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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 천재들의 연대기 - 그들은 어떻게 세상을 읽고, 바꾸고, 망가뜨리나
카라 스위셔 지음, 최정민 옮김 / 글항아리 / 2025년 3월
평점 :
카라 스위셔처럼 기술과 미디어의 세계를 넘나드는 사람은 없다. 이 책은 흥미진진한 읽을 거리일 분 아니라 지난 30년 동안 가장 큰 기술적 시건의 설계자들을 들여다볼 수 있는 귀중한 역사적 기록이기도 하다. - 살럿 올터('타임')

(사진, 책표지)
책의 저자 카라 스위셔는 미국의 여성 언론인으로 '워싱턴포스트'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해 '월스트리트저널'로 이직해 여기서 실리콘밸리의 기업인들과 그 문화에 대한 칼럼 코너인 '붐타운'을 담당했다. 이후 '뉴욕타임스' 오피니언 필진으로 활약함으로써 3대 유력 언론 매체 모두에서 경력을 쌓았다. 인물, 아이디어, 시사점에 대한 기사로 유명했다.
총 16개 장으로 구성된 책은 2016년 12월 10일 트럼프가 실리콘밸리의 테크 기업 수장들과 기술 정상 회의를 막 가지려는 장면부터 시작한다. 저자는 이 회의에 초대받지 못한 한 기업의 대표로부터 관련 제보를 받고 이 사실을 확인코자 일론 머스크에게 전화를 걸었다. 책의 처음과 마지막을 장식하는 인물은 바로 일론 머스크이며, 연대기에 등장하는 기업들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페이스북, 스페이스X, 아마존 등이다.
이 책은 출간 후 디지털 혁명의 가장 저명한 연대기로 평가받았다. 이는 기자정신으로 무장한 저자의 날카로운 글쓰기 솜씨 때문인 듯하다. 이미 인물에 대한 묘사와 평가에 정평이 나 있었음을 책 속에서 여실히 보여준다. 페이스북의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를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저커버그는 사악하지도, 악의적이지도, 잔인하지도 않았지만 그는 예나 지금이나 계속 자신이 부추긴 세력들에 대해 유별나게 순진했다. (중략)저커버그는 자신의 디지털 플랫폼이 가진 힘을 억제할 준비가 한심할 정도로 돼 있지 않았다. 아니, 저커버그는 재수 없는 인간이 아니었다. 그보다 더 심각했다" - '가장 위험한 남자(9장)' 중애서
빌 게이츠
그는 사업에 있어 언제나 과도하게 공격적이었고 마이크로소프트를 밀어붙이는 방식은 마땅히 규제 당국의 조사를 받아야 했지만, 그가 가장 오랫동안 지녀온 특징 중 하나는 배움에 대한 깊은 애정이었다. 이 존경스러운 특성은 게이츠 인생의 새로운 장을 정의하게 되었고, 게이츠 재단을 통해 보건과 기후변화와 관련된 자연 활동에 헌신하도록 했다.
스위셔가 마이크로소프트의 지루한 인터넷 중심 사업을 취재하는 내내 게이츠와 껄끄러운 관계였지만, 2008년 회사에서 물러난 후 게이츠는 자기 말을 많이 하기보다는 남의 말을 경청하는 사람이 되었다. 자신이 참여하고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훨씬 더 장기적인 게임을 이해하게 된 것이다.
스티브 잡스
많은 다른 저널리스트와 달리 스위셔는 잡스의 팬이 아니었다. 두 사람은 종종 여러 일로 언쟁을 벌였고 격렬한 의견 충돌까지 있었다. 2010년 샌프란시스코의 한 행사장에서 잡스는 애플의 소셜 네트워크 '핑'을 선보엿다. 이후 잡스가 스위셔에게 핑에 대한 의견을 묻자 "형편없어요. 실패할 거예요"라고 대답하자 잡스는 얼굴을 찡그렸지만 애플이 소셜 영역을 선도하는 게 아니라 쫓아가고 있음을 인정했다.
권력의 자리에 있는 이들 중 잡스처럼 사소한 실수라도 그렇게 선뜻 인정하는 인물은 거의 없다고 말할 수 있다. 어쩌면 그가 인정해야 할 만한 실수를 그렇게 많이 하지 않았다는 점이 도움이 되었을지 모른다. 그의 경력에는 실패작이 드물고, 거의 결점 없는 정확한 제품 선택 기록을 가지고 있었다.
마크 저커버그
인터뷰 직전 식사 자리에서 스위셔 옆에 앉은 저커버그는 자신이 하버드 동문인 윙클보스 형제에게서 소셜 네트워크 아이디어를 훔쳤다고 묘사하는 것을 포함해 다가오는 영화 개봉에 대해 분명히 동요하고 있었다. 그는 이제 막 스물여섯 살이 되었고, 인생은 길고 마라톤처럼 이어지는 철저한 조사에 자신이 대비해야 한다는 사실을 거의 체감하지 못했다. 스위셔의 눈에 비친 저커버그는 아주 연약해 보였다. 어쨌든 그는 세상에 페이스북이라는 발명품을 선물한 사람이다.
저커버그를 만났던 사람들의 인물평에 따르면 어떤 사람들은 그가 별 볼 일 없는 인물이라 생각했고, 어떤 사람들은 그가 극도로 거만하다고 생각했다. 대부분은 그가 그저 ‘빈번하게 틀리면서도 결코 의심하지 않는’ 또 다른 테크남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확실한 건, 그가 게임 체인저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는 것이다.
2017년 초, 늦은 밤 저커버그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자신의 에세이(커뮤니티 표준에 대하여)에 대해 피드백을 요청했다. 책의 결론은 이랬다. "우리 중 많은 이가 사람들을 한데 모아 세상을 연결하자는 생각을 지지하고 있다. 나는 우리가 장기적으로 바라보고 새로운 사회 인프라를 구축해 다음 세대를 위해 우리가 바라는 세상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길 바란다"
이에 대해 스위셔는 '마크 선언문'이란 별명을 붙였다. 더 나은 경험에 대한 미덕을 과시하려는 그의 끊임없는 욕구에 감탄했다. 한편 그가 자신의 플랫폼에서 상황이 얼마나 나쁘게 흘러갈 수 있는지 예측하지 못한다는 데에도 놀랐고, 건설적인 커뮤니티를 만드는 데 대한 그의 희망에 공감할 수 없다고 말했다.
테크 천재들은 영웅일까?
테크 천재들의 이야기는 커튼 뒤에 숨어 있는 셈이다. 우리들은 사실상 그들의 진면목을 제대로 알지 못하기에 영웅으로 오인할 수도 있다. 이 책을 무대라고 가정한다면 테크업계의 천재들은 주연급 배우이고, 독자인 우리들은 관객이다. 주연들의 가려진 진실을 폭로하는 저자는 마치 초창기 영화인 무성無聲 영화의 변사辯士라는 느낌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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