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최종학 교수의 숫자로 경영하라 5 - 재무제표 행간에 숨은 숫자의 의미를 파악하라! 서울대 최종학 교수의 숫자로 경영하라 5
최종학 지음 / 원앤원북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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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권력자나 권력기관들이 자신이 세운 특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회계를 이용하는 일이 수차례 발생했다. 그런일들이 발생했을 때, 그에 대해 저항하고 비판하다 보니 정치적으로 민감한 글들을 계속해서 쓰게 되었다. 조용히 학문 연구에 매진하면서 살고 싶은 필자지만 '이런 부끄러운 일이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된다'라는 마음에서 큰 용기를 내서 쓴 글인데, 그 글을 썼다고 특정 정치집단이나 언론의 집중 공격을 받기도 했다. - '지은이의 말' 중에서




총5부로 구성된 이 책은 지난 2018년 4권을 출간한 이래 그동안 각종 언론에 연재했던 글을 모아 5권으로 출간한 신간 도서이다. 과거에 벌어진 사건들을 파악하고 숨겨진 이면의 이야기를 설명해 회계학을 공부하는 학생들과 기업체에서 회계 업무에 종사하는 회사원, 그리고 회계 유관기관에 종사하는 사람들 모두가 배워야 할 점이 무엇인지를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SK 그룹사 간의 합병과 반발하는 시민단체


SK그룹 지주사는 SK(주)였다. 그런데, SK그룹의 지배구조는 취약하기 그지 없었다. SK(주)가 SK이노베이션, SKC, SK네트웍스를 지배하는 형태였다. 1991년 창립된 선경텔레콤은 시스템 통합 및 IT 아웃소싱을 주사업으로 영위하고 있었으며, 지배주주는 최태원 회장(지분율 45%)이었다. 이 회사가 나중에 SK C&C로 상호가 변경된다.


2010년 기준으로 SK C&C가 SK(주)의 지분 32%를 보유하는 형태였다. 외견상으론 그룹의 지주사인 SK(주)를 SK C&C가 지배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었다. 물론 실질적인 의사결정은 SK(주)가 하고 있었으므로 사실상 이상한 형태의 지배구조였다. 순환출자체제를 유지했기에 이런 현상이 생긴 것이다.


여기서 가장 심각한 아킬레스건은 SK(주)의 지분을 최태원 회장과 계열사 등 특수관계인이 도합 15% 정도였다는 점이다. 이를 간파하고 있던 헤지펀드 소버린이 1700억을 투자해 5개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15% 주식을 매집했다.


당시 소버린과의 경영권 분쟁은 국내 언론에서도 최대 관심사였다. 외국투기자본에 한국의 우량 기업이 빼앗길 수 있다면서 소위 '애국심'호소하는 기사들이 연일 이어졌었다. 흥미롭게도 당시 정권과 참여연대 등 몇몇 시민단체와 일부 언론사들은 오히려 소버린을 지지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주총에서의 표 대결에선 예상과 달리 SK측이 100표 중 62표를 얻는 대승을 거두었다.


비록 주총에서의 대결에선 패했지만 소버린은 한국 주식시장에서 지분 매각을 통해 약 1조 원의 이익을 거두는 '대박'을 터뜨렸던 것이다. 사실상 소버린은 경영권 분쟁을 내세워 1년 정도 투자기간을 통해 기대 이상의 목표를 달성한 셈이었다.


경영권 분쟁이 발생했던 2005년 SK C&C가 보유한 SK지분은 11%였는데, 취약했던 지배구조가 거의 완성된 2010년엔 32%까지 증가했다. 완성된 형태의 지배구조는 지배주주가 SK C&C를 지배하고, SK C&C가 SK를 지배하고 SK가 다른 계열사들을 지배하는 형태로 확립되었다.


이런 이상한 지배구조 때문에 외부에서는 꾸준히 SK C&C와 기존의 SK가 합병할 것이라고 전망해왔다. 2012년과 2013년 잠시 주춤했던 SK C&C의 경영상황이 이후 본궤도에 올라 꾸준히 성장하기 시작했다. 이익이 증가하자 주가가 오르기 시작하면서 합병할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그리고 2015년 들어 실제로 합병이 이루어지게 된다. 법률 규정에 의거해, 합병비율은 두 회사의 시가총액 비율에 따라 결정된다.


그런데 2015년 4월 20일 양사의 주주총회에서 합병계획이 발표되자 경제개혁연대가 거세게 반발한다. 이 합병이 비즈니스에는 도움이 되지 않으며 지배주주의 지배권 강화 목적만을 위한 합병이라는 주장이다. 또한 SK그룹이 의도적으로 SK C&C의 주가를 부풀려 SK C&C의 시가총액이 과다하게 증가한 상황에서 합병이 이루어지도록 해서, SK C&C의 지배주주 최태원 씨는 이익을 얻지만 기존의 SK 주주들은 손해를 보는 합병이라고 주장했다.


전환사채에 대한 비판


전환사채에 대한 많은 비판이 제기되었다. 비판의 내용은 크게 ① 전환권 행사, ② 전환가 재조정, ③ 상환청구권 행사에 대한 비판으로 정리할 수 있다. 주로 전환사채를 발행한 회사들의 소액주주들이 제기한 것들이다. 그 비판 내용을 자세히 알아보자.


① 전환권 행사에 대한 비판은 2018년부터 2019년 초까지 가끔 언론에 보도되었다. 투자자가 전환권을 행사해서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하면 주식 수가 증가한다. 회사의 자산이나 내재가치는 변하지 않는데 주식 수가 증가한 것이므로, 증가한 주식 수에 비례해 주가가 하락한다. 이를 전문용어로 ‘지분가치가 희석된다’고 표현한다. 주주들은 가만히 앉아서 피해를 보는 셈이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현대차그룹의 지주사 전환 계획 핵심은 현대모비스를 지주회사로 바꾸는 것이었다. 당시 정몽구, 정의선 회장 등 지배주주 일가는 모비스 지분의 7%와 현대글로비스의 지분 30%를 보유중이었다. 모비스는 현대차를 지배(지분율 20.8%)하고 현대차는 기아를 지배(지분율 33.9%)히는 형태를 취하고 있었다. 하지만 7% 지분율로 현대모비스의 경영권을 행사하기엔 취약한 구조였다.


다소 위안이 되는 내용은 순환출자의 영향으로 기아가 모비스의 지분(16.9%)을 보유하고 있었고, 현대차와 기아가 함께 경영권을 행사하는 현대제철도 5.7%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즉 약 30% 지분율을 확보하고 있는 셈이었다.


이에 그룹은 지배구조를 개편하기로 계획했다. 사업지주회사인 모비스는 현대차를 지배하고, 현대차는 다른 계열사(기아, 글로비스, 현대제철)을 지배하는 형태였다. 먼저 모비스의 사업 일부를 분할(인적분할방식)하고, 다음 단계로 분할된 사업을 글로비스가 합병하는 것이었다. 합병 후 지배주주 일가는 글로비스 지분을 매각해 그 자금으로 모비스 지분 비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이해되었다. 사실상 모비스를 쥐락펴락할 수 있다면 계열사 전체를 지배할 수 있게 된다. 합병을 위항 임시주총 일정이 진행되었다.


그런데 자세한 계획이 알려지자 시장에서는 부정적인 반응이 예상보다 컸다. 모비스의 소액주주들이 반발했고, 뒤이어 현대차그룹 여러 계열사들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힌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에서도 반대성명을 발표했다. 그 후 4월 중순 엘리엇은 현대차와 모비스를 합병하라는 등 현대차의 계획과는 전혀 다른 지배구조 개편안을 제시했다. 또한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잇달아 주주총회에서 안건에 반대투표를 하라는 추천안을 발표하고, 국민연금을 비롯한 국내 여러 기관투자자들도 모두 반대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현대차그룹 수뇌부는 임시주총 안건이 부결될 게 뻔하기 때문에 안건 철회를 결정하고 만다. 향후 지배구조 개편안을 보완해서 재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소액주주들은 모비스의 사업분할과 합병안이 자신들에게 불리하다고 판단한 탓이었다. 쉽게 말해서 모비스의 사업분할로 새로 탄생하는 회사의 평가가 실제가치보다 낮제 책정되었다고 본 것이다.


이밖에도 책은 5부에서 경영에 대한 8가지 단상을 소개한다. 남편보다 영향력이 더 큰 미셸 오바마 효과, 로마 제국 군단의 승리 비결, 심사숙고 끝에 결정한 싸움터에서 전쟁을 해야 한다, 박항서 감독의 성공 비결에 대한 오해 등이 펼쳐진다. 이 내용은 저자가 신문이나 잡지 등에 연재했던 칼럼 중에서 엄선한 것으로, 경영자들에게 문제점 제기와 함께 교훈을 전하려는 의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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