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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 조조에게 말하다 2 - 진실이 때론 거짓보다 위험하다 ㅣ 심리학이 조조에게 말하다 2
천위안 지음, 이정은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2년 12월
평점 :
현대 심리학으로 삼국지 속의 주요 인물들의 심리를 풀어내는 천위안의 <심리학이 조조에게 말하다> 2권은 1권에 이어 총 4부(5~8부)에 걸쳐서 36가지의 일화를 다룬다. 이들 일화 속의 등장 인물들이 처한 심리 상황을 맛깔스럽게 소개하고 있다. 이제, 책 속으로 들어가보자.
자신에게 불리한 정보엔 물을 타라
공융과 예형은 마음을 터놓고 지내는 친한 사이였다. 예형은 공융을 ‘공자의 환생’이라 불렀고 공융은 예형을 ‘안회가 다시 살아왔다’라고 할 정도였다. 공자의 20대손이자 후한 말 학자였던 공융은 진작부터 예형을 관직에 앉히고 싶었으나 워낙 성격이 특이하고 안하무인이라 쉽게 나서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마침 조조가 인재를 구하자 이때다 싶어 예형을 천거한 것이다. 공융은 ‘물타기 효과(Dilution Effect)(또는 희석효과)’라는 심리적 전략을 사용한 셈이다. 물타기란 어떤 인물(또는 사물)이나 현상이 지닌 본디 가치를 희석시키는 것으로 많은 분야에 응용된다.
예형의 성격상 결함을 익히 알고 있던 공융은 먼저 예형의 재주와 뛰어난 학문을 갖춘 인재임을 소개한 뒤, 성정이 오만하고 함부로 말을 하는 흠결도 있음을 꺼내어 긍정과 부정적 측면을 동시에 올려놓아 최종 판단은 조조가 할 수 있도록 희석효과를 만들어 냈던 것이다.
어리석은 자는 자신을 높히고 타인을 낮춘다
아무튼 사람 욕심이 많은 조조는 예형이 형주의 유표를 잘 안다니 만나보기로 했다. 일종의 면접인 셈이었다. 이 과정에서 심하게 잘난 척하는 예형에게 심기가 뒤틀린 조조는 연회석에 북치는 자가 필요하다며 그 일을 맡겨 치욕스럽게 만들었다.
결국 터질 일은 터지고 만다. 원래 있던 북재비가 새 옷을 갈아입으라고 일러주었음에도 치욕감을 느낀 예형은 입고 있던 옷차림 그대로 나가 북을 쳤다. 이에 조조의 수하들이 낡은 옷을 입고 북을 치는 행동에 트집을 잡자, 예형은 그 자리에서 옷을 하나씩 벗기 시작, 알몸을 보이고 말았던 것이다.
북치는 소리만큼은 예형 본인의 자랑에 걸맞은 듯했지만 조조는 예형의 이런 행동을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많이 난 조조는 마침내 폭발하고 말았다. “묘당에서 어찌 이리 무례하단 말이냐!”
(예형) “임금을 속이는 것이 무례한 것이지요. 나는 부모가 주신 깨끗한 몸을 보였을 뿐입니다.”
(조조) “네가 깨끗하다면 더러운 사람은 누구란 말이야?”
(예형) “바로 승상이오. 중략. 폐업을 이루려고 하면서 이토록 사람을 가볍게 여기다니, 그대는 한낱 필부에 지나지 않소이다!”
그야말로 예형은 선을 한참 넘고 말았다. 자기 자신의 잘남을 자랑하려고 공자와 맹자까지 인용하며 조조에게 자기를 인정해달라고 자기소개를 했던 것이다. 이런 방식으론 아무리 사람이 욕심이 많을지라도 조조가 받아들일 수 없는 시위였다.
자화자찬은 자신을 포장하는 가장 졸렬한 방법이다. 누구도 인정하지 않으며 오히려 신뢰까지 잃게 한다. 자기가 한 일을 자랑하며 떠벌리기보다 상대의 잘함을 칭찬하라. 상대를 격려하고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라. 그로 인해 당신이 빛난다.
이제, 조조의 결정만 남았다. 예형의 오만방자함은 죽음을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조조는 그러지 않았다. 한번은 아량을 베풀었다. 만약 그 자리에서 예형을 죽이라고 명했다면 그동안 조조가 보였던 아량은 속임수에 불과하다는 증명이 되고 말기에. 조조는 이렇게 말했다.
“너를 죽이는 것은 닭 모가지를 비트는 것만큼이나 쉬운 일이다. 그러나 살 기회를 주지. 형주로 가서 유표를 달래 항복을 받아낸다면 내 너를 정승으로 삼겠다.”
물질로 사람을 마음을 살 수 없다
서주를 점령했던 유비가 조조군의 공세를 맞아 미부인, 감부인 등 두 명의 부인을 청룡언월도의 관우에게 맡기는데 이때 관우는 하비성을 지키고 있었다. 한편, 조조군은 결국 유비를 서주에서 몰아내고 외톨이 신세가 된 하비성 마저도 공략에 나선다.
전황이 매우 불리함을 느낀 관우는 의형제 중 맏형인 유비의 부탁을 받은 두 명의 부인에 대한 안전을 고려해 철저하게 수성전守城戰에 임한다. 그렇지만 조조군의 맹장 하우돈은 관우를 성밖으로 이끌어내려고 온갖 모욕성 발언을 보란듯이 질러댄다.
결국엔 냉혈한 승부사인 관우도 인신 모독성 발언을 견디지 못하고 싸움을 걸어온 조조군을 잠시 혼내 주겠다는 심정으로 성밖으로 나왔다가 유인책에 말려들어 조조군 진영 속으로 너무 깊숙히 들어오고 말았다. 이러는 사이 하비성은 조조군에 점령당하고 관우는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자신의 목숨보다는 하비성에 인질로 잡혀있는 미부인과 감부인의 신변 안전이 더욱 중요한 터라 조조의 항복 회유를 아렵게 받아들인다. 하지만 관우는 두 부인의 신변 보장과 추후 유비의 행방을 확인한다면 언제라도 떠날 수 있다는 조건을 내걸었고 이를 조조가 받아들였던 것이다.
드디어 조조는 꿈에서조차 취하고 싶었던 맹장 관우를 손에 넣게 되었다. 관우를 향한 조조의 마음은 진심이었다. 관우가 허도에 온 이후로 조조는 사흘에 한 번씩 작은 연회를, 닷새에 한 번씩은 큰 연회를 베풀었다. 관우의 집에는 조조가 내린 금과 은이 수시로 배달되었다. 어찌나 지극정성인지 조조의 모사와 장수들은 배가 아플 지경이었다. 그러나 이런 적극적인 애정 공세는 조조의 바람과는 달리 정반대의 효과를 낳았다. 바로 ‘과잉정당화 효과’다.
경계하지 않은 ‘믿는 도끼’
조조는 군사력에 있어서 절대적 우위에 있었음에도 적벽대전에서 화공火攻 한 번에 맥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이 때문에 남들 같았으면 ‘천명天命’ 어쩌고 하던 말도 쏙 들어갔을 것이다. 그러나 조조는 역시 달랐다.
특유의 대단한 심리면역력에 ‘천명’에 대한 믿음이 더해지면서 남다른 정신력을 갖추게 되었다. 그 어떤 어려움과 좌절에 부딪혀도 쉽게 굴복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하늘이 돕지 않았을지라도 조조는 하늘을 굳건히 믿었다. 최악의 상황에서 일부러 하는 행동은 결코 아니었다.
착각상관
우리는 서로 다른 사물을 연결시켜 원인을 찾으려는 경향이 있다. 이런 주관적인 생각 때문에 ‘착각상관’이 일어난다. 마초는 한수와 조조가 이야기를 나눈 것이나 이상한 편지, 고쳐진 내용, 조홍의 말을 하나로 연결시켜 추론해나갔다. 아무런 관계가 없는 일들을 교묘히 ‘포장’한 조조의 계략에 완전히 속아 넘어간 것이다.
착각상관은 우리가 사물을 인지하고 판단하는 과정에 깊숙이 작용한다. 조조도 주유의 계략에 넘어간 적이 있지만 지난 실수에서 확실한 교훈을 얻은 덕분에 보기 좋게 마초를 속일 수 있었다.
갈피를 못 잡은 사람은 나아갈 길이 없다
아무리 지혜롭고 영민한 사람이라도 평생 총기를 발휘할 수는 없는 법이다. 특히 높은 지위에 오르고 나이가 들수록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을 저지른다. 이미 노인이 된 조조는 점점 더 심해지는 두풍에 시달리고 있었다. 질병은 그의 성격까지 바꿔놓았다. 질병이 잔혹하고 악랄한 성품을 더욱 강화시켜 외부의 자극에 한층 과격하게 반응한 것일 수도 있다. 세기의 영웅 조조도 인생의 끝은 피할 수 없었다.
사람은 누구나 영웅적 기질을 지녔다
어느 누구든 영웅을 꿈꾼다. 역사적 영웅을 보면서 자기감정을 이입할 정도로 인간의 심리란 참으로 미묘하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심리 규칙을 읽을 수 있다. 이를 잘 이해한다면 인간관계에 있어서 갈등을 해소하고 나아가 포용력과 융통성을 함양할 수 있을 것이다. 모두에게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