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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의 옥편 - 내 안의 가능성을 깨우는 리더의 성공 비책
김성곤 지음 / 김영사 / 2024년 2월
평점 :
크고 작은 조직을 이끌어가는 리더는 자신의 언어의 힘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조직 구성원들을 격려하고 때론 설득해야 한다. 때론 대중 앞에서 연설해야 하고 때론 붓을 들어 글로 표현해야 한다. 모두 언어의 힘이 절실한 순간들이다. - ‘저자의 말’ 중에서
그렇다. 이처럼 설득력과 표현력을 고민할 때 도움을 주는 사자성어四字成語는 대체로 옛 고사의 일화가 담겨서 우리들에게 깨달음과 통찰력을 제공한다. 이 네 글자의 힘은 중국의 오랜 역사 속에서 탄생한 인문학의 결정체인 고사성어이다.
열국列國 간의 전쟁 이야기, 명군明君과 혼군渾君 그리고 충신과 간신이 펼치는 처세와 난세의 이야기, 또 정치, 경제, 문화, 예술 등 각 방면의 특출한 인물들이 일으킨 사건 등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의 연속이다. 이런 이야기 속에서 건져 올리는 게 바로 교훈이다.
고전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빼어난 안목으로 명강의를 펼치는 책의 저자인 김성곤 교수는 이미 여러 기업들의 대표와 임원들로부터 찬사를 받아온 삼성경제연구소 SERICO의 대표 강사로, 이 책에서 총 8장에 걸쳐 65강講을 펼친다. 이제, 책 속으로 들어가 보자.
검이양덕儉以養德
이는 ‘검소함으로 덕德을 기른다’는 뜻이다. 나 어릴 적에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말 ‘근검절약勤儉節約’이란 말 중에서 검소함이란 단어와는 맥을 같이 한다. 하지만 절약을 실천하기란 그리 쉽지 않다. 내 주위를 둘러보면 온통 비교 대상인 ‘물질 만능주의’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거로 돌아가 검이양덕의 탄생지인 중국 춘추전국시대에는 어떠했을까? 노魯나라의 실권자 계문자季文子는 모든 일을 결정할 때 삼세번을 생각했을 정도로 신중한 인물이었다. 그래서 공자로부터 지나치다며 두 번만 생각해도 된다고 비판까지 받았다.
검소하기로 유명했던 계문자의 가족들은 어느 누구도 비단옷을 입지 않았다. 모두 거친 삼베옷을 입고 지냈다. 집에서 기르는 나귀나 말馬에게도 곡식 대신 풀을 뜯어다 먹였다. 이에 어떤 사람이 나라의 재상으로서 너무 격이 떨어진다고 핀잔을 주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사진, 계문자)
계문자의 인색함을 비난하려던 사람들이 이 말에 오히려 감동을 받고 그의 행동과 생활 방식을 본받아 검소한 생활을 시작했다. 이런 사람들이 하나둘 계속 늘어나면서 노나라는 근검절약의 기풍이 크게 진작되었다고 한다.
검려기궁黔驢技窮
‘검은 나귀의 재주가 다했다’는 뜻이다. 이는 당송唐宋 팔대가 중 한 명인 당나라 유종원이 쓴 <삼계三戒>의 ‘검지려黔之驢’가 출처이다. 검은 나귀의 재주는 어떠했으며, 왜 그 재주가 다했는지 이야기를 들어보자.
옛날 중국 귀주에는 나귀가 없었다. 장사꾼 한 사람이 외지에서 나귀를 보고 하도 신기해서 덩치가 큼지막한 나귀 한 마리를 구입해 고향 마을로 끌고 왔다. 정작 이 나귀의 활용법을 몰라서 마을 남쪽 산기슭에 풀어두었다.
어느 날, 먹이를 찾아 산에서 내려온 호랑이가 덩치가 큰 나귀를 발견하고선 처음엔 잔뜩 겁을 먹고 숲덤불에서 계속 지켜보다가 서서히 나귀에게 접근했더니 처음 들어본 큰 소리로 나귀가 울부짖는 바람에 호랑이는 혼비백산하여 산으로 도망치고 말았다.
며칠이 지나 호기심 많은 호랑이는 용기를 내어 다시 접근했더니 이제 여유만만한 나귀는 큰 소리를 내지도 않아 전혀 위협적인 모습이 아니었다. 이에 호랑이는 앞발로 나귀의 엉덩이를 툭 건드려보니 뒷발질로 공격을 해왔다. 가볍게 이를 피한 호랑이가 계속 도발해봐도 나귀는 겨우 뒷발질하는 재주 뿐이었다. 이를 완전히 파악한 호랑이는 가볍게 나귀의 숨통을 끊어버리고 신선한 고기로 자신의 배를 채우고 그 현장을 유유히 떠났다.
위 이야기를 통해 무엇을 느낄 수 있는가. 세상엔 이처럼 잘난 척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 진면목을 모를 때 겉모습만 보고 우리들이 느끼는 잘못된 감정일 뿐이라는 사실이다. 화려한 조명을 받고 팬덤들의 박수갈채 속에 감춰진 그 민낯이 드러나는 순간, 우리들이 느끼는 허망함은 얼마나 크겠는가 말이다. 속빈 강정을 바라보는 심정 아니겠는가? 지금 대한민국 국민들이 최근 경험한 젊은 축구 천재 이강인에게서 느끼는 바와 흡사할 듯하다. 그렇다. 하찮은 재주에 기고만장 하지 말라는 가르침이 담겨 있다.
고산유수高山流水
단순히 직역하면 ‘높은 산 흐르는 물’이다. 그러나 이와 관련한 고사는 그런 의미가 아니다. 이 사자성어는 중국 정鄭나라의 은자隱者이자 도가道家 사상가인 열자의 책 <열자列子>에 나오는 고사에서 비롯된 것으로 중국 춘추시대의 ‘거문고 명인’ 백아伯牙가 창작했던 높은 수준의 음악이 바로 고산유수이며, 이를 알아주는 사람을 만나기가 어렵다는 뜻이 함께 내포되어 있기도 하다. 그 이야기를 함께 살펴보자.
백아는 배를 타고 장강長江을 여행 중이었다. 배가 갑자기 큰 폭풍을 만나 급히 무한武漢 근처 강 포구에서 폭풍이 지나가길 기다렸다. 날이 좋아져서 배가 다시 떠날 무렵 백아는 인근 풍경 좋은 곳을 두루 구경했다. 황홀한 풍경에 창작 욕구가 동하였다. 그는 거문고를 무릎에 놓고 무아지경으로 연주했다.
연주가 끝나자 누군가가 외쳤다. “절묘하고 절묘하도다!” 마치 높이 솟은 태산의 수려한 산봉우리들이 끝없이 펼쳐지는 것 같구나라는 소리에 놀라 둘러보니 촌부가 서 있었다. 설마 이 사람이 내 음악을 이해했을까 싶었다.
이번에 백아는 거세게 흘러가는 장강을 주제로 거문고를 타기 시작했다. 마치 강물처럼 휘몰아치기도 하고 맑은 여울처럼 영롱하게 잦아들기도 하면서 급하지 않고 느릿하게 펼쳐졌다. 연주가 끝나자 아까 그 촌부가 “마치 장강이 하늘로부터 흘러 내려오는 듯 거침이 없구나!”라고 감탄했다. 촌부의 평가에 오히려 백아가 놀라 일어나서 인사했다. 평생 이런 귀 명창은 처음이라며 이름을 물으니 종자기鍾子期라고 자신을 밝혔다.
이후 둘은 절친이 되었다. 백아는 출발하려던 길을 멈추고 한동안 종자기와 거문고 교유交遊를 즐겼다. 1년 후 다시 만나기로 하고 떠났던 백아가 나중에 찾았을 때 이미 종자기는 저 세상 사람이었다. 백아는 종자기의 무덤을 찾아가 자신의 창작곡을 연주한 뒤, 거문고를 부수어버리고 무덤을 떠났다.
이 고사에서 나온 말이 지음知音인데, ‘자신을 가장 잘 아는(이해하는) 진실한 벗’을 가르킨다. 또 ‘고산유수’란 높은 수준의 음악을 의미하며 그 속엔 지음, 즉 진정한 벗을 만난다는 것은 어렵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는 셈이다.
지음은 경청에서 비롯된다. 대충 들으면 중간에 발걸음을 돌릴 수도 또는 무슨 곡이냐고 물으며 중간에 연주를 끊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행동을 보이는 사람들을 우린 많이 그리고 자주 만난다. 반면 종자기는 그 연주가 끝날 때까지 집중해서 듣고 곡을 마쳤을 때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나의 지음은 이혼한 전 아내였다고 이 자리를 빌어 고백한다.
“벗이 멀리서 찾아오니 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 공자
책은 65강講을 통해 중국의 고사와 함께 네 글자四字의 의미를 해석해준다. 이 속에서 우리들은 마치 목마른 사람이 우물에서 시원한 물을 얻는 것처럼, 어려움에 처한 난관을 이겨낼 수 있는 지혜를 길어올릴 수 있도록 돕는다. 내 곁에 두고서 수시로 펼쳐볼 수 있는 이 책을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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