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비움 공부 - 비움을 알아간다는 것
조희 지음 / 리텍콘텐츠 / 2021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장자의 핵심 철학은 비움입니다. 스펙쌓기에 몰두하고 있는 젊은이에게는 조금 낯설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런 장자의 철학은 현대의 젊은이들을 구제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쓸데없는 것들로 내면을 채우는 것이 아닌 자신의 본연의 마음과 만나는 비움을 통해 한 단계 더 성숙한 사람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 '들어가는 말' 중에서



나만의 온리원을 발견하라


책의 저자 조희는 인문 고전을 통해 세상을 보는 눈과 사람이 사는 길을 찾는 인문 고전 연구가이자 평론가이다. 고전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탁월한 안목을 바탕으로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통찰을 줄 수 있는 방향을 찾아서 글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책의 바다에 빠져든지 수십년, 읽은 책은 만여권에 이르러 더 이상 책장의 빈 곳을 찾을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비우라'는 장자의 가르침이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의미가 아니라 개개인의 적성과 특성에 맞는 자신만의 유일한 것을 발견해 이를 가꾸라는 것임을 강조하는 저자는 총 3부로 구성된 이 책에 100가지의 철학이야기를 소개한다. 책을 통해 세상 속에서 자신을 어떻게 포지셔닝할지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보라는 화두를 던진다. 자, 장자의 철학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보자.



꿈속에서 나비가 되다


"내가 꿈속에서 나비가 된 것일까, 아니면 꿈속에 내가 있었던 것일까"


이 이야기는 장자 철학을 논할 때 가장 대표적으로 언급되는 호접몽胡蝶夢에 나오는 것이다. 즉 꿈속에서 장자가 나비가 되었는데, 나비가 장자가 된 것인지 아니면 장자 본인이 잠깐 동안 나비가 되었는지 헷갈린다는 그런 내용이다. 장자 철학의 핵심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기도 한데, 이는 바로 '물아일체物我一體'를 뜻하는 것이다.


일장춘몽一場春夢이라는 말도 있는 것처럼, 한바탕 꿈속에서 노니다가 꿈에서 깨면 남는 것은 허망함이다. 그렇다고 이 꿈이 현실과 전혀 상관없는 것은 아니다. 꿈은 현실과 맞닿아 있다. 예를들어, 실제론 왕인 사람이 꿈속에서 거지로 살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 사람은 현실에선 거지이지만 꿈속에선 왕으로 사는 사람과 다르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 장자는 이런 꿈을 사례로 들면서 꿈속이 맞는지, 아니면 현실이 맞는지를 우리들에게 묻고 있다. 묻는게 아니라 오히려 현실은 한바탕 꿈과 같음을 깨달아라고 일갈하는 듯하다. 만약 이를 깨닫는다면 우리들은 현실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어리석음은 범하지 않을 것이다. 최근 우리들을 매우 불편하게 만든 인물이 있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이다. 과연 그녀는 잘못된 꿈을 꾸었음을 깨달았을까? 권력에 집착하면 잘못된 꿈, 즉 '허망함'의 노예가 되고 만다. 



욕심이 없으면 걱정도 없다


최근 물의를 일으킨 스님이 있다. 혜민스님, 그는 '무소유'의 행복을 널리 전파하면서 자신의 책으로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그러나, 그는 '무소유'를 실천하기는커녕 '풀소유'의삶을 영위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이에 당연히 비난의 목소리가 뒤따랐다. 무릇 인간들은 '소유욕'을 쉽게 버리지 못한다. 바로 '인지상정' 아닐까 싶다. 그래서 불가에선 이런 욕구를 절제하라고 가르친다.


오욕칠정五慾七情은 인간들의 기본적 마음일 것이다. 오욕이란 '재물욕, 명예욕, 식욕, 수면욕, 색(성)욕'을 말하며, 칠정이란 '희노애락오욕喜怒哀樂惡慾'을 가르킨다. 오욕이란 인간의 감각기관인 눈, 귀, 코, 입을 통해 느끼는 원초적 본능이며 이때 생겨나는 감정이 즐겁고 슬프고 화나고 기쁘고 등 칠정이 생겨난다.


이런 원초적 감정들을 절제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장자 철학에는 '마음의 재계'라는 말이 나온다. 이는 마음의 구속을 씻어내라는 말인데, 공자의 가르침을 사례로 든 것이다. 우리들이 간절히 이루고 싶은 무언가가 있을 때 '목욕재계하고 소원을 비는' 행동을 한다. 기도에 앞서 더러운 것을 자신의 몸에서 씻어내는 것이 바로 '재계'이다. 장자가 인용한 공자의 사례는 이렇다.


안회 "재계에 일니 마음의 구속이 사라졌습니다. 이제 마음을 배웠노라고 감히 말해도 되겠습니까?"


중니 "너는 세속에 섞여 들더라도 부질없는 명예에 정신을 팔지 말아야 한다"


위와 같은 공자의 가르침을 빌려 장자가 하고 싶은 말은 '부질없는 명예'에 신경쓰지 말라는 것이다. 사실상 공자는 '입신양명'을 인생의 승리로 보았지만, 반대로 장자는 오히려 세속을 등지고 자연과 합일合一하는 그런 삶을 살기를 원했다. 그렇다고 반드시 산으로 들어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 욕심을 버리는 마음이야 말로 가장 중요한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야 한다


"사람에게는 일곱 개의 구멍이 있어 그 구멍을 통해 보고 듣고 먹고 숨을 쉬는데 혼돈에는 이것이 없어 불편할 거야. 우리가 그를 위해 구멍을 뚫어 주자"


이는 장자의 '무위無爲사상'에 자주 인용되는 말이다. 즉 남해를 관장하는 임금인 '숙'과 북해를 관장하는 임금인 '홀'은 중앙을 관장하는 임금인 '혼돈'으로부터 극진한 대접을 받고서 이를 갚을 방법을 궁리했다. 이들은 '혼돈'에게는 없는 '구멍'을 만들어주기로 했던 것이다.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요? '숙'과 '홀'은 하루에 구멍 하나씩 만들기 시작, 이렇게 7일이 지나자 '혼돈'은 오히려 죽고 말았다.


오래전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한 아파트에 살 적에 경험을 소개해보려 한다. 이 아파트는 복층구조였는데, 1층엔 꽤 넓은 정원이 마련되어 있었다. 평소 야생화를 찾아 전국을 누비는 내가 못마땅했는지 아내가 이곳을 소개하자 난 그 자리에서 바로 계약했었다. 사계절별로 피는 야생초들을 구해 마당에 골고루 심어서 이를 감상하곤 했다. 딸에게도 좋은 교육환경이었다.


하루는 서둘러 귀가했더니 두 딸이 사용하는 2층에서 새소리가 났다. 가보았더니 마당에 떨어진 새끼 새를 키운다며 방에 둥지를 만들어 정성을 들이고 있었다. 얘기를 들어보니 새끼가 마당에 떨어져 더 이상 날지를 못하자 흥부전의 제비가 생각났는지 이 새끼를 수습했다고 했다. 하지만 딸의 정성에도 불구하고 먹이를 거부하던 새끼 새는 결국 죽고 말았다. 사람의 손때를 묻힌 결과가 정말 비참했다. 자연의 순리를 거역하면 이런 참담함이 뒤따름을 보여준 사례이다. 앞서 장자 철학에 소개된 7일만에 죽은 '혼돈'과 같은 맥락이다.


장자는 '혼돈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들에게 인위에서 벗어나 '무위', 즉 '아무것도 하지 않아야'한다고 주장한다. 사람들은 누구나 저마다의 개성이나 특성이 있다. 여기서의 무위란 바로 '개성'이나 '특성' 그대로를 의미한다. 물론 나에게 좋은 점이 남에게도 반드시 좋으란 법이 없듯이, 남의 좋은점이 나에게도 반드시 좋을 것이란 법도 없는 것이다. 그렇다. '무위'란 굳이 자신의 눈에 없는 쌍꺼풀을 억지로 돈 들여가며 손댈 필요가 있는지를 지적하는 셈이다.



인위를 버리고 자연 본성에 순응하라


책의 저자가 우리들에게 던지는 메세지는 성공과 실패, 부와 가난, 선과 악 등에 관해 지금 이 시대에 어떤 것이 옳은 것인지를 고민해 보라고 말한다. 책은 총 100편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굳이 순서대로 읽을 필요도 없다. 곁에 두고서 마음에 끌리는 대목을 한편씩 음미해보면 좋을 듯 싶다. 늘 바쁜 일상에 지쳐 스트레스에 찌든 현대인들에게 책의 일독을 권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