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터 - 가족들은 당황했고, 엄마는 당연했던
박지현 지음 / 아홉프레스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딸의 시선으로 바라본 엄마의 일상을 서술한 이 책의 소제목은 ‘엄마는 당연했고, 가족들은 당황했던’이라고 표현되어 있다. 이는 당연하게 엄마에게 찾아온 갱년기에 관한 이야기로 에세이 형식을 취하고 있다.


그런데, 도서의 제목인 #스키터가 도무지 무엇인지 너무도 궁금해 검색해보기 시작했다. 내가 모르는 병명病名인가 하고서. 모기 알레르기를 겪는 사람들에게 ‘스키터증후군’ 환자라고 부른다는 설명이 있긴 있다.


스키터skitter : 잽싸게 달리다


모기한테 물려서 유난히 피부가 부풀어 올라 화끈거림에 고생하는 환자를 부르는 용어이므로, 도서제목의 의미와는 ‘관계 나씽’인게 분명해 보여 영어 단어의 의미로 접근하는 게 맞는 듯하다. 아마도 불현듯 찾아와선 빠르게 지나가버린 엄마의 갱년기에 대한 표현인 듯싶다.


(사진, 책표지)


책의 화자話者는 딸이다. #엄마의 일상에 큰 변화가 온 것을 깨닫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평소 모습과는 영 딴판임을 금새 알아차릴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예를 들면 혼자 티브이를 시청하는 시간이 늘어났고, 음량마저 점점 더 커져갔던 것이다.


마치 #엄마는 자신에게 누군가 말 한마디라도 건네주길 바라는 심정으로 마치 시위라도 하는 모양새였다. 그럼에도 화자는 그 시끄러운 소리를 무심하게도 자장가 삼아 잠에 들었다. 같은 하늘 아래 한 지붕 밑에 살면서 얼굴 한 번 보지 못하고 말 한 번 나누지 않는 날이 일주일 중 반 정도였다. 이런 무심함은 #갱년기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었던 셈이다.


(사진, 갱년기와 갱년기우울증. 15쪽)


엄마는 사남매 중 맏이였다. 아현동 굴다리 옆 작은 집엔 매일 아침 노란 양은 도시락 네 개를 쌓아두고 아침을 준비하는 할머니와 동생의 등교 준비를 도와 옷을 입혀주고 책가방을 챙겨주는 어른 같은 아이였다.


할머니는 매일 밤 동생들을 재우고 나면 엄마를 공부시켰다. ‘맏이가 잘돼야 동생들도 잘된다’는 신조 때문이었다. 점점 무거워지는 눈꺼풀의 힘을 이겨내려고 눈을 비비며 공부하다 보니 한참 늦은 취침임에도 이른 아침을 맞이해야만 했다. 하고 싶고 먹고 싶은 것들이 많아도 이를 동생에게 양보하는 일에 익숙했던 엄마는 성인이 되어 같은 동네에서 자란 동갑내기를 중매쟁이를 통해 알게 된 후 몇 달 연애 끝에 결혼했다. 스물일곱 살이었다.


아빠는 삼형제 중 둘째였고 아현동에서 가구점을 운영하는 할아버지 밑에서 일을 배우고 있었다. 엄마도 결혼 후에 가구점 일을 돕고 있었다. 엄마는 독했다. 결코 포기하는 법이 없었다. 눈치도 빨라 가구점 직원들에겐 늘 친절했다.


첫 아이가 생기자 아빠는 작명을 위해 교보문고를 삼일 주야로 드나들며 이름짓는 법을 공부했다. 나 또한 첫 딸을 얻었을 때 서울 강남역 인근 대형 서점에서 작명법 도서를 구입해 여러 날 독학으로 사주명리를 공부하면서 이름을 지었던 옛일이 떠오른다.


(사진, 엄마의 행동 변화들.34쪽)


#갱년기가 찾아온 엄마의 모습은 처음에 ‘불안’ 그 자체였다. 딸인 화자였기에 그나마 섬세한 감정으로 이를 캐치할 수 있었을 것이다. 불안감이 엄습함에도 곁에는 아무도 없다는 생각 때문에 성질이 점점 날카로워져 갔다.


이렇게 변한 엄마의 행동과 성질을 지켜보는 #가족들의 마음도 편안할 리 없다. 모두 함께 이를 극복할 수 있도록 협조하고 도와줘야 한다. 지금껏 그저 그렇게 지냈던 일상의 모습에 조금씩 변화를 주자. 비록 시시콜콜할지라도 대화를 늘리고 함께 식사를 준비하며 외톨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자. 이런 과정이 이어지면서 #갱년기를 겪던 엄마는 점점 차분해진다. 책의 제목처럼 잽싸게 사라질 것이다.


(사진, 식사 시간.129쪽)


“모든 엄마가 겪는다는 갱년기를 지켜본 딸이 써내려간 이 에세이의 일독을 권하고 싶다.”


#스키터 #박지현 #아홉프레스 #가족 #엄마 #갱년기 #갱년기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