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위로 - 답답한 인생의 방정식이 선명히 풀리는 시간
이강룡 지음 / 한빛비즈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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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에 접어든 나는 그동안 쌓은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지금까지 겪었던 일들과 공부했던 것들이 따로 떨어진 것이 아닌 서로 연결된 것임을 알게 되었다. 수학과 물리학이 서로 연결돼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물리학은 화학과, 화학은 생물학과, 생물학은 뇌과학이나 심리학과, 심리학은 인문학과, 인문학은 우리의 사고 활동, 우리의 삶과 깊이 연관된다는 점을 깨달았다. 모든 앎은 이어져 있으며 나와 여러분도 서로 이어져 있다. - ‘프롤로그’ 중에서




인문학 작가 출신인 저자가 나이 마흔 무렵 과학 공부를 시작하면서 과학의 위대함과 경이로움을 몸소 느꼈다. 새로운 지식을 알아가는 것만큼 가슴 떨리는 일이 있겠는가. 무궁무진한 지식의 세계를 탐험하면서 저자가 느꼈을 떨림을 총 4개의 장으로 구성된 책으로 만나 본다.


어둠의 의미


“인생의 반고비에 어두운 숲속에 있었다.”


단테의 서사시 <신곡>은 스승 베르길리우스의 안내로 제자 단테가 지옥, 연옥, 천국을 찾아가는 이야기인데,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된다. 당시의 단테는 30대 중반이었는데 그 시절의 평균 수명을 감안하면 인생의 반고비가 틀린 말은 아닌 듯하다.


요새 나이로 따지자면 마흔 정도일 듯 싶다. 공자 말씀에도 마흔쯤 되면 불혹不惑이라고 했으니 누구나 인생의 반고비를 살았다는 생각이 들만 할텐데, 살아온 시절을 되돌아보면 세상살이가 참으로 복잡다단하다는 느낌마저 들 것이다.


어두움이란 삶의 과정에서 겪는 어려운 시절이나 역경을 상징하는 은유어인 셈이다. 어두움을 헤쳐나오면 빛을 만나게 되고, 삶은 다시 환하게 밝혀진다. 또 빛과 어둠은 강렬한 대비를 보여준다. 빛은 지혜와 최고를, 어둠은 무지와 밑바닥을 상징한다.


살다 보면 조금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길이 결국 최적의 경로였던 경우가 많다. 삶의 최적 경로는 직선거리와는 거리가 멀다. 언제나 곧은길로 앞으로만 나아가며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하지만, 돌아보면 삶의 여정은 무수히 많은 구불구불한 곡선들로 가득 차 있다.


돌아가는 길이 결국 지름길이다


등산할 때의 산행길를 떠올려보라. 직선거리이지만 올라가기엔 매우 힘들고 어려운 길이 있고, 비록 직선거리가 아니라 좀 돌아가지만 결국엔 더 빨리 오를 수 있는 길이 있다. 두 길 중에 어떤 길을 선택하겠는가? 지혜로운 사람은 당연히 더 빨리 갈 수 있는 우회 경로를 택할 것이다. 이처럼 돌아가는 길을 선택해야 결국엔 돌아가지 않게 된다.




현재 시점에서 늘 과거 모습을 보며 살아간다


태양에서 출발한 빛이 지구인인 우리의 눈까지 도달하려면 8분 정도 걸린다. 그러니까 우리는 언제나 리얼타임의 태양이 아닌 8분 전의 태양을 바라보고 있는 셈이다. 우리가 책을 보는 것도 사랑하는 가족을 바라보는 것도 엄밀히 말하면 모두 과거의 모습을 보는 것이다.


마치 SF 영화의 한 장면처럼 만약에 태양이 폭발하거나 갑자기 사라진다면 사랑하는 이들과 작별 인사를 할 수 있는 시간은 과연 얼마나 될까? 이를 과학적으로 답하자면 불과 8분밖에 안 된다. 밤하늘에서 우리가 보는 별빛도 까마득한 과거의 모습들이다. 현재 그 별이 소멸되었을지언정 우리들의 눈에는 당분간 여전히 빛나는 밤하늘의 별일 거라는 사실이다. 즉 과거 시점에서 출발한 빛이 현 시점의 지구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만큼 유예되는 셈이다. 이렇게 설명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과학의 경이로움이다. 과학적 시간 개념에서 바라본다면 우리들의 생애도 ‘찰나의 순간’일 뿐이다.


물체의 본성, 정지인가 움직임인가?


질문을 해보자. 물체는 정지한 상태가 자연스러운 것일까, 아니면 계속 움직이는 상태가 자연스러운 것일까?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모든 물체는 움직이다가 결국 멈추게 되므로 정지 상태가 물체의 본성이라고 생각했다. 우리가 딛고 있는 땅은 정지한 상태, 즉 가장 자연스러운 상태에 있으므로 주변 하늘이 우리를 기준으로 빙글빙글 돈다고 여겼을 것이다.


하지만 갈릴레이는 움직이는 물체에 따로 멈추는 힘을 가하지 않으면 움직이던 물체는 영원히 움직일 거라고 생각했다. 눈앞에 보이는 현상이 아니라, 그 현상의 배후를 생각했던 것이다. 인위적인 힘을 가하지 않으면 움직이던 물체는 계속 움직이는 것이 자연스러우므로 지구 역시 일정하게 계속 움직이고 있는 중이라고 여겼을 것이다. 보는 관점에 따라 보이는 게 달라진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왜 멈추는가?’ 하고 물었다면 갈릴레이는 ‘왜 안 멈추는가?’ 하고 물었기에 올바른 원리를 본 것이다.




1광년은 얼마나 되는 거리인가?


“무거운 물체는 시공간을 출렁이게 한다.”


아득히 먼 곳, 13억 광년 떨어진 우주 공간에서 두 블랙홀이 충돌했다. 13억 광년이란 빛의 속력으로 13억 년을 가야 도달할 수 있는 거리다. 감이 오는가? 1977년도에 발사한 보이저호가 45년 동안 날아간 거리는 빛의 속력으로 하루면 갈 수 있다. 여기에 365배를 해야 1광년 거리가 된다. 하여튼 광년 단위로 떨어진 곳은 아주아주아주 멀다.


아득히 먼 어느 은하銀河에서 충돌한 두 블랙홀로 인해 어마어마한 충격파가 주변을 휩쓸었고, 충격이 너무나 강력했기에 그 파동이 사방팔방 멀리멀리 퍼져나갔다. 지구에도 그 파동이 마침내 전해졌다. 이를 ‘중력파’라 부르는데, 2015년에 지구의 과학자들이 이를 관측했다. 현대 과학 기술이 그저 경이로울 뿐이다. 그 바탕에는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이 있다.


닮은 꼴 찾기


사람들은 공통점을 찾으려 한다. 똑같지 않으면 유사성을 찾아내려고 한다. 정치판에서도 서로 못잡아 먹어서 으러렁대다가 동맹을 맺어야 할 상황에선 ‘우리가 남이가!’라고 외쳤다. 기하학은 사물이나 현상을 특정한 관점으로 바라보는 방식을 알컫는다. 초등학생이 연주하는 트라이앵글, 편의점 삼각김밥, 삼총사의 모습 등에서 기하학자의 눈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보인다. 바로 삼각형이다.


이웃 사람들이 함께 걷는 아빠와 아들 얼굴을 번갈아 보면서 한마디씩 했다. “아빠랑 똑같네.” 닮은 데야 있겠지만 똑같은 건 아닐 텐데 왜 똑같다고 말하는 걸까. 이는 외모가 복사기로 찍은 듯 일치한다는 게 아니라, 뭔가 본질적인 유사성을 공유한다는 말일 것이다. 그것이 기하학자가 찾는 것이다. 붕어빵들보다는 그 붕어빵 틀을 찾고자 하고, 틀보다는 그 설계도를 찾고자 한다.




생명의 원리


복제도 사람의 일이라 실수가 생긴다. 10억 번 시도 중에 한 번꼴로 불량품이 생기는데 이렇게 불량 복제된 세포는 암이 될 확률이 높다고 한다. 그런데, 이처럼 원래 설계도에 맞지 않는 불량품이 거대한 시간의 흐름으로 보면 진화의 실마리가 된다. 기존 모습과 완벽히 일치한다면 진화도 없기 때문이다.


항구에 잘 정박된 배는 안전하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정박하는 일이 결코 배를 만든 목적은 아니다. 파도가 넘실대는 거친 바다로 나아가 위험에 맞서며 움직이고 일을 해야 뭔가를 해낼 수 있다. 고정된 원래 상태 그대로에서는 아무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다.


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아들이 말에서 낙상해서 다리가 부러진 까닭에 전쟁터러로 나가지 않는 행운을 잡았다. 처음엔 불행이라 여겼던 일이 나중에 행운으로 다가온 것이다. 그렇다. 인생사는 어찌 될지 모른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인생도 그러하다.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확실한 것이 결국 아무것도 없음을 확인하는 과정이 과학 공부다. 나보다 어린 세대에게 모른다는 말 한마디를 잘 하려고 먼 길을 돌아오는 게 인생 공부다. 인류의 선조 호모 사피엔스는 상호 돕고 보살피면서 진화해왔다. 그렇기에 우리 모두의 삶이 더 풍부하고 아름다워졌다. 이것이 인생의 공리公理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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