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펜하우어의 논쟁에서 압도적으로 이기는 38가지 기술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지음, 최성욱 옮김 / 원앤원북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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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는 객관적으로 옳고 그름을 고려하지 않는 논쟁기술들을 보여줄 것이다. 객관적 사실이라는 문제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확실하게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무엇이 옳은지는 논쟁이 끝나야 비로소 판가름 날 것이다. - ‘프롤로그’ 중에서




철학자 아르투어 쇼펜하우어(1788~1860년)는 토론을 칼 대신 머리로 하는 ‘검술’이라고 정의하면서 토론에선 결투에 임한 검객처럼 상대를 날카로운 말로 찔러 쓰러뜨리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토론을 학문의 영역에 한정하지 않는다면 이보다 적절한 비유가 없다. 온갖 비열한 공격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하고, 반증의 여지를 남기지 않은 채 상대방의 주장을 공격함으로써 승자가 되어야 한다.


이 책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논쟁에서 승리하는 기술을 담았다. 하지만 오로지 그것만을 강조한 책은 결코 아니다. 쇼펜하우어는 당신이 논쟁에서 쏟아져 나오는 간계의 실체를 속속들이 들춰냄으로써 상대방의 기만책을 감지하고, 물리치기를 소원했다.


사실 논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우선 신중하게 생각하고, 합리적인 주장을 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인간은 타고난 허영심과 함께 우둔함과 경솔함까지 타고났다. 우리의 어리석은 주장은 상대방의 반박을 받아 마땅하지만, 우리는 상대의 반증을 받아들임으로써 상대가 나보다 똑똑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려고 하지 않는다.


책은 강하게 공격하는 기술, 더 강하게 반격하는 기술, 결론을 이끌어내는 기술, 위기에서 탈출하는 기술 등 전체 4부로 구성되어 총 서른여덟 가지의 논쟁술을 우리들에게 알려준다. 한편, 책의 역자 최성욱은 오직 논쟁에서 이기는 기술만을 강조한 게 아니라, 논쟁과 토론에 개입하는 간계奸計의 실체를 들춰내는 쇼펜하우어의 속 깊은 의도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자신의 권위를 최대한 활용한다


이 기술은 존경심을 이용한 논증방법이다. 여러 근거를 나열하는 대신에 자신이 누리고 있는 권위를 이용하면 된다. 고대 로마제국의 철학자 세네카(기원전 4년 추정~65년)는 “사람들은 누구나 스스로 판단하기보다는 남의 말을 그냥 믿으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마치 그런 권위가 있는 것처럼 행세하며 전혀 다른 의미나 연관관계를 주장했던 것을 인용해야 한다.


상대방이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분야의 권위는 대개의 경우 뛰어난 효과를 발휘한다. 교양이 부족한 사람이라면 아무런 뜻도 없는 희랍어나 라틴어 몇 마디에도 존경심을 느끼기 마련이다. 이처럼 교양이 떨어지는 사람들 대부분은 독서와 별로 친하게 지내지 않으며, 심지어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도 모른다.


(사진, 권위)


상대방의 침묵은 곧 약점이다


질문이나 논거에 대해 상대방이 직접적인 대답이나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다른 내용을 질문하거나 간접적인 답변이나 내용과 전혀 관계가 없는 말로 피해나가면서 다른 곳으로 화제를 전환하려고 할 때가 있다. 이는 우리가(미처 알지 못하는 사이에) 상대방의 약점을 건드렸다는 확실한 신호다.


즉 이것은 우리의 질문이나 논거 때문에

그의 말문이 막혔다는 증거다.


상대방의 언행이 모순되는 지점을 찾는다


이 기술을 사용하면 상대방의 주장을 저지할 수 있는 트집거리 하나 정도는 만들어낼 수 있다. 예를 들어, 토론 상대방이 자살을 옹호하는 발언을 한다면 즉각 상대에게 “그러면 왜 당신은 목을 매지 않습니까?”라고 반박하면 된다.


상대방이 어떤 주장을 펼칠 때 우리는 그의 주장이 어떤 방식으로든 이전에 주장했거나 시인했던 내용과 모순되지 않는지, 혹은 그가 칭송하고 인정하는 학파나 종파의 원칙, 또는 이 종파의 신봉자들의 행동, 심지어 진실하지 못한 사이비 추종자들의 행동이나 그런 주장을 펴는 상대방의 행동과 모순되지 않는지 조사해봐야 한다.


상대방의 궤변에는 궤변으로 맞선다


상대가 겉으로만 그럴듯하게 보이거나 궤변에 가까운 논증을 펼치고 있을 때 우리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그냥 내버려둬도 궤변임을 다른 모든 이들도 다 알아채므로 무대응을 해도 무방할까? 아니다. 마찬가지로 겉으론 그럴듯한 궤변에 가까운 반증으로 맞서는 게 효과적인 방법이다.


중요한 것은 진리가 아니다.

이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똑같이 그것을 논쟁 상대와 연관된 반증으로 물리치는 것으로 충분하다. 사안의 진위를 밝히기 위해 오랜 시간 논쟁을 벌이는 것보다 가능하면 논쟁 상대와 연관된 화술을 구사하는 것이 시간 절약의 측면에서 훨씬 더 효율적이다.


(사진, 궤변)


결론을 이끌어내는 질문은 두서없이 한다


필요한 질문은 체계적이며 질서정연하게 할 것이 아니라 중구난방衆口難防으로 하라. 이렇게 하면 상대방은 그 질문을 통해 우리가 무엇을 원하는지 눈치채지 못한다. 이에 대해 아무런 사전대비를 못하게 된다.


반면 우리는 상대의 답으로부터 얻어낸 것을 이용해 여러 가지 결론을 이끌어낼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선 상대의 대답을 이용해 정반대의 결론을 도출할 수도 있다. 이 기술은 상대에게 자신의 기술을 위장하는 방법이다.


질 것 같으면 진지한 태도로 갑자기 딴소리를 한다


논쟁 중에 질 것 같은 예감이 들면 재빨리 화제의 전환을 시도해야 한다.


전환된 화제가 지금까지 진행된 논쟁 내용과 연관된다면 화제의 전환은 겸손하면서도 조심스럽게 이뤄지겠지만, 전환된 화제가 논쟁 내용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고 오로지 논쟁 상대방하고만 연관될 때 화제의 전환은 매우 뻔뻔스럽게 이뤄질 것이다.


인신공격은 최후의 수단이다


상대방이 탁월하여 도저히 이길 수 없다고 판단될 때 사용하는 기술이 바로 인신공격이다. 공격의 핵심은 논쟁 내용을 떠나 상대방의 인격을 공격하는 데 있다. 객관적인 내용을 완전히 무시한 채 인격을 공격 목표로 삼는다. 여의도 정치판의 논쟁에서 종종 이런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사진, 뒷표지)


논쟁적 토론술이란?


토론술과 논리학이란 말은 고대로부터 동의어로 사용되었다. 그래서 논리학은 이성의 합리적 작용방식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으로, 토론술은 논쟁하는 기술로 정의되면 좋겠다. 따라서 어떤 외압에도 흔들리지 않는 이성적인 존재로서 인간이 진리를 찾기 위해 고독하게 숙고할 때 논리학을 이용한다. 반면에 토론술은 두 명의 이성적인 사람들이 동일한 테마에 대해 서로 다른 의견을 갖고 있을 때 일어나는 논쟁, 즉 정신적인 싸움을 주로 다룬다. 바로 논쟁적 토론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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