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곡자 - 장악하고 주도하는 궁극의 기술
공원국.박찬철 지음 / 시공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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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를 경영하거나 기업의 CEO와 같은 사람들은 이 책에서 남에게 제어당하지 않는 법, 즉 허수아비처럼 경영하지 않는 법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기업의 임운이나 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담당자라면 계획을 세우고 인력과 자원을 배치하는 기본에 대해 깊은 통찰을 얻게 될 것이다. - ‘글을 시작하며’ 중에서




중국 현지의 대형서점엔 귀곡자와 관련된 책이 많이 나와 있다. 이는 협상과 설득, 그리고 일의 도모에 관한 한 타 도서들의 비조鼻祖격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협상 전문가들은 거의 대부분 이 책을 읽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귀곡자鬼谷子는 귀곡에 은거했던 실존인물로, <사기史記>에 따르면 기원전 5~4세기 경의 사람이다. 그가 살았던 전국시대는 여러 제후국諸侯國들이 서로 공격하며 패권을 겨룬 시기로, 제후국들은 천하의 주인이 되고자 부국양병富國養兵에 몰두하고 그 이상이 되려고 했다.


그래서 천문과 수학에 능통하고, 선견지명이 뛰어나 상황에 대처하는 결정적인 책략에 능숙한 귀곡자 문하에서 수학修學하는 게 일종의 통과의례에 비할만 했다고 한다. 또 그는 출사出仕를 원하는 제자들에게 유세, 병법, 음양, 술법 등 맞춤형 교육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책은 총론, 준비 단계, 실행 단계, 최종 단계 등 4부에 걸쳐 총 10개 장으로 구성되었는데, 이는 패합捭闔 - 반응反應 - 내건內揵 - 저희抵巇 - 오합忤合 - 췌마揣摩 - 비겸飛箝 - 권權 - 모謀 - 결結 순서로 소개된다.


상황 분석 후 시작을 결정


<귀곡자>의 맨 처음은 패합捭闔으로 시작한다. 우선 어려운 한자의 뜻풀이부터 해보자. 패捭는 ‘연다’는 뜻이고, 합闔은 ‘닫는다’는 뜻이다. 즉 문짝을 열고 닫는다로 해석되겠다. 이는 시작을 결정하는 단계다.


귀곡자가 제시하는 출사의 요점은 ‘반드시 주도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도적이란 의미는 일에 휘둘리지 않고 일을 장악하는 것을 뜻한다. 일을 장악하려면 먼저 할 일이 있다. ‘과연 할 수 있는 일인가’를 생각하고 일 전체를 가늠해 보는 것이다. 결국 일 전체를 먼저 가늠한 후 주도적으로 진퇴를 결정하는 것이 패합이다.




귀곡자의 가르침

형세의 파악

비전 공유(함께하는 사람과의)

주도면밀과 은밀함

변화를 거스르지 말라


귀곡자의 가르침은 위의 4가지로 요약되는데, 이 중에서 네 번째가 제일 중요한 핵심이다. 상황이 극極에 달하면 반드시 변화가 발생히는데, 이 변화에 거스르는 행동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즉 대부분 사람들은 일이 성사되고 나면 교만에 빠진다. 이를 경계해야 함을 이르는 말이다. 또한 일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더라도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말라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는 셈이다.


일의 준비 단계


일을 준비하는 단계에선 세 가지를 명심해야 한다. 즉 주변의 진심을 파악하라는 ‘반응’, 마음을 얻어 굳게 결속하라는 ‘내건’, 틈이 생길 가능성을 미리 제거하라는 ‘저희’ 등 세 가지가 바로 그것이다.


말을 잘해서 어디에 쓴단 말이오?

말솜씨로 남을 막고, 자주 미움이나 받을 뿐인데 어디에 쓰겠소.

- 공자


‘반응’ 편에서는 일을 도모하기 전에 상대의 말을 통해 본심을 파악하는 방법을 말한다. 여기서의 포인트는 남의 말을 ‘정확히 듣는 것’이다. 상대방의 뜻을 정확하게 알아내려면 건승건승 대충 듣지 말고 온 신경을 곤두세워 그 말에 경청하는 자세를 강조한 셈이다.


나에게 공명孔明이 있다는 것은

물고기가 물을 만난 것과 같다

- 촉한 유비


‘내건’ 편에서는 일을 도모함에 있어서 함께 일하는 사람과의 공동운명체 관계를 결속하는 것을 말한다. ‘내內’란 안으로 들어간다는 뜻과, 안에 위치한다는 두 가지 뜻이 있다. 그리고 ‘건揵’이란 매우 긴밀하게 관계를 맺는다는 뜻인데, 운명을 함께한 사람의 마음 안으로 들어가 빗장을 채우듯이 잠근다는 것이다. 즉 내건은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과 공동운명체 같은 불가분不可分의 관계를 맺는 것을 말한다.


대저 일이란 터럭발처럼 작은 곳에서 시작해서

태산의 뿌리를 휘두를 만큼 커지는 것이다

- 귀곡자


일을 함께 도모하는 사람과의 신뢰 관계가 구축되었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해야 한다. ‘저희’ 편에서 귀곡자는 사전에 먼저 균열의 조짐을 없애라고 가르친다. 거대한 댐도 실 같은 틈의 발생으로 인해 큰 틈이 되고, 마침내 거대한 구조물일지라도 붕괴되고 만다.


희巇라는 것은 틈이니, 틈은 곧 아주 작은 금을 말한다. 작은 금이 커져서 큰 틈새가 된다.


때때로 여럿이 모여 진행하던 프로젝트가 구성원 간에 형성된 신뢰에 작은 틈의 벌어짐으로 인해 망가질 수도 있다. 이로 인해 막대한 비용 손실이 발생될 수도 있음이다. 따라서 먼저 어디에서 틈이 벌어질지 알아챈다면 이 프로젝트는 더욱 주도면밀해짐으로써 향후 발생될 수도 있는 노력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실행 단계


이제 일을 실행하는 단계다. 귀곡자의 가르침에 따르면 대세를 살피고 방향을 결정하는 ‘오합’, 정보에서 우위를 점하라는 ‘췌마’, 상대를 높여 장악하라는 ‘비겸’, 말의 힘으로 상황을 주도하는 ‘권’, 그리고 사람을 따로따로 사용하는 방업인 ‘모’ 등 다섯 가지를 설명한다.


내가 하늘에 무슨 죄를 지었기에 이꼴이 되었는가? 아니다. 니는 죽어 마땅하다. 장평 싸움에서 조나라의 항복한 장졸 수십만을 속여서 묻어 버렸으니 죽어 마땅하다. - 진나라 장군 백기


오합이란 천시天時를 제대로 살펴 그 천시가 변하는 형세를 타고, 일단 그 형세를 탄 후에는 최선을 다하라는 내용이다. 즉 일단 천시를 살피고, 그 천시에 자신이 부응할 수 있는지 자신의 능력을 살핀 후, 자신이 있을 때 방향을 정해서 일을 성취하라는 뜻이다.


‘오忤’는 ‘거스른다’, ‘배반한다’는 뜻이고, ‘합合’은 ‘따른다’, ‘함께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오합이란 말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어떤 이와 함께하거나 헤어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어떤 사태의 추이와 함께하든지 아니면 거스르든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진정한 ‘오忤’, 즉 ‘거스른다’는 의미를 깊게 숙고해야만 한다. 아무때나 그렇게 하는 게 아니다. 귀곡자는 변화의 큰 물결을 반복된 관찰로 읽을 수 있어야 함을 강조한다. 뜻이 있고 능력도 있을 때, 또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을 때 바로 방향을 ‘비틀’ 수 있다.


귀곡자의 제자 장의는 진나라가 6개국을 병합할 능력이 있다고 읽었기에 진나라를 위해 유세를 했고, 결국 진나라는 이를 성공했다. 반면에 초나라의 재상 굴원은 장의의 제안을 물리치고 진나라와 대항해야 한다고 주장하다가 마침내 축출당한 후 멱라수에 몸을 던져 죽었다. 물론 굴원도 천하의 정세는 제대로 파악하고 있었지만 단순한 유세객인 장의와는 달리 초나라의 왕족과 같은 성씨의 명망가였기에 초와 운명을 함께할 수밖에 없었다.


코끼리는,

“큰 무같이 생겼습니다.” - 코끼리의 상아를 만진 장님

“곡식을 까부리는 키같이 생겼습니다.” - 귀를 만진 장님

“커다란 절구공이처럼 생겼습니다.” - 다리를 만진 장님

- <열반경> 중에서


큰 추세를 읽고 이에 대응하는 법을 살펴보았다. 이제는 내가 공략하려는 상대를 직접 파악해야 할 차례다. 간단히 말해 상대가 처한 객관적인 정황과 그의 의지를 파악하는 테크닉이 췌揣와 마摩다.


‘췌’란 헤아린다, 즉 추측한다는 뜻이다. 물론 추측을 위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마’란 추측을 위한 방법으로서, 그 본뜻은 만져본다는 것이다. 앞서 열반경에서 읽었듯이 세 명의 장님은 코끼리를 만져본 느낌이 다 달랐다. 왜냐하면 전체라는 실체를 볼 수 없기에 부분만 만져보고 판단했다. 그렇다. 상대에게 지혜를 사용하기 전에 먼저 상대를 면밀하게 탐색하는 것이 ‘췌마’ 편의 핵심이다.


그도 장부요, 나도 장부인데

내가 어찌 그를 두려워하겠는가

- 맹자


‘비겸’은 띄워서 꽉 잡는다는 뜻인데 그 의미가 무척 강렬하다. 그래서 비겸 편은 예부터 유학자들의 비난을 받았다. 말을 조금만 바꾸면, 상대의 입에 맞는 말을 하고 추켜세워서 마음을 사로잡는다는 뜻이 아닌가? 이 비겸술을 맹렬하게 비난한 사람이 유가의 대부 맹자다. 맹자는 대장부다운 처신을 하지 않고 말의 위력을 믿는 종횡가들을 못마땅하게 생각했다.


대장부라면 남의 입에 딱맞는 좋은 말만 해선 안된다는 거다. 도대체 무슨 의도를 갖고 상대가 붕붕 뜨는 기분이 들도록 칭찬만 늘어놓겠다는 것이냐고 비난하는 셈이다. 맹자의 판단으론 간신배나 하는 짓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자신이 어느 지점에 위치해 있는가이다. 자신보다 못한 사람이라면 그를 높여 긍지를 심어주고, 더 나은 사람이라면 이를 인정해서 마음의 벽을 넘어선다는 것이 바로 ‘띄운다’는 개념이다.


지혜로운 사람은 자신의 단점을 쓰지 않고, 어리석은 사람의 장점을 사용하며, 자신의 못난 부분을 쓰지 않고 어리석은 사람이 잘 하는 부분을 이용한다. - 귀곡자


마침내 우리들은 귀곡자의 필살기를 만났다. 상대방을 꺾지 말고 넘어서라는 것이다. 상대방의 실력과 본심을 파악했으니 이젠 상대방의 힘을 역이용해야 한다. ‘권權’이란 원래 ‘저울추’를 뜻하는 말인데, 주위 사람들이 처한 상황을 판단하는 것이자 상황에 다른 임기응변을 가리키는 말이다.




귀곡자가 강조하는 말의 핵심은 상대방의 말을 꺾으려 해서 힘을 낭비하지 말라는 것이다. 말을 할 때는 일단 상대방을 피로하게 해서는 안 된다. 상대방은 유세를 펼치는 자신 못지않게 바쁘기 때문에 일단 그 사람이 필요로 하는 것을 주어야 한다. 정말로 원하는 것을 준다면 상대방은 피로감을 결코 느끼지 못할 것이다. 그때 더 많은 말을 해도 늦지 않다.


만물이 함께 일어나 변하는데, 나는 그 되풀이됨을 보네.

대저 사물은 무성하게 일어나지만 모두 그 뿌리로 돌아가네

- 노자


일을 성사시키는 마지막 단계에 도달했다. 전 단계까지 착실하게 밟아왔다면 실패하지 않을 것이며, 이미 일의 절반 이상은 완성된 셈이다. ‘모謀’란 실제로 지략을 써서 일을 이룬다는 뜻이다. 이제 장애를 제거하고, 사람들과 경쟁하고 화합하면서 일을 이룰 차례다.


귀곡자는 항상 상대방을 꺾으려고 하지 말고, 흐름을 타서 일을 도모하라고 말한다. 우리들이 꼭 기억해야 하는 것은 ‘사람이 일을 한다’는 점이다. 먼저 객관적인 형세를 살펴서 일의 얼개를 잡아야 한다. 얼개도 없이 임시방편으로 일을 진행하면 목표를 잃기 쉽다.


그다음은 일에 관여하는 사람들의 특징을 파악해야 한다. 그런 후 사람들을 쓸 방법을 택해야 한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강점과 특징을 지녔기 때문이다. 이는 ‘적재적소適材適所’라는 인사 원칙과 일맥상통하다. 그리고 자신을 믿고 상대방을 설득하고 자원을 배분해야 한다.


최종 단계


이제 모든 자원을 준비하고, 사람을 모으고, 상대방을 설득해서 프로젝트를 정상까지 끌고 왔다. 그렇다면 결실을 맺어야 한다. 그래서 귀곡자는 결단을 위한 마지막 장을 따로 마련해 두었다. 바로 ‘결結’ 편이다. 귀곡자는 결단의 목적을 이렇게 제시한다.


대개 남을 위해 결단을 내릴 때는 반드시 상대가 의심하는 바를 해결해야 한다. 상대에게 이득이 되는 것을 잘 이용하고, 걱정거리와 손해를 피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유혹이 와도 시종 흔들리지 않아 이익이 있다.


결단을 하는 것은 현재의 불확실한 상황, 즉 의심을 정리해서 역량을 집중시킨다는 뜻이다. 그리고 결단의 기준은 구체적인 이익이다. 구체적인 이익을 보장하지 못하는 결단은 정세의 변화에 취약하다.


최고결정권자의 결단은 객관적인 관찰에 명분이 더해져야 하고, 거기다가 반드시 할 수 있는 것을 하되 아랫사람을 희생시키지 말아야 한다. 그라고 결단은 한 번 내리면 주워 담지 못한다. 이렇게 무언가를 결단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귀곡자는 종횡가 이론의 비조격이다


귀곡자는 사마천의 <사기> ‘소진열전’과 ‘장의열전’에 등장하는 인물이다. 전국시대에 유세객으로서 큰 활약으로 함으로써 종횡가를 이룬 소진과 장의 두 사람은 귀곡자의 문하생이라고 언급되어 있다. 실존인물이냐를 놓고 논란의 여지는있지만, 중국에선 지금도 귀곡자가 쓴 이 책을 정치계나 비즈니스계의 필독서로 평가받는다. 따라서, 성공적인 리더의 꿈을 꾼다면 필독하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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