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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주례사 - 사랑에 서툴고, 결혼이 낯선 딸에게
김재용 지음, 소보로 사진 / 가디언 / 2022년 5월
평점 :
절판
서로 다른 환경에서 태어나서 성장한 선남선녀가 만나서 서로를 바라보고, 사랑하며, 함께 해나가기로 결심하면서 두 사람은 결혼을 하게 된다. 이렇듯 결혼은 아름답고 소중한 일임과 동시에 삶에 있어서 커다란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다. 비록 결혼이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는 전환점이라지만 환상만을 갖기엔 너무나도 현실적이라는 점이다.
책은 결혼 33년 차 주부이자 엄마가, 혼기가 찬 딸이 결혼에 대한 현실감을 키우고 행복하고 현명하게 결혼생활을 헤쳐 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쓴 글이다. 즉 매일 해도 표가 나지 않는 끝없는 살림에 마음 붙이는 법, ‘남’의 편인 남편을 ‘내’ 편으로 만드는 법, 고부 갈등에 대처하는 마음가짐, 육아를 위한 조언 등 결혼생활에서 누구나 겪게 되는 다양한 일화들을 자신의 사례를 통해 보여주고, 어떻게 현명하게 대처할지를 설명해준다. 책 속 인상적인 내용을 살펴본다.
누구나 깊이 공감할 엄마 표 ‘생활밀착형’ 카운슬링
둘이 있으면 외로움도 두 배가 된다
둘이 있는데 외로우면 혼자 있을 때 외로운 것보다 배가 되거든. 결혼하면 외롭지 않은 게 아니라 더 외롭고 괴로울 때도 많아. 외로움을 스스로 극복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 결혼도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해. 외로움은 남이 채워주는 게 아니라 내가 채워야 견딜 수 있는 거니까.
인생의 짐은 내려놓는 게 아니야
짐이라고 하면 흔히 내려놓고 싶다거나, 내려놓으라고 하지. 하지만 무조건 내려놓는 게 능사는 아니야. 오히려 짐을 무겁지 않게 지고 갈 수 있는 마음의 근육을 키우는 게 중요해. 짐이란 무겁다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더 힘들게 느껴지거든. 어차피 감당해야 할 짐이라면 그냥 받아들이는 것. 그게 바로 진통제야.
집착과 사랑은 한 걸음 차이
사람들은 자식 농사에 더 많이 신경 쓰지만, 그보다 중요한 게 부부 농사야. 네 엄마 아빠는 천생연분이라거나 다정다감한 부부는 아니지만 그래도 잘 살아왔던 건 서로에게 집착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봐줬다는 거야. 서로 다른 성향을 고치려 하거나 간섭하지 않았지. 다만 자식은 알게 모르게 부모를 보면서 배우고 닮아간다는 걸 잊지 않고 잘 살아가려고 최선을 다했어. 부부가 행복한 모습으로 살아가면 자식도 자연스럽게 행복하게 사는 법을 배우게 되니까.
결혼의 환상과 현실 사이
난 결혼만 하면 편안하고 행복한 삶이 저절로 따라오는 줄 알아ㅛ어. 결혼이라는 현실은 영화에서처럼 화려하거나 로맨틱하지 않은데도 어딘가 근사하고 특별한 삶이 있을 거라는 환상을 가지고 있었던 거야.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그것은 환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아챘지. 오로자 내 몫인 살림은 해도 해도 끝이 없었고, 다른 환경에서 자란 네 아빠를 비롯한 시집 식구와 맞춰가는 게 너무 힘들었어.
결혼을 무조건 응원한다
나는 두 딸의 아빠이다. 책을 읽는 내내 아내가 가졌을 결혼에 대한 감정을 간접적으로 충분히 읽을 수 있었다. 큰 애가 결혼하겠다고 의사를 당당하게 밝혔을 때 우리 부부는 잠시나마 감전의 충격에 빠진 듯했다. 언젠가는 찾아 올 현실임에도 미처 대비하지 못했기에 막상 닥치고 나니 당황스럽기조차 했다. 그만큼 딸을 위한 준비가 부족했음을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책에 소개되는 내용들이 그런 부족함을 채워주는 것이었다. 결혼을 앞둔 선남선녀 모두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