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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 세대 - 밈과 혐오로 시장을 교란하는 불안 세력의 탄생
너새니얼 포퍼 지음, 김지연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5년 1월
평점 :
청년층은 10년간 금융권에서 소외된 세대였다. 그러다 갑자기 수백만 미국 청년들이 투자자로 돌아선 이 전례 없는 변화의 중심에 바로 월스트리트베츠가 있었다. 부자도 아니고 심지어 부자 근처에도 못 미치는 사람들이 온라인에서 뭉치니 실제 주식시장과 기업에 수백억 달러를 투자할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되었다. - ‘서문’ 중에서
(사진, 책표지)
저자 너새니얼 포퍼는 미국의 금융 전문 미디어 그룹 <블룸버그> 뉴스 편집자로 10여 년간 월스트리트와 실리콘밸리를 오가며 금융과 기술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고 영향을 미치는지를 전문적으로 취재해왔다.
총 3부 17장으로 구성된 책은 게임스톱 주가 폭등 사태(레딧발 밈 주식 광풍)를 다루고 있다. 주역 인물들과 그들의 동기를 추려내고, 레딧 이용자들이 왜 동조했는지, 그런 움직임이 헤지펀드에, 또 금융시장에 어떤 타격을 어떻게 가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줌으로써 한편의 훌륭한 르포르타주를 시청하는 느낌이 들게 한다.
2021년 1월 27일 밤, 온라인에서 활동하던 조던 자자라는 자신에게 미국 주식시장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그는 전통적인 금융계 거물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었다.
나이 스물일곱이 되도록 변변한 직업조차 없었던 그는 뉴욕주 이타카의 후미진 동네에 위치한 낡은 목조 주택의 어두운 골방에서 지냈다. 몇 년 전 길을 걷다 차에 치여 다리도 살짝 저는 신세라 친구도 많지 않았고 그나마 가깝게 지내는 몇 안 되는 지인은 전부 온라인에서만 알고 지내는 사이였다. 온라인 세상에 투자한 시간 덕분에 투기성 금융 거래에 초점을 맞춘 온라인 커뮤니티 ‘월스트리트베츠’의 운영자가 되었다.
월스트리트베츠는 레딧이라는 소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는 온라인 커뮤니티다. 레딧은 사용자가 공통관심사를 중심으로 주제별 커뮤니티를 만들고 게시판 형식으로 글을 올리며 소통하는 소셜 네트워크다.
2021년 1월, 조던이 게임스톱 주식을 수백만 주 사들이면서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부담과 두려움을 느낀 조던은 월스트리트베츠를 비공게로 전환했다. 그러자 불과 몇 분 만에 게임스톱의 주가는 100달러 가까이 급락했다.
로빈후드의 새로운 판
2015년 초, 월스트리트베츠에서 인덱스 펀드를 통한 책임감 있는 투자 방식을 지루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점점 더 늘어났다. 이들이 로빈후드에 매력을 느낀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매우 간단하고 빠르게 주식을 사고팔 수 있게 되면서 큰 이익을 얻거나 큰 손실을 입을 가능성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위험을 감수하는 투자자 한 명은 댓글로 누군가 훈계를 하자 다음과 같이 대답하며 자신의 의도를 명확히 밝혔다.
“빌어먹을, 내가 5년 동안 돈이 천천히 불어나는 걸 느긋하게 지켜보자고 3주 전부터 투자를 시작한 줄 아나.”
욜로 투자의 유행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모여 월스트리트베츠에서는 주식시장에서 재미와 즐거움을 찾았고, 포챈에서는 힘든 일이나 투자 손실을 농담으로 승화하고 위로받기도 했다. 월스트리트베츠에서는 포챈의 도전적이고 반항적인 문화에 영향을 받아 ‘모 아니면 도’라는 식의 일명 욜로 투자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주식시장을 좌지우지하기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위험을 무릅쓰고 무모한 투자를 즐기는 문화가 형성되었다.
아이러니 중독
나중에 학계에서는 젊은 남성들이 남초 커뮤니티에 만연한 분노의 정치에 빠져들게 된 이유를 탐구했다. 처음에는 재미 삼아 밈이나 농담에 발을 담갔던 사람들이 점차 그 아래에 숨어 있는 진지한 생각과 정서에 빠져들게 된다고 분석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 과정을 가리켜 ‘아이러니 중독irony poisoning’이라고 명명했다. 조던이 채팅방에서 그해 월스트리트베츠에 가입한 사람들에게 일어난 변화를 이야기할 때 사용한 표현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외로움이 만든 현상
젊고 일자리가 불안정한 남성들 사이에 만연한 외로움은 이들을 월스트리트베츠로 끌어들인 요인 가운데 하나였다. 이는 제이미가 서브레딧을 창설한 초기에도 그랬고, 수년이 지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조던의 경우 채팅방에서 나누는 솔직담백한 대화는 인생의 큰 구멍을 메워주었다. 거래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대화만 오갈 때도 있었지만, 그것은 종종 더 실존적인 대화로 이어지는 통로였다. 2016년에 조던은 세인트루이스 출신의 변호사 스타일럭스와 가장 많은 대화를 나누었는데, 스타일럭스는 우울한 기분이 들 때 트레이딩이 기분 전환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설령 손실이 난다 해도 말이다.
(사진, 월스트리트베츠라는 공간)
비트코인 서브레딧
이러한 종류의 대화에서 트럼프를 지지하거나 남초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암호화폐에서도 동일한 매력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이 분명히 드러났다. 비트코인은 중앙은행과 정부에 도전하는 개념, 즉 대안 화폐를 만들고자 한다는 점에서 정부 권력을 불신하는 트럼프 지지층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또한 베이비부머 세대의 지혜를 거부하고 기득권에 대한 경멸을 드러내는 수단이 되었다. 트럼프가 자신의 부를 거침없이 과시하는 것처럼, 비트코인 서브레딧에는 포챈에서 영감을 받아 비트코인으로 부자가 된 것을 자랑하는 밈이 쏟아졌다.
실패를 예술로 승화시키는 문화
직장도 친구도 없이 집에만 틀어박혀 있던 포챈의 평범한 젊은이들에게 인터넷은 재미 삼아 어리석은 도전을 감행하고 잠깐이지만 유명해질 수도 있는 곳이었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에 가장 쉬운 방법이 바로 돈을 잃는 것이었다. 포챈 전문가인 데일 베란은 이 웹사이트에서 오래전부터 실패를 일종의 예술로 승화시키는 문화가 발달했다고 주장했다. “‘세상이 불공평하게 돌아간다’는 절망감에서 비롯된 문화다.” 베란이 말했다.
이어서 책은 2부(분노 세대의 탄생)와 3부(이제 복수할 기회가 왔다)로 끝을 맺는다. 밈 주식과 테슬라 열풍, 코로나 19와 요동치는 시장, 뒤집힌 자본 시장의 패러다임, 검열이냐 표현의 자유냐, 게임스톱 주가 대폭등, 인플루언서와 광신도, 분노 세대의 집권 등을 다룬다.
게임스톱 주가 대폭등
월스트리트베츠에서는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수많은 뉴스와 기사를 검토하고 논의했다. 그 결과 애초에 사람들을 이 서브레딧과 투자로 이끌었던 수많은 의혹과 분노가 사실임을 확인했다. 언론은 멜빈 캐피털이 저지른 실수에는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는 듯했다. 그토록 막대한 손실을 입으며 공매도 포지션을 강제로 청산하는 끔찍한 결말에 이르렀는데도 말이다. 월스트리트베츠에서는 몇 달 동안 멜빈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를 꾸준히 지적해왔다. 하지만 막상 문제가 터지자 멜빈은 어떻게든 27억 5,000만 달러를 지원받게 되었고, 그 책임은 오히려 누구보다 먼저 이 문제를 파악한 사람들에게 돌아가는 것처럼 보였다. 특히 ‘구제금융’이라는 단어는 2008년 금융위기로 촉발된 불신을 다시금 자극했다. 이 불신이야말로 월스트리트베츠를 성장하게 한 중요한 요인이었다.
암호화폐에 더 많은 투자를
연구자들은 Z세대가 전통적인 주식보다 암호화폐로 투자를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는데, 이는 이전 세대의 투자 입문 방식과는 현저하게 다르다. 주식 투자자들도 나쁘지 않은 수익을 내고 있었지만 젊은 암호화폐 투자자들은 마치 도적 떼처럼 돈을 긁어모으고 있었다. 지역 신문에는 고등학교 중퇴자나 레스토랑에서 시급을 받으며 일하던 사람들이 20대 초반에 암호화폐로 백만장자가 된 이야기가 자주 실렸다.
(사진, Z세대 투자자의 정보 신뢰)
금융은 이제 대중문화의 일부
젊은 세대들에겐 이미 금융은 그들의 문화로 자리잡은 듯하다. 올드 세대들의 투자 형태와는전혀 다른 방식으로 투자가 진행되지 않을까 싶다. 말하자면 새로운 금융 생태계의 탄생일 것이다. 이런 면에서 미국의 월스트리트베츠 이야기는 좋은 출발점임에 분명해 보인다. 주식투자자들에게 책의 필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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