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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잠 선물 가게
박초은 지음, 모차 그림 / 토닥스토리 / 2024년 11월
평점 :
오늘도 꿀잠 선물 가게에서 오슬로는 잠을 자고 있다. 안락의자에서 꾸벅꾸벅 졸다가 문에 달린 방울소리를 듣고 화들짝 깨어나 인사를 한다. 드디어 꿀잠가게에 첫 손님이 찾아욌다. 불면에 시달리던 중 친구의 소개로 가게를 찾은 것이다.
(사진, 가제본 표지)
부엉이 자자의 영혼이 꿀차를 마신 후 잠이 든 손님의 마음 속으로 쑥 들어갔다. 이는 자자의 특별한 능력이다. 손님은 취업준비생이었다. 매일 시험공부로 새벽까지 잠자리에 들지 못하고 있었다. 손님의 사정을 모두 읽은 자자의 영혼이 탈출하자 이후 손님도 푹 자고 잠에서 깨어났다.
효과를 경험한 손님은 오슬로가 안내하는 꿀잠 아이템 진열장에서 보름달 오르골, 탁상시계 등을 살펴보았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손님에게 오슬로는 비싼 오르골 대신에 크게 부담을 느끼지 않을 ‘탁상시계(백년시계)’를 적극 추천했다.
“아주 천천히 가는 시계죠. 백년이 지나야 한바퀴가 도는 시계입니다.”
갈수록 꿀잠 가게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짝사랑에 빠진 한 여성도 이곳을 방문했다. 부엉이 자자가 꿀차를 마시고 잠이 든 여성의 마음 속으로 들어가 두루두룩 살펴봐도 짝사랑과 관련된 특별한 계기를 찾을 수 없었다. 이에 오슬로 여성 손님에게 ‘첫눈 커튼’을 추천했다. 첫 눈이 오는 날엔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말이 있으니까.
비가 오는 날 아담한 체형의 중년 여성이 꿀잠 가게 문을 열고 들어왔다. 딸이 추천해서 방문했다는 여성에게 자자는 웰컴 꿀차를 건넸다. 불면 해결에 도움을 받고자 들린 것이다. 차를 마신 후 코까지 골며 잠이 든 여성의 꿈 속으로 자자는 힘껏 날았다.
어려운 집안 사정 탓에 대학을 못가고 취업 전선에 뛰어들어 직장에서도 인정받는 사람이었다. 몇 년 후 지금의 남편을 만나 연애하고 결혼했다. 두 딸을 낳아 키우며 잔잔한 결혼생활을 30년이나 보냈다. 잠에서 갠 여성에게 오슬로는 ‘구름나라 패스포트’를 추천했다. 새로운 곳으로 떠나고 싶은 사람을 위한 아이템이란 설명과 함께.
영업이 끝났다. 오슬로는 졸린 눈으로 소파로 넘어갔다. 하루종일 졸았음에도 여전히 잠이 온다. 수면제가 따로 없다. 오슬로 자체가 수면제와 같다. 간단히 저녁을 먹고 오슬로와 자자는 산책을 나갔다. 저녁 노을을 바라보았다.
오슬로는 사람도 날씨와 비슷하다고 자자에게 말했다. 겉으로 볼 때 어제와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이는 사람도 사실은 매일매일 조금씩 다른 마음과 고민을 품고 있어서 가게를 찾은 손님들의 사연이 다양하다는 설명이었다.
꿀잠 아이템의 도움을 받은 사람들이 잠을 잘 자고 나면, 그들의 색이 또 한번 바뀔지도 모를 일이다. 더 많은 사람에게 꿀같이 달콤한 잠을 선물할 수 있게 되어, 그들의 색이 그전보다는 더 다채로워지기를 바란다고 오슬로는 덧붙였다.
먹구름이 잔뜩 낀 날이었다. 바람도 거세고 기온이 뚝 떨어져 추워졌다. 벽난로에 장작을 더 넣었다. 평소와 달리 자자는 일찍 가게를 닫자고 했다. 번쩍하면서 하늘이 밝아지더니 먼 곳에서 번개가 쳤다. 자자는 가게 밖으로 나가 팻말을 돌렸다(CLOSE).
오슬로가 새로 만들 꿀잠 아이템은 ‘달빛 모래시계’였다. 본격적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곁에서 지켜보던 자자가 모래시계의 기능이 뭔지 궁금해 했다. 이 모래시계는 단순히 시계 역할만 하는 게 아니라, 고민의 무게를 덜어주는 것이다.
“자기 전에 모래시계를 머리맡에 올려두고, 마음속에 담아둔 고민을 생각하면서 시계를 돌려놓는 거야. 딱 그만큼만 오늘의 고민을 하자, 마음먹는 거지. 원래 고민이 깊어질수록 잠이 안 오는 법이거든. 그러니 마지막 모래 한알이 떨어질 때까지, 딱 그 시간만큼만 그날의 고민을 하는 거야.”
모래시계 작업이 완료될 즈음 우체국 집배원이 방문했다. 특급우편이었다. 오렌지 주스를 받아든 집배원이 떠나자 얼른 편지를 뜯어보았다. 사연은 직접 찾아갈 수 없는 상황인 반면, 최근 몇 주째 불면에 시달려 제정신이 아니라 이렇게 편지를 보낸다는 것이었다. 오슬로와 자자의 첫 출장을 시사하며 소설은 끝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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