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전할 땐 스칸디나비아처럼 - 은유와 재치로 가득한 세상
카타리나 몽네메리 지음, 안현모 옮김 / 가디언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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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나라의 언어를 이해하면 그곳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다. 

이 책은 혹독한 날씨와 자연 친화적인 생활에도 유쾌함을 잃지 않는 북유럽 사람의 진짜 속마음을 들여다볼 기회를 준다.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핀란드 4개국에서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관용구(속담) 50문장을 모아 그 말이 탄생한 배경과 기원, 올바른 사용법에 대해 간결하면서도 재치 있게 풀어냈다. 

북유럽 사람들은 휘게, 라곰 등 수준 높은 라이프 스타일을 가졌으며 어느 나라보다 경제적 기회와 평등권을 공평하게 누린다. 그런 이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언어는 유머와 재치, 은유로 가득 차 있어 간혹 잘 모르는 사람은 오해를 하거나 상처를 입기도 한다. 하지만 알고 보면 스칸디나비아 특유의 언어유희는 그 어떤 말보다 따뜻하고 유쾌하다. 

황금과 푸른 숲을 약속해


많은 사람이 ‘달과 별’에 빗대어 터무니없는 맹세을 하곤 한다. 예를 들자면, '하늘의 별과 달을 따줄게!'처럼 말이다. 하지만 겸손한 스칸디나비아인들은 현실적이고 달성 가능한 것들을 약속한다. 그들은 달과 별을 대신해 ‘황금과 푸른 숲’을 말한다. 이 표현은 원래 남유럽의 ‘황금산을 약속하다’라는 말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함께 털을 뽑을 암탉이 있어 


만약 노르웨이 친구의 자동차를 빌렸다가 기름을 풀full 상태로 하지 않은 채 돌려준다면, 그 친구는 아마도 다음에 만나면 '함께 털을 뽑을 닭이 있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이 표현은 마치 영국인들이 무언가 따질 일이 있을 때 ‘함께 발라낼 뼈가 있다I have a bone to pick with you(너에게 따질 일이 있어)’라고 하는 것과 거의 똑같이 쓰인다. 한국식으로 표현하자면, '너, 옥상으로 올라와!' 같은 느낌이다. 


파란 벽장에 똥 싸고 있네 


고주망태 상태가 아닌 다음에야 벽장에다 볼 일을 보는 사람이 있겠는가. 그런데, 19세기 스웨덴에선 빨간색 벽장에서 변을 보는 관례가 있었다고 한다. 왜냐하면 서민들은 이 속에 요강을 두었기 때문이다. 


당시 파란색 페인트는 비싸서 고급 가구에만 사용, 특히 도자기나 식탁보를 보관하는 벽장에 칠해졌던 반면 빨간색 페인트는 저렴하기에 서민들의 벽장에 이용됐다고 한다. 그런데, 음주만취한 스웨덴 사람이 이런 색을 구별 못하고 잘못 변을 봣다면 얼마나 창피하겠는가. 이처럼 누군가 바보 같은 짓을 했거나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했을 때 이런 표현을 사용함을 알 수 있다.


, 맛있는 청어여 


고급진 레스토랑에 한 커플이 보인다. 젊은 사내가 주섬주섬 바지에서 뭔가를 꺼내어 연인에게 보여준다.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 있다. 그렇다. 로맨틱 가이가 프로포즈를 하고 있다. 이를 받아든 아가씨는 반면에 웃음 가득한 표정으로 손가락을 내민다. 오케이, 성공적인 프로포즈이다. 그런데, 이 사내는 묘한 말을 한다. 


"나를 가장 행복한 사람으로 만들어주었어요, 나의 맛있는 청어여!" 


사람을 이제 왜 사내가 이런 말을 했는지 충분히 이해가 된다. '맛있는 청어'는 사실상 최고의 칭찬어 중 하나인 셈이다. 




말을 좀 쓰다듬어 


흥분한 덴마크 사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싶다고 해서 영어권 사람들처럼 ‘약 먹고 진정해Take a chill pill’라는 말을 사용했다가는 별로 효과를 보지 못할 것이다. 대신 ‘말을 좀 쓰다듬어’라고 해보라. 당장 눈앞에 말馬이 있지 않더라도 무슨 말인지 알아듣는다. 


이 표현은 동물을 어루만지는 동작이 유발하는 치유 효과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즉, 약 보다는 효과가 빠른 '자연치유법'인 셈이다. 물론 강아지를 끌어안거나 고양이를 빗질해 주는 게 더욱 현실적인 표현이긴 하지만 말이다. 


시선을 사로잡는 북유럽 감성 


한 장씩 책장을 넘기다 보면, 그림 속 덥수룩한 ‘털’, 아니 수염 아래로 웃을랑 말랑 입꼬리를 씰룩거리며 웃음마저 절제하는 그들의 진짜 표정이 비로소 보인다. 이는 언어를 초월하는 익숙함과 위로감마저 안겨준다. 현재 핫한 드라마 '우영우'에서 느끼는 외국인의 감성과 일맥상통한 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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