루'에 있다. 주력이 뛰어난 선수에게 주어진 혜택인 셈인데, 그렇다고 마구잡이로 도루를 시도한다면 역효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하여 빌 제임스는 “도루 성공률이 70% 이하라면 절대로 시도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야구 기록을 분석한 <더 북(The Book)>에서는 성공률 72.7%를 도루의 손익분기점으로 분석했다. 이 책은 1999년부터 2002년까지 메이저리그 기록을 토대로 주자가 1루에 있는 상황에서 도루를 성공하면 평균 0.175점을 더 얻을 수 있지만, 실패하면 0.467점이 깎인다고 봤다. 따라서 도루 성공률에 따른 손익분기점은 72.7%라고 설명했다.
앞서 야구와 관련한 어린 시절의 추억을 잠시 소개했었다. 월등한 타격력을 가졌음에도 주전 명단에서 자주 제외되는 이유가 바로 타격만으로 팀의 성적을 올릴 수 없음을 보여준 사례였다. 이것이 초등학교 야구에만 국한되지 않음을 보여주는 삼성 라이온즈 류중일 감독의 문답을 살펴보자.
2015년 4월 18일, 류중일 삼성 라이온즈 감독은 한 팀의 야수진을 구성할 때 ‘이대호 9명 vs. 이대형 9명’ 중 어떤 팀을 선택하겠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는 망설임 없이 ‘이대형 9명’을 택했다.
이대호 9명은 타격만큼은 최고지만 작전 수행에 어려움을, 이에 반해 이대형 9명은 엄청난 스피드로 작전 수행에 크게 도움될지라도 타격은 크게 떨어진다. 타격 유형이 정반대인지라 야구팬들 사이에서도 논쟁 거리였다. 참고로 이대호는 골든글러브 7회, 통산 홈런 5위(374개), 도루 11개, 도루 실패 11개로 주력이 부족한 전형적인 홈런 타자이며 이대형은 통산 도루 3위(505개), 홈런 9개로 장타는 기대할 수 없지만 주자로 나가면 도루를 감행하는 타자임을 알 수 있다. 승부를 진두지휘하는 감독의 취향에 달린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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