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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우의 인물지 - 유소 『인물지』 완역 해설
이한우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7월
평점 :
<인물지>는 중용中庸을 갖춘 사람을 최고로 평가하고 불벌不伐을 결론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철저하게 공자적인 사고를 수용한 책이라 할 수 있다. 일부 도가적인 개념을 사용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 또한 책의 골격을 흔드는 차원이 아니라 유가적 틀을 일부 보완하는 정도에 그칠 뿐이다. - ‘들어가는 말’ 중에서
책은 총 12장으로 구성되었는데, 그 주된 주제는 ‘뛰어난 신하를 어떻게 알아볼 것인가?’, 공자의 평생 관심사인 ‘군군신신君君臣臣’, 결론이라고 말할 수 있는 ‘뛰어난 임금, 뛰어난 신하가 만나야 한다’ 등이다.
공자의 <논어> ‘위정’ 편엔 사람을 알아보는 법이 기술되어 있는데, 이는 ‘하는 행동을 보고, 왜 그렇게 했는지를 살피고, 그가 무엇을 편안해하는지를 꿰뚫어 보라’는 것이다. 즉, ‘보고, 살피고, 꿰똫어 본다’는 3단계의 시관찰視觀察을 언급한 것이다.
이처럼 예로부터 인물을 알아보는 일이 매우 중요함을 인식하고 있었다. 요堯임금은 여러 사람들로부터 신분은 미천할지라도 뛰어난 인물이라는 우순을 천거받아 두 딸을 한꺼번에 시집보내어 됨됨이를 직접 시험해 보았다. 즉 평민인 순舜이 과연 두 딸을 자신의 부인으로 대하는지와 두 딸을 아내로 삼아 무탈하게 잘 지내는지를 살펴보았던 것이다. 이같은 시험을 통과한 순은 나중에 임금이 된다.
<인물지>의 의미
이 고전은 위나라의 명신名臣 유소劉邵가 저술한 인사 교과서이다. 중국의 패권을 다투던 삼국시대(위, 촉, 오)에 최고 의사결정권자를 위한 인사 교과서로 만들어진 책이다. 유소는 이 책에서 사람은 타고난 성정과 재질이 다르고 배움 또한 제각각이므로 적재적소에 사람을 쓰는 것의 어려움과 중요함을 이야기한다.
참고로, 삼국시대의 천재 전략가 제갈량(181~234년)도 <지인성知人性>이라는 글에서 사람을 알아보는 일곱 가지 도리를 제시했다. 이는 아래의 내용인데 대부분 현대사회에서도 유효한 것들이라고 보여진다.
어떤 일을 물어 대답의 옳고 그름을 통해 속마음을 살핀다.
말로 궁지에 몰아 대처하는 임기응변을 살핀다.
계책을 말하게 한 후 식견의 깊이를 살핀다.
재난이 났다고 말해 그 용기를 살핀다.
술에 취하게 만들어 밑바닥 성품을 살핀다.
재물로 유혹해서 청렴함을 살핀다.
어떤 일을 하기로 약속해 신뢰성을 살핀다.
아홉 가지 징후
우리들은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 나름대로 이 사람을 평가하면서 살아간다. 흔히 첫인상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런 첫인상을 결정하는 요소는 무엇일까? 누군가는 외모가 80% 좌우한다고 말하지만, 사람마다 그 기준이 제각각이므로 이는 다분히 주관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인물지의 첫 장은 구징九徵이다. 이는 외부로 드러난 아홉 가지 징후를 말하는데 사람들의 타고난 성정과 재질은 아홉 가지 형태로 표출되므로 이를 잘 관찰하면 그 사람을 대체로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신태神態~ 균형과 치우침
정기精氣(눈빛)~ 총명과 우매
근육~ 용감과 겁약
골격~ 강인함과 유약함
혈기~ 성격의 조급함과 안정감
안색~ 근심과 기쁨
의표儀表~ 흐트러짐과 단정함
얼굴~ 간사함과 정직함
말투~ 느긋함과 조급함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겉모습만 보고 사람 됨됨이를 판단하라는 게 아니라 타고난 바탕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내면의 ‘정신’이라는 개념인데, 자연스럽게 외부로 드러나므로 감별에 있어서 가장 기초적인 전제인 셈이다.
체별體別
이는 인재의 내면 관찰에 해당한다. 즉 사람마다 제각각인 성정의 유형을 열두 가지로 분류한다. 각각의 특성엔 장단점이 있다. 이는 다음과 같다.
남의 잘못을 들춰내고 헐뜯는 것은 굳세고 엄격함에서 생겨난다.
의심이 많은 것은 남을 지나치게 품어주거나 마음이 나약함에서 생겨난다.
법을 우습게 여기는 것은 호걸스럽고 사나운 데서 생겨난다.
매사 의심하며 어려워하는 것은 두려워하고 조심하는 데서 생겨난다.
매사 자기 마음대로 하려는 것은 굳건하고 끈질긴 데서 생겨난다.
남을 깔보며 말로만 떠들어대는 것은 말재주를 잘 부리는 데서 생겨난다.
어지럽고 흐리게 행동하는 것은 두루 주선해주는 데서 생겨난다.
좀스럽고 작은 일에 갇히는 것은 깐깐하고 정결한 데서 생겨난다.
엉성하고 덤벙거리는 것은 작은 일에 구애되지 않은 데서 생겨난다.
굼떠서 일을 지체시키는 것은 침착하고 고요한 데서 생겨난다.
속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것은 순진한 데서 생겨난다.
우물쭈물하며 뭔가를 숨기거나 원칙을 어기는 것은 속내를 잘 숨기는 데서 생겨난다.
<인물지>가 말하려는 핵심은 성정에 양면성이 있는 것처럼, 그 사람이 하는 일에도 항상 득과 실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득실을 잘 이해하는 것이 바로 용인술用人術의 출발점이라는 사실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 가지 재질에만 두드러진 편재偏材에 해당된다. 배움을 통해서도 편재의 성정이 쉽게 바뀌지 않는다. 타고난 성정의 단점을 인정하고 스스로 극복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 이런 때 코칭과 멘토가 필요한 것이다.
재리材理
무릇 이치에는 네 가지 부문이 있다. 즉 도리의 이치(道), 마땅함의 이치(義), 일의 이치(事), 정감의 이치(情) 등 네 가지를 가리킨다. 이는 바로 세상을 이해하는 네 가지 이치인 것이다.
사람은 말 속에서 자신의 특성을 드러낸다. 즉 사람의 타고난 성정의 차이는 사물의 이치를 이해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치며 또한, 말이나 글로 자신을 표현할 때도 그대로 드러난다. 책은 아홉 가지의 특성을 언급한다.
굳세지만 대충대충 하는 사람은 미세한 일을 처리할 줄 모른다.
엄정함이 지나친 사람은 자신을 굽힐 줄 모른다.
고집스럽고 강경한 사람은 사실을 따지지를 좋아한다.
말재주가 좋은 사람은 말만 거창하지 주도면밀하지 못하다.
이랬다저랬다 하는 사람은 제대로 깊게 생각하지 못한다.
이해력이 낮은 사람은 어려운 일을 깊이 생각하지 못한다.
너그러운 사람은 민첩하지 못하다.
온유한 사람은 함을 써야 할 때 제대로 강함을 발휘 못한다.
기발함을 좋아하는 사람은 제멋대로 기발한 것만 찾아다닌다.
사이비 인재 유형
나오는 대로 떠드는 사람
알고 있는 이치는 적으면서 말이 많은 사람
왜곡된 말로 상대의 뜻에 영합하는 사람
남의 얘기를 다 듣고 판단하는 것처럼 가장하는 사람
어려운 문제를 회피하고응답하지 않는 사람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말로만 이해했다는 사람
이기려는 마음 탓에 묘한 말로 핑계를 대는 사람
마음은 평안하고 뜻은 평탄해 무조건 이리로 가야 한다는 것도 없고 무조건 저리로 가면 안 된다는 것도 없으니[無敵無莫] (옳고 그름이란 도리에 달렸으니 이기기를 탐함으로써 유명세를 구해서는 안 된다.) 도리를 얻기를 기대할 뿐이다. (그래서) 이런 사람과는 세상 경영[經世]과 백성 다스림[理物=治人]에 관해 더불어 논할 수 있다[與論=與議]
접식接識(사람을 알아보는 법)
인재를 처음 접했을 때 그 사람의 재질과 능력을 식별하는 방법을 설명한다. 특히, 흔히 범하는 실수(잘못)과 그 원인을 제시한다. 무릇 사람이란 처음엔 알아보기가 매우 어렵다. 그래서 누구나 실패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자기와 같은 재질을 가진 사람의 좋은 점은 능히 알아차리지만{본성상 모책을 생각하는 데 장점이 있는 사람은 책략을 잘 꾸미는 사람을 좋게 여긴다.} 간혹 자기와 도량이 다른 사람의 아름다운 점을 놓치곤 한다.
흔히 사람은 유유상종한다고 한다. 즉 사람은 누구나 자기와 비슷한 사람을 좋아한다. 자신의 성정과 생각을 기준으로 다른 사람을 판단하고 호불호를 결정한다. 친구를 사귀는 일이든, 인재를 추천하고 등용하는 일이든 간에 말이다.
그렇다. 상대방을 올바로 알려고 하지 않고 자신의 관점으로만 상대를 보려하는 편재를 경계해야 한다. 그런데, 더욱 주의해야 할 점은 따로 있다. 인간의 마음에 살고 있는 질투심이란 독약을 말한다. 예를 들자면 동문수학한 한비자가 진나라왕에게 등용되자 이사는 자신의 자리가 위협받는다고 느껴 한비자를 참언하여 결국 죽이고 만다.
칠무七繆(일곱 가지 잘못)
명예를 살피면서 편파적이 될 수 있는 잘못
사람을 대하면서 사랑하고 미워함이 뒤바뀌는 잘못
남의 마음을 헤아리면서 도량의 크고 작음을 헷갈리는 잘못
남의 바탕을 품평하면서 빠르고 늦음을 그릇 판단하는 잘못
자기와 같은 유형만 좋아할 수 있는 잘못
신세가 펴지거나 쪼그라드는지를 오판하는 잘못
매우 뛰어난지 허황된지를 판별 못하는 잘못
사람을 잘 알아보는 자는 자기가 직접 본 것을 갖고서 남에게서 들은 것을 바로잡지만{남의 말을 들었더라도 항상 자기 눈으로 그것을 바로잡는다.}, 사람을 잘 볼 줄 모르는 자는 남에게서 들은 것을 갖고서 자기가 직접 본 것을 내팽개친다.
석쟁釋爭(다투는 마음을 내려놓아라)
군자는 스스로 덜어내는 것이 더해줌이 된다는 것을 알기에 공로가 하나여도 두 가지 찬미를 얻게 되고(스스로 덜어내면 일을 행하는 것이 이뤄지고 명성이 세워진다.), 소인은 자기를 더해줌이 덜어냄이 되는 것을 알지 못하기에 한 번 자랑하다가 (공로와 명예) 두 가지를 아울러 잃게 된다. (스스로 자랑하면 일을 행하는 것이 허물어지고 명성이 손상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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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