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라인 쇼퍼 - 읽고 싶어지는 한 줄의 비밀
박용삼 지음 / 원앤원북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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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정보 과잉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정보 과잉의 우너흉(?)은 뉴스입니다. 시도 때도 없습니다. 요즘엔 가짜 뉴스까지 난리입니다. 현기증이 납니다. 우리는 골라 읽어야 합니다. 어떻게 고르냐고요? 제목(헤드라인)을 잘 고르면 됩니다. 좋은 뉴스, 쓸만한 뉴스를 해드라인만으로 판단해서 빛의 속도로 낚아채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 '머리말' 중에서



짧지만 강한 한 줄


책의 저자 박용삼은 카이스트(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에서 경영공학 박사학위(1999년)를 취득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을 거쳐 현재 포스코경영연구원(POSRI) 연구위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신사업 발굴과 기술개발 투자전략, 기업시민을 통한 사회적 가치 구현 등이다.


경영학 이론을 일반 대중에게 친숙하게 소개하는 취지에서 중앙일보 <이코노미스트>에 '신사업의 숨은 함정', '시네마 게임이론', '테드플러스' 시리즈를 연재한 바 있으며, 기술전략 분야에서 '신사업 성공을 막는 7가지 바이러스', '왜 좋은 기술이 실패하는가?', '저성장 시대의 맥가이버형 기술개발', 'R&D의 진화, 이제는 X&D 시대' 등의 POSRI 이슈리포트를 발표했다.


그는 2019년 1월 1일부터 2020년 8월 31일까지(2018년 기사도 일부 포함) 종합 일간지와 경제전문지 등에 실린 1년 8개월간의 뉴스들 중 ‘읽고 싶어지는’ 헤드라인을 가진 기사 70개를 추렸다. 이를 필터(5F), 유쾌(Funny), 유익(Fruitful), 참신(Fresh), 궁금(Foggy), 심오(Far-sighted)로 분류, 다섯 개장으로 구성했다.


 


먼저 헤드라인이 괜찮다고 생각한 이유를 밝히고, 해당 기사를 ‘사연인즉슨’이라 이름 붙여 소개했다. 다음으로 왜 그 헤드라인이 임팩트가 있는지에 대한 저자의 견해를 ‘스치는 생각’에 적었다. 마지막으로 같은 소재를 가지고 언론사마다 어떤 헤드라인을 뽑았는지를 ‘같은 재료, 다른 레시피’에서 살펴보았다. 


그렇다고 헤드라인의 우열을 판별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사람들에게 선택받는 헤드라인을 살펴봄으로써 헤드라인 쇼퍼에게는 헤드라인만으로 영양가 있는 뉴스를 선별하는 안목과 센스를, 헤드라이너에게는 헤드라인 쇼퍼들의 눈높이와 취향을 짐작하게 하는 단서를 제공하려는 취지이다. 자, 흥미로운 헤드라인을 찾아 여행을 떠나보자.





불만 없어요, 우리집 부엌


집에서 가장 소중한 공간은 어디일까? 아마도 방일 것이다. 예전엔 무늬가 화려한 커다란 자개장롱을 비치해야 하므로 '안방'의 크기가 중요했다. 이후 아파트 문화로 인해 '거실'이 이런 방의 지위를 물려받았다. 대형 TV와 고가의 대형 소파가 놓여야 비로소 남 보기에 좋은집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이 자리를 '부엌'이 차지했다. 방이야 잠만 자면 되고,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로도 충분한데, 굳이 대형 TV를 거실에 둘 이유가 희석되었기 때문이다. 넓은 부엌의 아일랜드 식탁이라면 가족들이 충분히 둘러앉아 얼굴을 맞대고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된 것이었다.    


헤드라인의 표현은 부엌에 대한 '불만(不滿)'이 아니라 '불(火)'만 없다 뿐이지 있을 건 다 있고 요리하는 데 아무 지장 없다는 내용이다. 우리말 단어에는 한자가 엄청 많다. 이건 자존심 따위와는 상관없다. 한자 문화권이었기에 한자 단어와 순우리말이 융합되어 지금의 우리말이 되었을 뿐이다. 이처럼 한자와 한글의 미묘한 차이를 잘 살리면 헤드라인이 유쾌해진다.


"안돼요, 느려요, 끊겨요"


이 풍경은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의 온라인 수업현장에서의 '아우성'이다. 코로나 확진으로 인해 유치환 시인의 <깃발>에 나오는 '소리없는 아우성'이 느닷없이 소환된 셈이다. 온라인 수업이 당연히 필요한 시대의 소명이지만, 준비가 부족한 탓에 원격 수업이 장애로 말미암아 난리 브루스였다.


어머나 어머나 이러지 마세요/ 여자의 마음은 갈대랍니다/ 안돼요 왜 이래요 묻지 말아요/ 더 이상 내게 원하시면 안돼요


이는 혜성같이 등장한 신세대 트롯 가수 장윤정<어머나>(2004년)의 노랫말 중 일부이다. 헤드라인은 장윤정의 노래를 소환하면서 구체적으로 아이들의 수업에서 무엇이 문제인지를 생생하게 알려준다. 그렇다. 잘 만든 헤드라인이 가진 힘을 여실히 보여주는 셈이다. 


이참에 우리나라 교육에 일대 혁명이 일어나기를 기대해본다. 한국에서도 매년 스티브 잡스 열 명씩 나올 수 있지 않을까? 방탄소년단BTS의 노래가 전세계에 울려퍼지듯, K에듀도 전 세계에 전파되면 관련 시스템이나 솔루션도 수출할 수 있다. 하드웨어는 이미 우리 기업들이 세계적으로 정평이 나 있으니 콘텐츠만 보강하면 된다. 학생들의 집중력을 계속 붙잡아 둘 고품질 콘텐츠가 필요하다. 앉으면 눕고 싶고, 누우면 자고 싶은 게 인지상정. 이걸 해결하는 게 관건일 것이다.


씁쓸한 '1코노미' 확산


경제를 의미하는 이코노미Economy의 '이E'는 뜻과는 상관없이 숫자 '2'로 해석했다. 그런데, 이 헤드라인이 어필하는 바는 '앞으론 2대신 1'이라며 신조어 '1코노미'를 만들어냈다. 오스트리아 경제학자 슘페터는 '창조적 파괴'라는 말로 '기업가 정신'을 강조했다. '1코노미'도 언어의 창조가 아닐까 싶다.


'혼밥', '혼술' 등의 현상은 1인 가구 증가를 상징하는 신조어다. 한국의 전통 가족문화는 '한 지붕 세 가족'이 모여사는 다세대 가족이었지만 경제 환경과 사회 체제의 급변으로 인해 이젠 '솔로족'으로 대표되는 '1인 가구'가 점차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이다. 이는 비단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유럽 복지국가 스웨덴의 1인 가구 비율은 51%(2017년)에 달할 정도로 , 중진국 이상의 보편적 현상인 셈이다.


미국 미시간대학교 심리학과 리처드 니스벳 교수<생각의 지도>(2004년)에서 서양은 독립성을 중시하는 반면 동양은 상호의존성을 중시하는 높은 맥락 사회라고 진단했다. 곧 설연휴가 시작된다. 그래서 우리의 명절은 이런 맥락으로 연결되었기에 피곤했던 것이다.  


우리는 결국 호모 솔리타리우스(Homo Solitarius), 즉 외로운 인간이다. 혼자 요리하고, 혼자 식사하는 데도 길들여져야 하지만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자발적으로 행동하는 데도 익숙해져야 한다. 우리들은 사회로부터는 노바디(nobody), 타인에게는 애니바디(anybody)일지라도 스스로에게는 대체 불가능한 섬바디(somebody)다.


그렇다. 이젠 1코노미의 부상을 계기로 우리 사회가 집단사고에 속박된 일사불란한 사회에서 보헤미안처럼 자기 삶의 이상과 가치를 추구하는 생동감 있는 사회로 변신하는 모양새이다. 참고로 2018년 10월에 개봉한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관객수는 한국에서 994만 명을 기록하며 전 세계 1위였다.


기생충, 세계영화사의 선線을 넘다


<살인의 추억>(2003년)이란 영화로 관객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던 봉준호 영화감독은 십년이 지나 <설국열차>(2013년)로 해외팬들로부터의 찬사와 함께 '덕후'까지 탄생될 정도로 명감독 반열에 올랐다. 그랬던 그가 이번에 <기생충>(2020년)으로 만루 홈런을 치고 말았다. 이를 한겨레신문의 헤드라인은 '세계영화사의 선을 넘다'라고 표현했다. 비영어권 영화로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비롯 4개 부문에서 트로피를 올렸기 때문이다.  


'선線을 넘다'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한계나 한도를 넘다'이다. 우리 사회엔 너무 많은 보이지 않는 선이 있다. 마치 첩보영화에 나오는 적외선 레이저 그물망 같다. 이 중 어떤 선은 스치기만 해도 '모난 돌이 되어 정을 맞는다'. 어떤 선 앞에서는 '알아서 기어야 한다'. 선이 몇 개나 있는지, 어디에 있는지를 깨닫기까지는 오랜 숙고와 시행착오가 필요하다.


기태(송강호 분)는 왜 매너 있는 박사장(이선균 분)을 죽여야 했을까? 영화는 늘 그렇듯 스스로 답하진 않는다. 답은 오직 관객들의 몫이다. 예상해 보건대 선을 넘어선 탓이 아닐까? 이미 우리들이 알고 있는 바와 마찬가지로 사실상 선은 단호하고 상대적이다. 


즉, 이쪽에서 '넘어가도' 안 되지만, 저쪽에서 '넘어 들어와도' 안 되는 게 바로 선線이다. 예를 들어, 일과 후 회식자리라고 해서 부하가 상사에게 막 대하거나 상사가 부하들만 즐기는 노래방에 마구잡이로 들어오는 것처럼 말이다. 다시 <기생충>으로 돌아가보자. 파티 장면에서 쓰러진 근세(박명훈 분)에게서 풍기는 냄새에 얼굴을 찌푸린 박사장의 행동을 기태는 선을 넘은 무례함으로 받아들이 건 아니었을까? 이에 대한 해석은 다양할 수 있다. 평상시 무심코 지나쳤던 부분이 영화를 통해서 더 잘 보일수도 있는 것이다. 영화는 삶의 거울이다. 





헤드라인 쇼퍼, 현대인의 숙명


'화룡점정畵龍點睛'이란 말이 있다. 용의 그림에 눈동자를 그려넣음으로써 최후의 중요한 부분을 마친 것을 의미한다. 비로소 용의 모습이 완성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 정보의 홍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현대인들은 헤드라인의 소비자이므로, 헤드라인을 어떻게 뽑았는지에 따라 이 콘텐츠의 소비를 결정하게 된다. 용의 눈동자를 제대로 찍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개념이다. 한 줄의 엄청난 힘을 느끼고 싶다면 이 책을 펼치길 강력히 권한다.


 '컬쳐300 으로 부터 제품을 무상으로 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솔직하게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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