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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치 식물 - 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식물
안톤 순딘 지음, 장혜경 옮김 / 생각의집 / 2024년 11월
평점 :
양치식물은 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식물 중 하나이다. 약 4억 년 전부터 지구에서 살았다. 몇 종은 그 시절부터 꾸준히 살아남아 지금도 우리의 정원이나 주변 자연에서 살고 있다. 공룡과 같이 숨 쉬던 식물이 우리 곁에 있다는 생각을 하면 정말이지 황홀해서 숨이 막힐 지경이다. 그렇게나 오래된 식물이 여전히 인기를 누리고 있고 우리에게 유익할 수 있다니, 참으로 매력적이지 않은가! 정원 디자인에 쓰려고 만들어낸 현대의 온갖 개량식물보다 훨씬, 훨씬 더 매력적이고 흥미롭다. - ‘서문’ 중에서
(사진, 책표지)
책의 저자 안톤 순딘은 원예사이며 양치식물을 향한 열정도 남달리 뜨겁다. 정원에서 열심히 식물들을 가꾸는 한편 글을 써서 원예의 다양한 모습을 소개하며 강연과 강습 및 워크샵도 진행하고 있다.
책은 총 7편에 걸쳐 양치식물의 역사와 분포, 식물학과 형태학, 인간 세상의 고사리, 고사리 광풍, 그림과 디자인 속 양치식물, 종, 정원에서 양치식물 키우기 순으로 매우 유익한 지식을 우리들에게 제공한다.
양치식물은 인류의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적이 많다. 지구이 대멸종에도 살아남은 식물이며, 약용으로도 많이 활용되었다. 또 양치식물의 독특한 외모는 온갖 전설과 신화 속에서 마법을 지난 식물로 통했다. 특히, 영국 빅토리아 시대엔 이 식물의 인기가 엄청나 ‘양치식물 광풍’이란 말이 나올 정도였다.
양치식물의 역사
약 4억 년 전에 지구상에 등장, 지금까지 현존하는 몇 안 되는 식물 중 하나이다. 2억 년 전 공룡들이 멸종되고 다른 생명체들이 탄생했을 때 양치식물은 이미 완벽하게 진화를 끝낸 상태였다. 즉 속씨식물은 1억 년 전에야 생겨났지만, 양치식물은 꽃을 피우지 않고 홀씨로 번식했음이 이를 증명한다.
카본기(약 3억 5천만 년 전)는 양치식물의 황금기였다. 열대성 기후와 연중 일정한 기온 덕분에 꾸준히 성장할 수 있었다. 지구상에 널리 원시림이 생겨나며 온갖 종의 나무고사리가 넘실거렸다. 이들은 키가 최고 40미터, 폭은 2미터에 이르렀다. 이 시절엔 너도나도 경쟁하던 때라 씨앗을 만드는 양치식물도 있었지만, 지금은 모두 멸종하고 사라졌다. 현재의 양치식물은 카본기의 원시적 양치식물 종이 아니고 현재의 진포자낭양치眞胞子囊羊齒군으로 진화했던 것이다.
(사진, 가장 오래된 양치식물 화석)
백악기(약 1억 4,500만 년 전~6,550만 년 전)에 양치식물은 한번 더 크게 번성했다. 이 시기에 박벽포자낭양치薄壁胞子囊羊齒가 등장했다. 현존하는 양치식물 대부분이 여기에 속한다. 백악기에서 팔레오기로 넘어가는 시기에 지구상에 살던 종의 절반 정가 사라지는 대멸종이 또 한번 있었다. 거대 유성과의 충돌로 지구 대기엔 먼지구름이 장기간 햇볕을 가렸다. 식물의 광합성이 불가하자 먹이사슬이 붕괴, 거의 모든 종은 멸종한 것이다. 팔레오기 초기엔 지표면 대부분이 황무지였는데, 놀랍게도 양치식물이 지구를 점령했다. 홀씨 탓이다.
이런 생존력과 경쟁력 때문에 양치식물은 세계 곳곳에서 자랄 수 있었다. 무더운 우림에서부터 추운 그린란드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기후대에서 양치식물을 만날 수 있다. 가장 오래된 용비늘고사리과는 가장 오래된 꽃식물보다 2억 9백만 년 전에, 고비과는 약 1억 년 전에 등장했지만, 현재 남아 있는 대부분의 양치식물은 약 7,500만 년 전에 지구에 등장했다.
(사진, 양치식물의 분포)
양치식물의 구조
양치식물의 유형은 주로 3가지로 나뉜다. 산과 들에 자라는 육생종, 나무에 붙어 자라는 착생종, 연못이나 호수에서 자라는 수생종등이 바로 그것이다. 크기가 크든 작든 간에 모든 양치식물은 홀씨체 또는 홀씨식물이다. 구조는 세 부분으로 이루어진다. 잎, 뿌리줄기, 뿌리이다.
(사진, 양치식물 유형)
신화, 약용, 그리고 염료
양치식물은 특히 하지 축제(세례 요한을 기리는 축일)의 전설에서 큰 역할을 한다. 꽃을 본 사람은 놀라운 힘을 얻게 된다고 믿었다. 즉 한 여름밤에만 피는 양치식물의 푸른 꽃을 본 총각은 사랑을 찾고 부자가 된다는 거다.
또 오랫 동안 사람들은 양치식물이 집에 있으면 귀신이나 쥐 등이 못 들어온다고 믿었다. 관중은 마녀나 트롤이 집에 들어오는 걸 막는다고 생각해 마당 가장자리 또는 출입문 양쪽에 심었다고 한다.반대로 양치식물은 악령이나 악마를 부르는 마법의 주문에도 등장했다.
양치식물은 원시시대부터 약용으로 사용되었다. 건강 증진 용도였다. 고대 그리스 사람들도 천식, 탈모, 신장병, 회충 등의 치료에 효과가 있다며 양치식물을 이용했다. 유럽에선 중세 때부터 약용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관중은 구충제로 류머티즘과 요통 치료약으로 사용되다가 심각한 부작용 탓에 사망자가 생기기도 했다. 차꼬리고사리는 간과 비장 질환에 끓여 마셨다. 하지만 양치식물은 종마다 독성이 다르므로 함부로 사용하면 안 된다.
(사진,프레리디움 아퀼리눔)
양치식물은 염료에서 매트리스 속, 지붕 덮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용도로 유용하게 사용되었다. 하와이에 지생하는 바위고사리는 붉은 색 염료로 사용되었고(천연염료), 프레리디움 아퀼리눔의 뿌리줄기에서 특이한 노란색을 얻을 수 있다. 공작고사리의 잎자루 섬유는 매우 튼튼해서 바구니 제작에 사용된다. 유럽에선 청나래고사리를 가축 사료나 지붕 덮개 재료로 활용했다.
고사리 광풍
고사리에 관해 역사상 가장 대단한 열풍은 빅토리아 시대의 영국이었다. 이 때 양치식물은 숭배의 배상이었을 정도로 빅토리아 사회 전반을 관통했다. 그림, 디자인, 정원, 건축, 연극 등에 양치식물이 등장했다.
(사진, 빅토리아 여왕,워드상자,삽화,커텐문양)
정원(화분)의 양치식물과 키우기
책에는 정말 많은 정원의 양치식물들이 소개되고 있다. 내가 키워본 적이 있거나 지금도 관리 중인 몇 종들도 보인다. 아디안툼, 보스톤 고사리, 박쥐란, 후마타 고사리 등이 바로 그것이다. 양치식물은 그늘에서 자라지만 정원에 안성맞춤인 종이 있다.
(사진,아디안툼,보스톤고사리,박쥐란,후마타고사리)
양치식물은 원래 성긴 숲에서 자라는 야생 식물이다. 숲의 나무 아래, 햇빛이 나뭇잎을 지나오며 반그늘을 만들어 토양의 습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곳에서 잘 자란다. 따라서 양치식물을 잘 키우려면 이런 환경을 흉내 내야 한다.
양치식물은 거름을 너무 많이 주면 안 된다. 뿌리가 쉽게 타서 최악의 경우죽는다. 양분은 1년에 한 번, 주로 봄에 땅에 뿌리는 퇴비로 충분하다. 생육 상태가 불량한 이유는 주로 수분 조절의 실패 탓인 경우가 많다.
(사진,내가 현재 키우는 양치식물 화분)
양치식물 가이드북
책은 매혹적인 양치식물의 세계로 우리들을 안내한다. 수 억년 전 공룡의 전성시대에 함께 번영을 누렸던 식물이 바로 양치식물이다. 이토록 역사가 긴 식물이라니 놀랍지 않은가. 특히, 거실의 화분에서도 관리할 수 있는 반려식물인 셈이다. 한국의 양치식물이 주인공이 아니어서 다소 아쉽긴 하지만 현직 원예사가 소개하는 유럽의 양치식물들을 많은 사진으로 감상할 수 있기에 충분히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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