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는 거실에 둘게요 - 1.5인가구의 모던시크 주거라이프 edit(에디트)
서윤영 지음 / 다른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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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만 해도 우리나라는 4인가구 최저생계비, 4인가구 주거대책 등 정책과 인프라에 관한 모든 게 4인가구에 맞춰져 있었고 실제 가구 비율도 4인가구가 가장 많았다. 그러나 이제는 도리어 4인가구를 찾기가 어려워졌다. 1인가구와 2인가구가 전체 가구 중 절반 넘게 차지하고 있으니 이제 우리나라도 1.5인가구가 대세인 세상이 되었다. - '프롤로그' 중에서

 

1.5인가구의 주거라이프

 

이 책의 저자 서윤영은 서울 수유리에서 태어나 4인가구의 딸로 살았다. 어릴 때부터 책과 카메라를 좋아했다. 대학에서 수학과 일본어를, 대학원에서 건축을 공부했다. 졸업 후 설계사무소에서 일하며 틈틈이 신문에 건축칼럼을 기고했다. 그게 출판사의 눈에 띄어 첫 책을 출간했고 그 뒤로는 철근과 콘크리트가 아닌, 말과 글로 집을 짓는 일에 전념하게 되었다.

 

결혼으로 4인가구에서 2인가구가 되었다. 아이를 낳지 않았기 때문에 일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고, 그것이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이라 생각하고 있다. 개인의 공간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얼마 전 일에 더 열중하기 위해 집 근처에 작업실 겸 세컨드 하우스를 얻었다. 그렇게 지금은 간헐적 1인가구, 즉 1.5인가구로 산다.

 

세상이 이렇게 변했는데도 주택이라는 하드웨어는 여전히 4인가구에 맞춰져 있다. 신축 아파트에는 항상 24평, 33평, 44평짜리 집이 무지개떡의 빨강, 파랑, 노랑 색깔처럼 구색 맞추기로 들어가 있고 24평과 33평은 방 3개, 44평은 방 4개라는 공식이 전국적으로 통일되어 있다. 아무리 작은 아파트라도 방은 3개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집에 4인가구가 산다는 전제하에 나온 것이다.

 

부부를 위한 안방 하나에 자녀 방 둘. 여기에 44평짜리 중대형 아파트로 가면 방 하나를 롭션으로 더 넣는 식이다. 1.5인가구를 위한 방 1개자리 12평 아파트나 방 2개짜리 18평 아파트는 아예 계획에서 제외되어 있다. 그래서 1.5인가구는 오피스텔이나 원룸 등으로 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시대의 대세는 1.5인가구인데 이들이 왜 주거문화, 주거정책에서는 주변을 맴돌아야 하는가.

 

 

 

 

1인가구의 증가

 

얼마 전까지 우리나라는 4인가구가 대세였다. 하지만 이는 정부 시책을 결정하면서 설정해놓은 하나의 모델에 불과하다. 1960~1970년대에 정부는 인구증가를 막기 위해 "딸 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낧아 잘 기르자"라는 가족계획을 대내적으로 선전했고, 이에 부부와 2자녀로 이루어진 4인가구가 행복하고 단란한 '이상적인 핵가족'이라는 이미지로 정형화되었기 때문이다.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사적인 사안을 공적인 대의로 치환해버린, 이 범국민적 새마을운동스러운 표어는 자녀 각자에게 독방을 주자는 건축적 어휘로도 번역되었다. 부부 침실 1개에다 자녀 침실 2개로 이루어진 33평짜리 방 3개 아파트가 '국민주택'이라 일컬어지면서 각종 주거정책의 준거가 된 것이다. 

 

하지만 10~20년 전부터 여기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자녀 수가 1명으로 줄어들어 3인가구가 늘어나더니 자녀 없는 2인가구도 생겼고 1인가구도 증가했다. 그리고 이제 1인가구는 보통의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2010년에는 2인가구가 4인가구를 앞질렀고, 2015년 이후부터는 1인가구가 가장 많은 유형의 가구가 되었다.

 

 

 

1인가구 통계

 

가장 많이 사는곳~ 강원도(32.8%)

세대별 순위~ 1위(70대 이상,18.3%), 2위(20대,17.4%),3위(30대,17.0%)

성별 최상위~ 여자 70대(28.1%), 남자 30대(21.9%) 

 

1인가구 동네 정하기

 

전국에 들어서는 아파트란 아파트는 공장에서 찍어낸 듯 모두 똑같이 생겼지만 서울 강남의 아파트와 지방 어느 소도시의 아파트 주거비가 급격한 차이를 보이는 건 결국 지역 상황에 기인한다. 즉, 집을 구할 때 가장 중요하게 따져볼 문제는 이 돈으로 '어느 동네에 집을 구할 것인가'라고 할 수 있다. 어디에다 집을 구해야 할까?

 

첫째, 매일 통근해야 하는 곳을 기준삼는다(학교, 회사)

둘째, 자주 가는 곳/가고 싶어 하는 곳/특별히 좋아하는 장소를 기준삼는다

 

1인가구의 인테리어는 가구 

사실 1인가구의 인테리어는 가구 고르기와 배치가 전부라고 할 수 있다. 널리 알려져 있듯 동물들은 영역 표시를 한다. 인간도 예외는 아니다. 다만 인간은 수캐처럼 전봇대에 대고 소변을 보는 대신 호모 하빌리스Homo habilis(도구를 사용하는 인간)라는 존재에 걸맞게 주로 소지품을 그 공간에 두는 것으로 영역 표시를 한다. 

 

열람실, 식당에서 자리 맡을 때~ 가방을 둔다

셋집에 살 때~ 자신이 좋아하는 가구를 둔다

 

가구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귀었다. 과거엔 가구는 한번 장만할 때마다 비싸고 좋은 걸로 구입해서 평생 사용한다는 인식이 깔려 있었다. 우리들의 할머니, 어머니가 시집얼 때 혼수품으로 장만했던 자개장, 오동나무장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될 것이다. 하지만 요즘은 가성비 좋은 저렴한 것을 골라 그때그때 사용하다가 바꾼다. 이를 '패스트 무빙 소비재'라고 말한다.

현재 우리나라 건축에서 주방은 욕실처럼 그 위치가 고정되어 있다. 하지만 에어컨, 세탁기, 식기세척기를 생각해보자. 이 물건들은 이동이 가능하며 전원과 상하수도를 연결할 수 있는 자리라면 그곳에 위치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주방도 개수대와 인덕션레인지가 결합된 일종의 가전제품처럼 만들어 전원과 상하수도만 있다면 어디든 자리할 수 있게 하면 어떨까? 이는 내가 지금까지 수많은 모델하우스를 살펴보면서 느끼는 아쉬움이다. 그런데, 이런 콤팩트 키친은 이미 유럽에선 선보이고 있다.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테리어를 마음껏 하기 어려운 원룸에서 공간을 가장 드라마틱하게 바꿀 수 있는 요소는 조명, 특히 부분조명이다. 싸구려 여관방과 고급 호텔의 분위기를 가르는 차이점 중 하나도 바로 조명에 있다. 방 천장에 LED 등이 달려 있는 여관과 달리 호텔 방은 천장 등이 아니라 곳곳에 스탠드 조명을 한다. 이처럼 부분조명은 공간을 훨씬 감성적으로 연출해준다.

 

 

 

 

공간 구성

4인가구가 사는 집이라면 개인 침실 말고 온 가족이 모일 수 있는 거실이 반드시 필요하겠지만 1인가구라면 공용공간으로서의 거실이 굳이 필요하지 않다. 이럴 때 거실을 침실로 쓰면 뜻밖의 장점이 생긴다. 첫째, 거실 공간은 채광을 비롯해 모든 조건이 대개 집에게 가장 좋으며 넓고 쾌적하다. 둘째, 침실에는 침대와 옷장 같은 덩치 큰 가구를 두기 마련인데 이를 좁은 방이 아닌 넓은 거실에 두면 공간감이 더 살아난다. 이 책의 제목인 '침대는 거실에 둘게요'에 대한 궁금증이 해소되는 순간이다.

 

 

 

 

글로써 집을 짓다

 

실제로 집을 이리저리 건축하고 부수고 하려면 엄청난 경비가 투입되고 낭비로 끝날 것이다. 어쩌면 어리석은 짓일 것이다. 하지만 머리에 떠오른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글로써, 스케치로써 집을 짓고 부순다면 더 많은 작업이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내가 살고픈 주거 공간을 그려보는 것만으로도 행복감을 느끼게 될 것이며, 나아가 이는 주거 혁명으로 탄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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