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과 돈의 흐름을 읽는 포식자라면 큰 그림을 볼 수 있어야 한다. 늘 의심을 품고 ‘왜?’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 한다. 대기업을 읽으려면 최대주주의 눈으로 판을 읽어야 한다. 하루의 주가 등락보다 더 면밀히 좇아야 할 것은 최대주주의 향방이다. 내가 보유한 주식, 내 이익을 좇으면 실패한다. ‘이 사업으로 최대주주가 이익을 얻을 수 있는가?’를 살펴서 그 대답이 ‘YES’라면 그 길에 함께해도 좋다.
무릇 사람들의 인생에 정답은 없다. 더 많이 가지려는 욕망 또한 순수한 것이고, 물질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사는 것도 순수한 것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가진 것에 대해 감사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노력도 않으면서 가진 자들을 그저 욕만 하면서 살다가 죽는 이는 자신이 왜 가난한지를 모른 채 생을 마감한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은가? 부모가 성공적으로 경영하는 식당이나 건물, 기타 자산을 물려받으며 가업을 잇는 건 훈훈하고 부러운 광경이고, 재벌이 기업을 승계하는 건 왜 지탄받을 일인가? 부모님의 식당을 다른 사람 손에 맡길 수 없는 건 부모님이 피땀 흘려 개발한 레시피와 맛을 변치 않고 보존하기 위해서라는데,
사실 가진 자를 욕하면서 사는 게 편하다. 내 삶을 바꾸고 더 높은 단계로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보다 이미 높은 단계에 올라 있는 이들을 욕하는 건 쉽고 스스로 도취감을 느끼기 충분하기 때문이다.
자기의 욕망을 솔직히 인정하고, 제3자가 바라보듯 객관적으로 봐야 한다. 하지만 자신의 욕망은 인정하지 않으며 마치 욕망 따위 전혀 없는 척, 스스로 정의로운 척하며 남 탓만 하는 이들은 평생 가난하게 살다 결국 가난 속에서 죽는다. 자녀에게까지 가난을 유산으로 넘겨주는 건 덤이다.
기관투자가
일반적으로 '단투'(단기 투자) 방식을 취하는 개인에 비해 펀드 등을 운용하는 기관투자가는 '장투'(장기 투자) 방식을 택하기 때문에 투자의 세계에서 '포식자捕食者'로서의 지위를 누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완전히 틀린 얘기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온전히 맞는 것도 아니다.
기관투자가(외국인 포함)는 이른바 당해 주식의 가치에 투자하지 않는다. 이를테면 이들은 투자가 아닌 '투기投機'를 하기 때문이다. 이므로, 시세의 변동을 예상하고 그 차익을 얻고자 매매를 하는 행위인 것이다.
지금껏 우리들이 일반적으로 이해하고 있던 '투자의 정석'을 완전히 뒤엎는 얘기이리라. 그렇다면, 그토록 우리들이 잘못된 것으로 이해하고 심지어 비난까지하는 '투기'를 하는 예컨데, 국민연금이나 여러 형태의 펀드 운용자인 그들을 욕해야 할까? 단지 기회를 봐서 정상적으로 투자를 하는데 말이다.
반면, 소위 '주식전문가'라는 사람들은 지나간 과거의 주가 흐름을 거론하면서 삼성전자를 그때 매수했다면 지금쯤 큰돈을 벌었을 것이라며 마치 가치 투자나 장기 투자만이 투자의 정답인 것처럼 설명한다. 정말로 국민연금은 IMF 시절에 삼성전자를 싸게 매입해서 계속 들고 있다가 최근에 비싸게 팔았을까?
물론 사놓고서 20~30년 동안 가슴 졸였던 매수자는 '대박'을 터트린 게 분명할 것이다. 이 대목에서 한번 생각해 보자. 도대체 얼마나 큰 부자이길래 매수해놓고 마치 부처님처럼 아무런 흔들림없이 20년 이상을 기다릴 수 있겠는가. 이는 투자 실전에서 거의 불가능한 얘기이다.
정말로 '대박'을 거둔 사람들은 따로 있다. 사놓고서 그냥 장기간 방치하는 투자보다는 '시세조종'을 택한 부류의 사람들이다. 즉, 당시의 시장 상황에 맞게 해당 주식을 사고 팔기를 반복한 것이다. 반면, 대체로 일반투자자들을 한번 팔고난 주식에는 별 관심을 두질 않는다. 자신이 판 가격보다 시세가 훨씬 높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관투자가들은 결코 돈을 그냥 묵혀두질 않고 늘 매매 기회를 봐서 포식자로서의 투자 행위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