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받을 권리 - 이유 없이 상처받지 않는 삶
일레인 N. 아론 지음, 고빛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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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내면 깊숙이 스스로가 가치 없다고 느끼는 자신의 일부, 즉 '못난 나'를 지니고 있다. '못난 나'는 어떤 이들에게는 이따끔씩 불쑥 찾아오는 불청객과도 같고, 어떤 이들에게는 어디를 가나 따라오는 친구와도 같다. '못난 나'는 스스로에 대해 회의하게 만든다. 또한 불안해하거나, 우울해하거나, 수줍어하게 만들기도 한다. '못난 나'는 자신의 가치를 정확히 판단하지 못하도록 방해한다. 그래서 '낮은 자존감'이라는 문제를 낳는다. - '머리말' 중에서




전 세계 심리학계에 ‘타인보다 더 민감한 사람(HSP, Highly Sensitive Person)’이라는 주제를 최초로 제기하고 연구해 센세이션을 일으킨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심리학자인 일레인 아론은 이번엔 30년간 수많은 내담자와의 상담을 통해 우울, 질투, 열등감, 수치심 등의 감정 속에 공통적으로 작용하는 심리 프레임을 포착했다.


그것은 바로 우리들의 내면 깊숙한 곳에 숨어 ‘너는 사랑받을 자격이 없어’, ‘넌 뭘 해도 안 될 거야’라고 속삭이는 존재, 즉 스스로를 가치 없다고 여기는 ‘못난 나(Undervalued Self)’라는 심리 기제이다.


인간들은 상호 연결되어 사랑하며 살아가는 ‘관계 맺기linking’와 서로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권력을 추구하는 ‘순위 매기기ranking’의 균형을 이루며 살아가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서로 사랑을 주고받는 관계 맺기를 갈망하면서도 정작 타인과 관계를 맺을 때는 권력, 즉 순위 매기기에 치중하고 있는 것이다.


순위 매기기


순위 매기기가 가장 흔하게 그리고 가장 크게 문제 되는 것은 관계 맺기에 슬며시 끼어들어 우리 자신의 ‘못난 나’를 유발하는 경우다. 예를 들어, 당신이 친구와 점심을 함께 하다 친구가 승진했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가정하자. 당신은 친구에게 진심으로 축하를 해준다. 친구의 기쁨은 곧 당신의 기쁨이기에.


하지만 갑자기 자신은 지난 5년간 번번이 승진에서 누락되었다는 사실이 떠오르면서 비참한 기분이 갑자기 든다. 바로 그 순간부터 그 자리는 당신과 친구가 함께하는 곳이 아니다. 그때부터 당신은 내면의 ‘못난 나’와 점심을 함께 먹는 것이 된다.


외부 요인 탓하기


스스로 불편한 기분을 느낀 이유가 무엇이든지 상관없이, 그럴듯한 대상만 있다면 자신의 수치심을 무마하기 위해 ‘외부 요인 탓하기’ 방어기제를 사용할 수 있다. 이를 ‘수치심 공shame ball’이라고 부른다.


우리는 수치심이 불쑥 치미는 순간 재빠르게 상대에게 공을 토스한다. “너 때문이야. 내가 그런 게 아니라고”, “너한테 문제가 있어. 나한테는 아무 문제도 없어”, “그래, 내가 그랬어. 하지만 너도 항상 똑같이 하잖아” 등등. 우리가 이 같은 마음 상태일 때 ‘수치심 공’은 계속 공중에서 두 사람 사이를 오간다. 수치심에 대한 우리의 두려움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크다.


과거 경험이 미치는 영향


선천적인 성향과 과거 경험이라는 두 요인은 우리를 반복적으로 때리고 멍들게 한다. 예를 들어 멋진 남자와 데이트하게 되더라도 너무 수줍어 관계를 진전시키지 못한다. ‘못난 나’의 지배를 받는 당신은 상대가 당신에게 전혀 매력을 느끼지 못하리라 생각한다.


전에 사귀던 남자 친구도 배신하고 다른 여자에게 가버리지 않았던가. 그래서 데이트를 하는 동안 단답식의 대답만 할 뿐 거의 입을 열지 않는다. 상대방이 자신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으리라고 굳게 믿는다. 하지만 남자를 소개해준 친구에게 이런 말을 전해 듣는다. “그 남자는 네가 좋았다는데, 네 쪽에서 별 마음이 없는 것 같아서 단념했대”


블랙홀 같은 정서적 도식


정서적 도식에 저장된 기억과 감정은 너무 고통스럽기 때문에 평소에는 늘 깊숙이 숨겨져 있다. 그런데 문제는 보이지 않는 그곳에서 고통스러운 기억과 감정이 마치 블랙홀처럼 점점 자라난다는 것이다. 블랙홀은 부지불식간에 우리 자신도 집어삼킨다. 예전의 트라우마와 조금이라도 닮은 경험은 방어 본능을 불러일으키며 블랙홀에 흡수되어버린다.


또 다른 상처와 피해를 막아주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방어가 지나쳐 우리 인생에 다른 종류의 피해를 끼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트라우마는 대개 권력 있는 사람들이 우리에게 주었던 무력감, 굴욕, 학대 등에서 비롯된다. 그래서 정서적 도식은 늘 내면의 ‘못난 나’와 순위 매기기, 방어기제 등에 신경 쓰도록 만든다. 결국 우리는 그 도식의 일부가 된다.


받는 것을 통한 관계 맺기


친구와 저녁 약속을 했다고 상상해보자. 약속 장소에 도착해보니 친구가 먼저 와 있다. 자리로 가는데 친구가 콧노래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친구가 얼마나 밝고, 명랑하며, 긍정적인 성격인지 새삼 떠오른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당신 내면의 ‘못난 나’가 이런 말을 한다. “너와는 완전 딴판이지” 안 그래도 피곤하고 짜증 나는데다 우울하던 터였다. 이대로는 친구 기분까지 축 처지게 만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상대의 정서적 도식에 휘말리지 않으려면


일단 정서적 도식이 활성화되고 나면 ‘관계 맺기’는 더 이상 계속될 수 없다. 상대의 정서적 도식을 낳은 트라우마가 무엇인지 결코 알 수 없다. 따라서 논쟁을 합리적으로 풀어나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상대방을 다시 볼 일이 없다면, 가능한 한 말수를 줄인 후 기회를 봐서 잠시 다른 곳으로 피신해 ‘못난 나’를 진정시키는 것이 좋다. 할 수 있다면 친한 친구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다 이야기하고 속을 푸는 것도 괜찮다.


보호자-학대자의 구속에서 벗어나기


내면의 보호자-학대자를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그 통제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무자비한 자기비판, 순위 매기기에 대한 집착, 변화 실패 등이 모두 심리적 방어의 결과였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위안을 준다. 그동안의 모든 행동이 스스로를 망치기 위해서가 아니라 보호하기 위해서였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한결 나을 것이다. 치유로 가는 첫 번째 단계는 방어 시스템과 자신을 분리시켜 관찰하는 것이다.


두 번째 단계는 라푼첼이 마녀의 규칙을 어겼듯, 보호자-학대자의 규칙을 깨는 것이다. 세 번째는 라푼첼처럼 타인과, 그리고 자신의 감정과 ‘관계 맺기’를 시도하는 것이다. 네 번째는 꿈에 나오는 정보를 활용하는 것이다. 꿈은 보호자-학대자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고 앞으로 어떻게 해나가야 할지에 대한 힌트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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