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어안음 - 외로움.상처.두려움과 당당히 마주하기
타라 브랙 지음, 추선희 옮김 / 불광출판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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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자신에게 진실한 삶을 막는 고통스런 신념과 정서를 치유하고 놓아버리는 것을 도와줄 것이다. 이 훈련법을 RAIN이라 한다. 이 명칭은 인지하기, 인정하기, 살펴보기, 보살피기라는 네 단계의 첫 글자를 딴 것이다. 이 훈련법은 나에게 그러했듯, 당신에게도 정서적 고통 바로 그 자리에서 치유와 자유를 찾아내는 믿음직한 길을 제시할 수 있다. - '서문' 중에서

 

 

진정한 행복과 자유를 찾아서

 

책의 저자 타라 브랙미국의 임상 심리학자이자 대표적인 불교 명상가로, 산타바바라에 있는 필딩대학원에서 임상심리학 박사학위를 받고 워싱턴 통찰명상 공동체를 창립했다. 35년 넘게 위빠사나(마음챙김) 명상을 위주로 수행하고 가르쳐온 그녀는 서양의 심리학과 동양의 불교명상을 결합한 심리치유 프로그램으로 정신적 고통을 받는 사람들에게 큰 공감과 위로를 주었다.

 

저자의 첫 책 <받아들임>은 출간 즉시 화제를 모으며 베스트셀러가 되었는데, 이 책에서 그녀는 행복한 삶의 원동력을 '받아들이는 힘'에서 찾았다. 힘을 키우는 방법으로 '근본적 수용' 훈련을 제시했다. 근본적 수용이란 자신의 경험을 있는 그대로 보고 받아들이는 것을 말한다.

 

뭔가 잘못됐을 때 우리는 두 가지 딱지를 준비한다. 하나는 상대방에 대한 비난이다. '너 때문에', '그 사람 때문에', '네가 그렇게 하지만 않았어도' 같은 것들이다. 또 하나의 딱지는 바로 자책 혹은 자기-비난이다. "나는 정말 쓸모없는 인간이야.", "나 때문에 일이 이 지경이 됐어.", "나는 정말 사랑받고 있을까?"와 같은 생각을 한다.

 
마음챙김의 수준에서는 이런 식의 대응을 '자동 반응'이라고 부르는데, 이 책에서는 이런 자동 반응을 '무가치한 트랜스(trance) 상태'라고 명명했다. 자신의 생각이나 행동에 대한 통제력을 갖지 못하는 상태다. 딱지 붙이기는 사실 인류의 발전과 함께 성장한 '자연스러운 것' 이다. 트랜스 상태에 빠지게 되면 생각에 함몰되고 몸과 단절되며 가슴과 따로 논다. 외로움, 상처, 두려움이 반복된다.

 

자동반응적인 트랜스 상태에 있는 것은 자전거 페달을 밟아 현재 순간에서 점점 멀어지는 것과 비슷하다. 스트레스를 많이 느낄수록 페달을 더 빨리 밟는다. 자녀를 무시한 것, 중독의 광란, 사고를 낸 것, 학대받는 관계를 유지했던 것 등 가장 후회스러운 일이 무엇이든, 모든 것은 자동반응적 트랜스 상태에 갇혀있을 때 일어난다. 트랜스 상태에서는 방향을 바꿀 수 없고 자신과 타인에게 친절할 수 없다.

 

 

 

 

책은 3부 11장으로 구성되었는데, 1부(집중이 지닌 치유의 힘)는 RAIN의 각 단계에 대한 개요이며, 2부(내면의 삶으로 RAIN 들여오기)는 우리들의 내면으로 RAIN을 불러들이도록 인내한다. 마지막으로 3부(RAIN과 인간관계)에서는 인간관계로의 여행이 시작되는데, 여기선 용서하는 능력을 일깨우고, 보이지 않는 편견과 차이를 살피게 하는 훈련법이 나온다. 

 

자신이 트랜스 상태라는 걸 자각할 수 있는 징조는 여러 가지다. 즉 사소한 것이 "너무 크게" 느껴지거나, 온라인상의 링크를 따라가다가 한 시간을 허비했거나, 목이 불편해지고 어깨가 올라가면서 딱딱해지고, 몇 시간째 불안한 상태임을 깨닫거나, 가게에 들렀을 때 눈에 보이는 모든 여자들의 몸과 내 몸을 비교하고 있으며, 또 모든 사람이 싫고 세상에 트집을 잡고 싶거나, 누가 더 우위에 있는지 알려고 계속 다른 사람을 평가한다면 이는 바로 '트랜스 상태'이다.

 

 

징조를 인지하면 트랜스에서 벗어나기 쉽다. 저자는 이런 트랜스에서 유턴할 것을, 그리고 그 방법을 제시한다. 이런 트랜스 상태에서 유턴하는 방법으로 RAIN 수행을 제시한다. RAIN 수행은 인지하기(Recognize), 인정하기(Allow), 살펴보기(Investigate), 보살피기(Nurture)의 첫 글자를 딴 것이다.

 

R : 일어나고 있는 것을 인지하기 

 

지금 경험하고 있는 사고, 정서, 감정, 감각에 대해 주의력을 집중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이때 핵심 질문은 "내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이다. 자신의 주의를 붙잡는 것을 잠시 바라보라. 골치 아픈 생각, 불안감, 상처, 슬픔 등일 수 있다. 그게 무엇이든 간에 수용적인 태도로 몸과 마음에 귀를 기울여라. 그냥 일어나는 모든 것을 가만히 바라본다.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나 그 상황의 전반적인 정서를 자각한다.

 

A : 삶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기

 

이 모든 경험을 "내버려두는" 것이다. 즉 사고나 정서를 통제하거나 해결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멈추고 이 순간에 존재하는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는 의지를 자신의 내면에서 찾아본다. 공포감이나 깊은 슬픔을 느낄 때 우리들은 '예스'라고 되뇔 수 있다. 혹은 "인정해"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이는 진행상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I : 부드러우면서 호기심에 찬 주의집중으로 살펴보기

 

자신의 경험에 다정하게 관심을 갖고 집중한다. 다음 질문들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최악인 부분, 즉 가장 집중해야 하는 부분은 어디인가?', '내가 가진 신념 중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운 것은 무엇인가?', '이 신념은 어떤 정서를 일으키는가(두려움, 분노, 슬픔)?', '이것에 대한 감정은 몸 어느 부분에서 가장 강하게 느껴지는가?' (참고 : 목, 가슴, 배 부분을 훑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또 '이런 감정의 증상은 어떤 것인가(조이거나, 쓰리거나, 뜨겁거나 등)?', '이런 감정과 정서를 가장 잘 드러내는 표정과 자세는 어떤 것일까?', '이것은 이전에 이미 경험했던 익숙한 감정인가?', '가장 취약한 상처와 소통할 수 있다면, 그 상처는 어떤 표현(말,감정, 이미지)을 할까?', ' 이 상처는 어떤 식으로 내가 함께 하길 원할까?', '이 상처는 (나 자신, 혹은 사랑과 지혜라는 보다 큰 근원에게서) 무엇을 가장 바랄까?' 등을 질문한다.

 

N : 사랑이 가득한 현존감으로 보살피기

 

무엇이 필요한지 느껴질 때 당신은 어떻게 반응하는가? 자신의 가장 지혜롭고 따뜻한 부분을 불러들여 스스로에게 사랑의 메시지를 전하거나 내면으로 부드러운 포옹을 보낼 것이다. 가슴에 가만히 손을 얹을 수도 있다. 자신의 어린 부분이 은은하게 반짝이는 빛에 둘러싸여 있는 모습을 그려볼 수도 있다. 부모님이나 반려 동물, 선생님이나 영적 지도자 등 당신이 믿는 이가 당신을 사랑스럽게 안는다는 상상을 할 수 있다.

 

말이나 접촉, 이미지나 에너지 등 마음 내키는 대로 자신의 내면의 생명과 친해지는 방법을 시도하라. 어떤 것이 보살피는 느낌을 가장 많이 주는지, 어떤 것이 가장 상처받기 쉬운 부분에게 사랑과 관심, 안전감을 주는지 찾아보라. 시간을 충분히 갖고 마음에게 보살핌을 전달하고 수용하게 하라.

 

RAIN으로 연민 기르기

페루의 빈민 보호시설의 젊은 자원봉사자 필은 골반이 부러진 노인과 응급실에서 몇 시간째 대기 중이었다. 함께 있어 주는 것밖에 할 수 없었기에 노인의 통증을 덜어줄 수 없어 막막했다. 그때 어떤 사람이 노인에게 빵을 주자 그는 빵을 바로 반으로 갈라 필에게 주려고 했다. 필은 놀라 거절했지만 노인은 필 손에 빵을 쥐어주고 어서 먹으라는 몸짓을 했다. 필은 당황스러웠지만 고마운 마음으로 빵을 먹었고, 자신의 식사를 나눠줄 수 있어 노인은 무척 행복해 보였다.

 

이 경험으로 연민에 대한 필의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그 노인은 더 이상 비실제적 타인, 즉 수동적이고 도움이 필요한 불쌍한 사람이 아니었다. 필 역시 좋은 일을 하는 특권을 가진 봉사자가 아니었다. 그들은 상호적 보살핌과 소속감으로 연결되어 함께 살아가는 존재였다. 우리는 영적인 길을 수행과 고난의 길로 여기곤 한다. 그렇다. 연민에는 훈련이 필요하다.

 

 

 타라 브랙

 

저자는 이런 말로 책을 마무리한다. "자신에게 진실한 삶을 살도록 서로 돕고, 서로 위로하고 동행하며, 함께 아름다움을 창조하고, 함께 깨어나 이 지구와 모든 존재들을 한 마음으로 보살피는 모습을 상상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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