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는 리더들의 철학 공부
앨리슨 레이놀즈 외 지음, 김미란 옮김 / 토네이도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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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들은 재화를 어떻게 쓸 것인지를 알려주고, 심리학자들은 기분 좋게 일하는 법을 알려준다. 하지만 우리는 철학자의 말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물질적 재화나 기분 말고 사람들에게 정말로 좋은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하고, 그 문제에 대한 답을 추구하는 학문이 도덕철학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에게 좋은 것이란 사람들이 발전하고 인간답게 잘 사는 것이다. - '서론' 중에서

 

 

왜 철학이 중요한가? 

 

이 책은 세계 최고로 손꼽히는 런던 경영대학원에서 30년 넘게 리더십 개발 프로그램을 운영해온 네 명의 권위 있는 경영 전문가들에 의해 탄생했다. 경영학에 정통한 전문가들이 왜 철학을 이야기하게 되었을까? 이들은 오랜 시간 동안 세계적인 기업의 CEO와 관리자들을 만나면서 그들이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철학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단숨에 철학에 매료되었다.

 

저자들은 고대부터 현대까지 여러 철학자들의 지혜를 토대로 그간의 실전 경험과 전 세계 리더들을 대상으로 펼친 주옥같은 강의들을 엮어 '좋은 조직'을 만드는 방법을 한 권에 담아냈다. 그래서 이 책은 그간 당연하게 여겨졌던 경영학의 상식을 완전히 뒤집어 전 세계 석학과 글로벌 기업 CEO들로부터 극찬을 얻었고, 유력 언론들로부터 주목을 받았다.

 

이 책에서는 위대한 철학자들의 목소리를 빌려 인간이 잘 사는 문제에 대해 이야기한다. 리더든일반 직원이든, 철학자들의 생각을 직장에 적용할 수 있다면 더 이상 기계의 부품이나 도구로 전락하지 않을 것이다. 좋은 삶에 대해 전혀 고민하지 않거나, 자신이나 세상을 조금도 마음대로 할 수 없다면 이는 바로 '노예의 상태'인 것이다.

 

 

 

 

 

책은 총 10장으로 구성되었다. 1장에서는 직장에서 소외감을 줄이고 더 잘 몰입하는 법에 대해 심리학자들이 내놓은 답을 살펴보고, 2장에서는 이 책이 전하는 철학적 지혜의 첫 번째 원천을 소개하며, 3장은 전략에 관한 이야기로, 조직의 방향을 어떻게 설정하고 어떻게 시행할 것인지를 다룬다.

 

4장에서는 창의력과 비판적 사고를 다루며, 5장에서는 소위 '무지의 장막'이라고 하는 사고실험을 소개하고, 6장에서는 리더들이 권한위임을 어떻게 잘못 이해하고 있는지를 지적하며, 7장에서는 리더에게 필요한 의미 있는 소통에 주목하며 새로운 소통 방법을 배울 것인지, 그저 전처럼 일방적으로 직원들을 설득할 것인지를 묻는다.

 

이어서 8장에서는 오늘날 조직에서 아주 뜨거운 주제인 몰입에 대해 이야기하고, 9장에서는 가치에 대해 살펴보면서 2001년 파산한 엔론도 여러 가지의 기업 가치를 만들었고 진실성을 최고의 가치로 삼았음을 경계하며 조직에서 모든 이에게 동일하게 중요시되는 가치란 없음을 말한다. 마지막으로 10장에서는 리더 자체를 집중적으로 다룬다. 

 

회사에서의 노예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니코마스 윤리학>에 의하면, 온전히 인간다운 사람이 동물이나 노예와 어떻게 다른지를 설명한다. 즉 동물은 거친 욕구와 욕망에 따라 움직이고, 노예는 자신의 힘은 전혀 없이 타인의 의지만으로 움직인다. 따라서, 동물과 노예의 상태에서는 어떤 행복도 안녕도 없다.

 

노예는 선택의 자유가 없고, 동물은 이빨과 턱에 붉은 피를 묻히며 살기에 엄청난 고통이 따른다. 이에 비해 잘 사는 사람, 즉 인간은 자신에게 무엇이 좋은지를 잘 알고 그에 따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존재이다. (62쪽)

 

간을 노예나 동물과 구별 짓는 특징은 무엇일까? 바로 이성이성이다. 이성은 동물에게는 당년히 없고, 노예는 있을지라도 이를 사용할 줄 모른다. 이성이야말로 사람들에게 '자신에게 무엇이 좋은지를 알려주는 지표'이다. 이성은 인생에서 고난을 마주하거나 기회가 생길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막스 페루츠와 공정한 조직

 

막스 페루츠라는 인물을 아는가? 아마도 이 책의 독자 대부분은 회사의 경영과 관련된 일에 종사하는 사람이라 잘 모를 것이다. 그는 경영학과는 상관 없는 화학자로 오스트리아에서 출생한 유대계 출신이다. 박사 학위를 영국 케임브리지에서 득하고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그에게 붙여진 칭호는 '분자생물학의 대부'였으며, 헤모글로빈의 분자 구조를 발견해 노벨상을 수상했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생물학 연구소를 설립했다는 점에 우리들은 주목해야 한다. 1947년 영국 의학연구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케임브리지 대학교 캐번디시 연구소에 분자생물학연구부를 세웠는데, 당시엔 연구부 직원이 그에게 박사학위 논문을 지도받는 단 한 명 뿐이었다. 하지만 15년 뒤 두 사람이 노벨상을 공동으로 수상할 때는 연구원이 90명이었으며, 연구부도 분자생물학연구소로 확대됐다.  

 

이 연구소는 DNA의 분자구조를 발견한 프란시스 크릭제임스 왓슨의 고향과도 같은 곳이다. 페루츠는 1962년부터 1979년까지 이 연구소를 이끌었는데, 당시가 최전성기였다. 2002년 페루츠가 사망했을 때 이 연구소는 단일 규모로 소속 과학자 13명이 노벨상 9개를 수상, 영국 왕실의 코플리상 9개, 공로훈장 4개 등을 수상하는 업적을 이루었다.

 

여기서 우리들은 왜 이 조직은 번성할 수 있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페루츠의 성공 비결은 많은 경영인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기 때문이다. 그가 만들려고 했던 조직 문화는 바로 연구원의 자율성 보장이었다. 이렇게 젊은 학자들의 독립심을 키워줌으로써 항상 새로운 아이디어가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리더가 되기 위해 알이야 할 것은 전문적인 답이 아니다. 자기가 의지하는 사람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사람들이 무엇을 강하게 원하는지를 알아야 한다.(165쪽)    

일반적으로 조직생활을 할 때 그들을 둘러싼 환경은 늘 사람을 미치게 만들지만 사람들은 너무나 오랫동안 그런 현실을 당연시해 왔고, 만나는 사람마다 붙잡고 불만을 터뜨리기에 바쁘다. 그런데 캐번디시 연구소는 불평할 필요가 전혀 없다.
목표나 기준, 계획, 핵심성과지표, 마감 기한 같은 것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아주 위험한 공모에 빠져 있다. 삶에 대한 책임을 타인에게 위탁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 순진하게도 남이 나보다 나를 더 잘 관리해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을 속인 채 남이 내 이익과 안녕을 진심으로 살펴줄 것이라고 믿는다. 남이 보살펴주기를 바란 나머지, '관리하는 의무'를 맡기로 한 사람들을 신뢰한다. 이를 통상 우리들은 '리더'라고 칭하면서, 리더 덕에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를, 자신의 이유와 의지에 따라 삶을 살아야 한다는 의무에서 해방되기를 바란다.

 

또한 리더는 그런 필요성에 아주 쉽게 반응해서 사람들에게 답을 제시하고, 규칙을 정하고, 결정을 내리고, 보상과 처벌을 하고 그것이 옳다고 믿는다. 이런 식으로 자신의 지위와 높은 보수를 정당화한다. 리더는 통제를 즐기고, 구성원은 책임에서의 자유를 누린다. 이런 공모는 전염성이 크다.

 

소통

 

소통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지금은 '소통의 시대'이다. 사람들은 자기 고유의 의미를 만들 공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아무리 선의를 가진 리더라도 명료함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직원들에게 무엇을 생각하고,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를 미리 말하는 어리석음을 범하기도 한다.

 

책은 에픽테토스, 데이비드 흄, 조너선 하이트 등 세 명의 철학자의 도움으로 소통 방식을 살펴본다. 몇 가지 문제와 과제를 제시하고, 리더의 역할은 뛰어난 소통 방식을 활용해서 사람들에게 무엇을 생각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말해주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상황을 자기 방식으로 이해하고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협력을 유도하는 것이라는 점을 밝히려고 한다.

 

그래서 많은 리더가 불만을 토로한다. 사람들이 리더의 말에 동의하지 않거나 저항해서 그들을 이끌기가 힘들다고 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경험한 바에 의하면 리더가 힘든 이유는 사람들을 설득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 아니다. 문제는 소통에 대한 리더의 태도에 있다. "사람들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사람들의 감정이나 바람이지, 리더의 말이 아니다" 

 

소통의 부작용에 대한 조사를 살펴보자. 일의 진행을 막는 요인은 무엇인가? 전략을 통해 조직의 문제를 해결할 때 방해 요소는 무엇인가? 이에 대해 산업 분야와 문화와 상관없이 모두가 인간적 상호작용의 부재를 지적했다. 가장 큰 방해 요소임을 직감적으로 알면서도 실제로는 여전히 구조나 프로세스, 결정권자를 바꾸는 일에 주력하는 현상을 보인다. 우리는 이런 현상을 '실체의 폭압(Tyranny of the Tangible)'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철학자, 인간이 원하는 삶을 가장 많이 고민한다

 

인간은 본래 의미를 좇는 존재다.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 어떤 삶이 옳은지, 어떨 때 가장 인간다운지 등을 항상 묻고 답을 찾는다. 이처럼 인간이 가장 원하는 삶의 모습을 가장 많이 고민한 이들은 바로 철학자이다. 그래서, 이 책도 직장에서의 '잘 사는 삶'이란 어떤지에 대해 답을 철학에서 찾고 있다. 회사를 경영하거나 직장에서 경영 업무에 관여하는 사람이라면 책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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