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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의 어휘 사용법 - 세련되게 말하고 쓰게 되는 어휘력 비밀 수업
김선영 지음 / 블랙피쉬 / 2024년 10월
평점 :
우리는 왜 어휘력 부족을 느끼며 시무룩할까요? 기본 이상을 알고 싶은 마음이에요. 어휘력 갈증을 느낀다면 독서와 글쓰기의 가치를 이미 잘 알고 있을 테니까요. 그러니 욕심이 날 수밖에요. 물욕, 식탐도 아닌데 뭐 어때요. 어휘력 고수가 되고 싶은 욕심은 얼마든지 부려도 좋습니다. - ‘프롤로그’ 중에서
책의 저자 김선영은 18년 차 글쟁이로 13년은 방송 글을, 그 후에는 책을 썼다. 그동안 자신이 축적해 온 노하우를 토대로 삼아 글쓰기 코치로 활약 중이다. 아무리 바빠도 매일 글 쓰는 모임에서 글쓰기 훈련을 이끌고 있다.
총 5장으로 구성된 책은 ‘어휘력 고수’로 거듭나기 위한 9주 완성 일정의 체계적인 훈련 코스다. 1장에선 나의 현 어휘력 상태를 진단하고 2장에선 올바르게 읽는 방법을 연마한다. 3장에선 품격 있게 말하는 법을 배우고, 4장에선 쓰면서 익히는 어휘력 훈련법을 다룬다. 끝으로 5장에선 지금까지 훈련한 읽기, 말하기, 쓰기를 복습한다.
어휘력이란 무었인가?
어휘란 단어의 집합을 말한다. 그러나 단순히 많은 단어를 안다고 어휘력이 뛰어난 것이 아니다. 영어도 마찬가지다. 우리들이 단어집으로 수많은 영어 단어를 익히지만 어휘력이 부족해 영어회화 또한 부족한 게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어휘력이란 무엇일까? 이는 단어의 형태와 의미, 활용에 관한 지식의 총체를 말한다.
구사력驅使力은 말을 타는 기수가 말을 잘 모는(다루는) 힘을 가리킨다. 언어 구사력이란 상황에 적절한 단어, 즉 어휘를 능숙하게 사용하는 능력을 말한다. 반대로 말하자면 어휘력이 떨어진 사람은 뜻도 잘 모르고 단어를 사용하는 셈이다.
다채로운 감정을 뭉뚱그려 표현하는 시간이 쌓일수록 퇴보하는 것은 어휘력뿐만이 아니다. 내 감정을 알아차리는 능력 자체가 둔해진다. 언어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황홀하다’와 ‘설렌다’를 대박으로 퉁치는 순간, 2개의 감정은 하나로 쪼그라든다. 다양한 감정을 누리는 기쁨을 잃게 된다. 더구나 모든 유행어는 유통기한이 있어 ‘대박’, ‘헐’ 같은 말도 ‘방가방가’, ‘허걱처럼’ 사라질 것이다. 이리되면 어떤 단어로 내 기분을 표현해야 할까.
“꼭 맞는 어휘로 내 감정과 생각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소통의 희열을 누려보세요.”
잘못된 표현
‘선인장은 물 없이도 잘 사는 특성이 있다’라는 표현을 살펴보자. 왜 특징이란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을까? 특성과 특징이라는 단어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국어사전에는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특성~ 일정한 사물에만 있는 특수한 성질
특징~ 다른 것에 비해 특별히 눈에 뜨이는 점
따라서, 비교 대상보다 두드러진 점에 주목한다면 특징이라는 단어가 어울리고, 다른 대상과의 비교보다는 본래의 성질을 강조할 때는 특성을 사용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아래의 키워드 비교 대상을 참고하자.
(사진, 특성 vs 특징)
‘사막의 무더위’라는 표현은 과연 올바른 것일까? 흔히 한여름 때에도 ‘무더위가 시작됐다’라고 표현한다. 이는 무더위가 보통의 더위보다 더 강한 느낌이 들어서일 것이다. 하지만 무더위는 ‘매우 더움’을 뜻하지 않는다.
‘물’과 ‘더위’의 합성어로, ‘습도가 높아서 찌는 듯한 더위’를 뜻한다. 사막처럼 바싹 말라 타들어가는 듯한 더위를 표현할 때는 적절치 않다. ‘불볕더위’가 어울리는 단어인 셈이다. 이처럼 고급 어휘력이란 계속 공부해야 할 대상이다.
또 문학 작품을 읽다보면 개성 넘치는 지방 사투리들이 많이 나온다. 사투리가 표준어는 아닐지라도 지역 고유의 정서와 문화가 고스란히 담겨 있어서 오히려 향토적인 매력과 개성이 느껴진다. 더구나 요즈음은 지방에서 고유의 사투리를 사용하던 사람들이 수도권으로 많이 이주함에 따라 이를 배워야 할 표현이란 생각마저 든다.
재미있는 사투리
깨보생이(강원도)~ 깨소금
껄떼기(충청도)~ 딸꾹질
놈삐(제주도)~ 무
이바구(경상도)~ 이야기
미얄스럽다(전라도)~ 얄밉다
(사진, 사투리가 실린 작품)
정확하게 알고 말하기
‘등극’이란 단어는 ‘챔피언 등극했다’, ‘국제대회 정상에 등극했다’처럼 어떤 분야에서 가장 높은 자리에 올랐을 때 쓰는 말이다. 그럼에도 우리들은 무심코 대화중에 국제 축구대회에서 ‘16강에 등극했다’라고 말한다.
“월드컵에서 기적적으로 16강에 등극했다.”
“승리를 이끈 장본인은 손흥민 선수이다.”
또 승리의 ‘장본인’은 손흥민이라고 말하는데, 이 단어도 다시 살펴야 한다. ‘일을 망친 장본인이 바로 그 사람이다’처럼 부정적인 일을 저지른 사람을 가리킬 때 어울리는 단어이다. 따라서 16강에 오른 긍정적인 승리를 이끌었으므로 ‘승리로 이끈 주인공은~’으로 말하면 더 자연스럽다.
부정적인 표현에 길들면 긍정적인 상황에서조차 부정적인 말이 나온다. 모처럼 맛있는 움식을 먹고도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한다. “뭐, 먹을 만하네.”, “저번에 갔던 집보다는 낫네.” 등등. 듣는 사람까지 김이 팍 빠지는 말투다. 말투는 무의식적인 습관이다. 고치는 게 쉽지 않다. 스스로 주의를 계속 기울여야 한다.
(사진, 부정적 vs 긍정적 말투)
내가 결국 뭔가를 선택했다면 능동적으로 표현하는 게 좋지 않을까? 내 인생의 주인은 나인데, 무언가에 끌려다니는 느낌은 썩 유쾌하지 않기 때문이다. 능동적인 표현은 긍정적이고 주체적인 기분을 선사한다. 언행 하나하나가 모여 삶의 향방을 바꾼다.
미묘함을 만드는 조사
흔히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처럼, 사용하는 조사로 인해 뉘앙스가 달라진다. 한정의 의미로 쓰이는 조사 은이 붙으면 부정적인 어감이 형성된다. 이처럼 조사란 체언(명사, 대명사, 수사) 따위에 붙어서 그 말과 다른 말과의 관계를 나타내거나 특별한 뜻을 더해주는 품사이다.
(사진, 미묘함을 만드는 조사)
‘수박(은) 달다’라는 문장은 일반적으로 수박이라는 과일은 단맛이 있다는 뜻이고, ‘수박(이) 달다’라는 문장은 특정 수박(지금 먹고 있는)을 강조하는 의미가 덧붙는다. ‘은/는’은 주로 일반적인 설명을 할 때 쓰이고, ‘이/가’는 현재의 상태나 동작을 보여줄 때 더 어울리기 때문이다.
‘커피(는) 맛있다’라는 말은 평소 기호를 보여주지만 ‘커피(가) 맛있다’라는 말은 특정 커피(내 앞에 놓인)를 지칭하는 것처럼 현장감이 생긴다. 대체로 ‘은/는’은 논리적이고 ‘이/가’는 감각적이다. 그러므로 설명하거나 의견을 전할 때는 전자를, 경험하는 상황을 묘사하고 싶을 때는 후자를 쓰면 원하는 뉘앙스를 살리기 좋다.
계속 훈련을 하고 싶다
책만 읽었을 뿐인데도 어휘력에 대해 약간의 자신감이 생긴 듯하다. 그럼에도 여전히 부족함을 느끼기에 9주간의 훈련 일정으로 구성된 책의 내용을 반복해서 공부해야 할 것 같다. 나 자신의 수준을 이미 점검했으니 남은 일은 ‘갈고 닦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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