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눈
딘 쿤츠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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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눈>은 액션, 서스펜스, 로맨스와 더불어 초자연적 현상을 섞어 쓴 나의 초기작이다. 이 소설에는 <Watchers>나 <Mr. Murder>같은 후기작에서 나타나는 강렬함이라든가 인물의 깊이, 복잡한 주제나 전개 방식은 없고, <Intensity>처럼 목이 바짝 타오르는 공포감도 없지만, 헌책방에서 니콜스라는 이름을 달고 출간된 찾은 많은 독자들이 호평을 해주었다. 독자들이 이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는 잃어버린 아이, 또 어린 아들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 알아내기 위해서라면 뭐든 하는 헌신적인 어머니라는 소재가 우리 마음속 원초적인 심금을 울리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 '작가의 말' 중에서

 

 

엄마의 사랑는 강하다

 

이 책의 저자 딘 쿤츠매년 2,000만 부 이상이 팔리고 38개 언어로 80여 개국에 번역되어 5억 부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한 미국의 초대형 베스트셀러 작가. 스티븐 킹과 함께 서스펜스 소설계의 양대 산맥으로 불린다. 현재까지 발표한 작품 중 총 16권의 소설이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영미권에서는 신작이 출간되자마자 즉시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오를 만큼 독자들의 뜨거운 애정과 신뢰를 받고 있다. 미국 언론은 그를 일컬어 "스티븐 킹이 소설계의 롤링 스톤스라면, 딘 쿤츠는 비틀스다!"라고 극찬했으며 롤링 스톤스는 "미국 최고의 서스펜스 소설가"라고 칭송한 바 있다.

1945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유년 시절 상습적으로 폭행을 일삼는 알코올중독자 아버지를 피해 주로 도서관에서 책을 읽거나 소설을 습작하며 시간을 보냈다. 시펀스버그주립대학 영문과에 진학한 후에는 애틀랜틱 먼슬리 매거진이 주최한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으며 글쓰기 실력을 인정받았다. 졸업 후 청소년 상담 지도사, 영어 교사, 록 밴드의 드러머, 식품창고 직원 등으로 일하며 밤과 주말을 이용해 집필 활동을 계속해왔다. 

 

주로 SF 소설을 쓰는 무명 소설가였던 딘 쿤츠는 1973년 <인공두뇌(Demon Seed)>와 1975년 필명으로 발표한 <Invasion>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대중과 평단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이후 여러 필명으로 <The Key to Midnight>, <펀하우스(The Funhouse)>, <어둠 속의 속삭임(Whispers)> 등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연달아 발표했고, 1986년 본격적으로 본명인 '딘 쿤츠'라는 이름으로만 책을 출간하기 시작했다. 라이벌인 스티븐 킹과 달리, 한동안 작품의 영상화를 거절해왔던 딘 쿤츠는 비록 영화나 드라마로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오늘날까지 매해 2천만 부 이상이 꾸준히 팔리고 있는 명실공히 미국의 가장 대표적인 대중 작가 중 하나로 손꼽힌다. 

 

 

 

 

<어둠의 눈>은 딘 쿤츠가 '리 니콜스(Leigh Nichols)'라는 필명으로 1981년 출간한 초기작이다. 이 필명으로 썼던 여섯 권의 소설 중 두 번째 소설로  1980년대 출간된 스릴러인 만큼 스릴러 장르 특유의 장치와 문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도 현대 독자들에게 익숙한 스릴러와는 사뭇 다른 매력을 풍긴다.

 

즉 주인공들은 피 터지는 복수극보다는 아들의 사고가 죽음으로 은폐되어야 했던 어두운 진실을 파헤치고 아들을 되찾아오는 데 집중한다. 또 호신용 총을 휴대하고 다니지만 최대한 살인을 저지르지 않으려고 몸을 사린다. 피와 살인 등의 잔혹한 묘사가 자주 등장하는 일반 스릴러와는 달리, 두 주인공은 암살자를 죽이고도 괴로워하고 '악'으로 대변되는 세력이 자멸하는 것을 보고도 양심이 가책을 느끼는 너무나도 인간적인 인물인 셈이다.

또한 당시 스릴러에서 범죄의 피해 대상이었던 여성 캐릭터를 사건 해결의 주체로 내세웠다는 점도 새롭다. 아이를 찾기 위해 목숨 건 여정을 떠나는 강한 모성은, 성별性別을 떠나 '인간'이 지닐 수 있는 강인함을 보여준다. 피와 잔혹함으로 도배되는 스릴러에 지친 독자에게 1980년대 아날로그 감성이 담긴 스토리는 색다른 김동으로 다가온다.

 

소설의 주인공은 아들 대니, 대니의 엄마 티나, 그리고 엄마 티나의 조력자 역할을 하는 변호사 엘리엇이다. 일년 전 사고로 아들을 잃은 대니의 엄마 티나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쇼의 제작자로 큰 물량을 투입한 공연 <매직!>을 눈 앞에 두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그녀의 눈에 아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길거리에선 아들을 닮은 환영이 보이고, 아들의 방에선 '죽지 않았어'라는 글자가 칠판에 적혀있다.

 

그래서, 대니의 엄마는 이것이 마치 아들이 자신에게 보내는 메시지처럼 느껴지면서 사고후 지금껏 아들의 시신을 한번도 확인한 적이 없음을 깨닫고 아들의 죽음에 의문을 품는다. 이에 그녀는 아들의 무덤에서 시신을 확인하고자 변호사 앨리엇을 만나다. 이때부터 그녀의 주변에선 의문의 사건사고가 발생한다.

 

아들을 찾겠다는 엄마의 도전을 단순히 그린다면 이는 스릴러가 아닐 것이다. 그렇기에 작가는 여기에 '초자연적 현상'을 도입한다. 즉 '죽지 않았어'라는 메시지가 출현하면 주변의 기온이 급격히 하락하거나, 주변의 전기기구들이 멋대로 오작동하며, 또 마치 신호를 작정하고 보내는 것같은 '깜빡임' 현상들이 묘사에 동원된다.

 

죽지 않았어. 그러니까 이 글자는 여기에 계속 쓰여 있었다고밖에 볼 수 없었다. 대니가 죽기 전 남긴 글자가 분명했다. 물론 아이의 글씨체는 그 애의 성격처럼 단정했다. 이런 식으로 휘갈겨 쓰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 글자는 대니가 쓴 것이 틀림없었다. 그래야 말이 된다. 그런데 이건 그 애가 버스 사고로 죽은 걸 두고 하는 말 아닌가? 아니, 우연의 일치다. 당연히 대니가 죽기 전에 써놓은 글자일 것이다. 그 애가 죽은 뒤에 이 글자를 발견했다고 밑도 끝도 없는 해석을 해대면 안 된다. 이건 그야말로 어처구니없는 우연의 일치다. 그녀는 다른 가능성을 생각해보지 않았다. 또 뭐가 있을지 생각하면 너무나 무서워질 것 같았다. (29~30쪽)
 

한편, 이 소설이 갑자기 한국 독자들에게 많은 관심을 유발하는 이유가 소설 후반부에 등장하는 이런 내용 때문이다. 리첸이라는 중국인 과학자가 미국으로 망명했다. 그는 중국에서 개발한 위험한 생물무기 정보가 담긴 디스켓을 갖고서 말이다. 이 물질의 이름은 우한 외곽에 위치한 DNA 재조합 연구소에서 개발되었기에 '우한-400'으로 명명되었다. 이는 연구소가 개발한 400번째 인공 미생물로 독자 생존이 가능한 종種이다. 우한-400은 완벽한 무기다. 오로지 인간만을 괴롭힌다. 그리고 매독균처럼 살아있는 인간의 몸을 벗어나면 1분 이상 생존할 수가 없다.

 

다른 생물무기와 비교했을 때 아주 중요한 장점이 있다. 바이러스와 접촉한 지 4시간만 지나도 타인에게 감염시킬 수 있다. 그리고 일단 감염된 사람은 24시간을 넘기지 못하고 모조리 죽는다. 대부분은 12시간 만에 목숨을 잃게 된다. 아프리카의 에볼라 바이러스보다 더 강력해서 우한-400의 치사율은 100퍼센트다. 중국은 무수히 많은 정치범들에게 이를 실험해서 얻은 결론이다. 아무튼 우한에서 발병된 신종 바이러스는 중국에서 개발되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으니 이 소설의 내용과 매우 흡사하다.    

 

결국은 '사랑'이다

 

등장인물들은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인간을 향한 애정을 끝까지 놓지 않는다. 인간의 악하고 잔혹한 면을 다루면서도 선함에 대한 확신을 끝내 놓치지 않는 이 소설은 단순히 스릴러로 정의하기엔 다소 무리인 듯 싶다. 실체가 없는 거대한 조직에 맞서 개인적인 슬픔을 이겨내는 어머니의 사랑은 극한 상황 속에서 더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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