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겐 행복이 어울려 - 얼렁뚱땅 흘러가는 내 인생에서 세심한 행복 찾는 법
세희 지음 / 은는이가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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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제가 미울 때마다 일기를 썼습니다. 신기하게도 일기를 쓰면 나를 미워해야 할 이유가 나를 위로해야 할 대상이 되었습니다. <세심일기>는 그렇게 탄생했습니다. <세심일기>는 세상의 모든 마음을 담지만 동시에 세희의 조그마한 마음이기도 합니다. - ‘작가의말’ 중에서


(사진, 책표지)


‘세상의 모든 마음을 담는다’라는 주제로 MZ세대의 일상을 그려 독자들의 공감과 사랑을 받아온 인스타툰 <세심世心일기〉가 단행본으로 나왔다. 세희 작가의 첫번 째 그림 에세이이기도 한 <너에겐 행복이 어울려>는 총 5부로 구성되어 20대에 사회생활을 겪은 엉뚱발랄한 작가 자신을 ‘세심’이란 캐릭터로 표현하고 있다.


우리는 저마다의 짐을 이고 살아갑니다. 그 안에는 무거운 사명도, 간절한 바람도, 크고 작은 슬픔도 담겨 있지요. 우리네 삶...

어디를 향해 가는 걸가요? 목적지는 알 수 없지만 그럼에도 멈추지 않고 흘러가겠죠. 그저, 발 닿는 오늘의 여정 속에 세심한 행복한 잎 떨어지길.



(사진, 저마다의 짐 8~11쪽)


공든 탑이 무너질 때


공들여 세운 탑일수록 소중한 법이다. 투입한 시간과 흘린 땀을 생각하면 더욱 그러하다. 긴 시간 한 탑 한 탑 쌓아올렸기에 미완성인 채 도중에 이를 중지할 경우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생각마저 든다.


세희 작가도 손을 놓기로 결심하자 탑은 무너지고 만다고 말하면서 우리들에게 의외의 반전 상황을 보여준다. 즉 앞길이 캄캄할 줄 알았는데, 놀랍게도 무너진 탑너머로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고 있다고 말이다.


내 길이 아니란 걸 알면서도

노력해 온 세월이 아쉬워

놓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공들여 세운 탑이 무너졌을 때,

탑 너머의 세상은

생각보다 찬란할지 모르니

두려워하지 말자!


(사진, 새로운 세상 58쪽)


내 젊은 시절, 직장이 나의 전부였던 때가 있었다. 주위에선 회사와 결혼한 노총각이라 안타깝다는 지적까지 있었다. 한 발 한 발 위로 올라간 사다리에서 어느 순간 난 더 이상 오를 수가 없었다.


과장 승진 심사에서 난 미혼이라는 결격 사유를 극복하지 못하고 몇년 째 직장 후배들의 승진 축하 파티에서 쓰디 쓴 소주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과연 이게 나 자신에게 대범한 모습일까?


난 공든탑을 무너뜨리기로 했다. 승진이 보장되는 타 회사로 이직을 결심했다. 오히려 옮긴 후 나의 재질이 더욱 빛나는 순간을 경험할 수 있었다. 승승장구한 끝에 늦은 결혼도 했고, 직장인의 로망이라는 임원자리까지 올랐다.


“물론 퇴사를 결심하는 건 누구에게도 쉽지 않다. 특히 땡전 한 푼 모으지 못한 사회 초년생들은 넘어야 할 수많은 산이 존재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통장에 몇백 몇천을 모으고 부모에게서 독립하고 적당한 나이에 결혼해 행복한 가정도 일궈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나는 나답게 살고 싶었다. 그래서 무거운 사원증을 잠시 내려 두고, 초라할지라도 내 모양대로 굴러보기로 했다. 나는 오롯이 나로 살고 싶었다.” - ‘내가 꿈이 없냐, 돈이 없지!’ 중에서


때론 어둠도 필요해


불안이 밀려올 때마다 일기를 쓴다.

마음을 글로 정리하여 써내려가다 보면

안개 같던 불안이 의외로 쉽게 걷힐 수 있다.


(사진, 불안 80쪽)


힘들고 괴로운 길도

지나고 나면 다 좋은 거름이었어.

지금 가는 이 길이 고단하다면

머릿속으로 되뇌자.

‘내 뒤로 꽃길이 만들어지고 있구나!’


(사진, 꽃길 132쪽)


서툴지 않은 사람은 없다


‘겸손’이라는 이유 때문에

내 가치를 스스로 깎아내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나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누가 나를 인정해주겠어?

누군가 나를 칭찬한다면

"아니야"가 아닌, "고마워"로 대답하자!

(189쪽)


한 정신의학 전문의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연애는 마음에 드는 책을 사는 것과 같지만 사랑은 구매한 책의 내용을 꼼꼼히 살피고 이해하는 과정’이라고 한다. 내가 생각하는 사랑도 이와 같다. 젊은 시절의 우리들은 연애와 사랑을 제대로 구별하지도 못한다. 데이트를 함께 즐기는 상대를 어떤 사이인지 모른 채로 그저 좋아서 만나곤 한다. 서툴기만 했다. 대학시절 2년 여 사귀었던 그 여학생에게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하지 못한 채 그렇게 헤어졌었다. 사랑하지 못하고 사랑받기만 원했기 때문이리라.


(사진, 사랑은 숙제 206쪽)


회복탄력성


오래 전에 연세대학교 김주환 교수의 북콘서트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회복탄력성>이란 책을 출간하면서 마련한 자리였다. 당시 난 소유중인 서울의 고가 아파트가 경매로 넘어가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고 있었다. 사업을 하는 후배에게 이 아파트를 담보 제공했다가 믿는 도끼에 발등이 찍힌 꼴이 되고 말았던 것이다.


국내 최초로 이 개념을 제시하면서 교육계와 심리학계에 크게 주목받고 있어서 뭔지 몰라도 심리적으로 나에게 도움이 될까 싶어서 한 수 배우겠다는 심정이었다. 어려움을 이겨낸 사람들의 사례가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했지만 나에겐 마치 ‘마이동풍’처럼 여겨졌다.


당시 난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였기에 실패를 회복하기엔 너무 늦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여전히 젊다면 툴툴 털고 긍정적인 태도로 미래를 도모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기엔 너무도 난 힘이 없었다. 주식의 귀재 워런 버핏이 고령자는 투자손실의 회복이 어렵기 때문에 주식투자를 해선 안된다는 조언이 내 귓가를 맴돌았다. 실패도 다 때가 있는 법이다.


실패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고난과 역경을 직면했을 때

빠르게 털고 일어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다.

비록 이번 일은 성공하지 못했지만 새로운 걸 배웠으니

다음에는 오늘보다 더 잘 해낼 것이다!

(255쪽)


지금 이 순간의 행복에 집중하기


사람들은 왜 여행을 할까? 다소 늦은 나이에 세희가 깨달은 사실이 있다면 ‘여행은 현재를 살게 한다’는 것이다. 여행지에서의 우리는 내일을 위해 오늘을 희생하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 보고 느끼는 행복에 집중한다. 그렇기에 미래에 대한 걱정도, 불안도 없다. 그렇다고 ‘여행하는 삶이 최상’이라고 여기지는 말자.


(사진, 여행하듯 살아보기 3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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