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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럽터 시장의 교란자들
데이비드 로완 지음, 김문주 옮김 / 쌤앤파커스 / 2020년 2월
평점 :
"많은 기업이 혁신을 이야기하고 또 그 과정을 틀에 끼워 넣으려고 합니다. 나는 그게 효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어떤 혁신도 책상 위에서는 일어날 수 없습니다. 창의적인 브레인스토밍을 구조화하려는 사람은 혁신할 수 없지요. 혁신은 운 좋게 발견하는 거예요. 전혀 상관없는 곳에서 나온 영향력이나 아이디어를 완전히 받아들일 때 일어나는 겁니다. 아주 오래토록 문제를 째려보고 있는 사람에게 그런 것이 나올리는 없지요" - '프롤로그' 중에서
기존의 시장을 철저하게 파괴하라
이 책의 저자 데이비드 로완은 기술 환경의 변화와 미디어 트렌드를 흥미진진하게 소개하는 잡지 〈와이어드〉 영국판의 창간 편집장을 역임하고, 〈더 타임스〉, 〈GQ〉, 〈콘데 나스트 트래블러〉, 〈선데이타임스〉의 기술 칼럼니스트로 일했다. 흥미로운 방식으로 자신만의 산업을 키워나가고 있거나 이미 혁신을 이뤄낸 기업가들을 만나기 위해 1년에 130회 이상 비행기를 타고 전 세계를 여행하고 있다.
구글, 스포티파이, 샤오미, 트위터 등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혁신기업의 CEO들과 깊이 교류하며 그들에게 미래에 대한 영감을 주는 비즈니스 구루로 유명하다. 〈포천〉 선정 100대 기업들은 그를 자주 초청해 스타트업이 자신들의 회사를 어떤 식으로 위협하고 있는지 설명해달라고 부탁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강연으로 벌어들인 돈을 전부 그 대기업들을 위협하는 스타트업에 투자한다.
향후 시장을 장악할 비즈니스 전략은 무엇일까? 노회해져가는 실리콘밸리를 벗어나 곳곳으로 흩어지고 있는 전 세계 혁신기업들은 지금 이 순간 어느 쪽을 바라보고, 무엇을 준비하고 있을까? 이에 대해 세계적인 트렌드 분석가이자 비즈니스 구루인 저자는 기술환경의 변화와 미래 트렌드에 대한 가장 앞선 분석과 예리한 통찰 14가지 전략을 을 내놓았다.
책은 총 14장으로 구성되었었는데, 실리콘밸리가 아닌 곳에서 펼쳐지는, 파괴적 혁신의 미래를 샅샅이 보여준다. 브롤스타즈, 클래시오브크랜 등으로 유명한 세계 최대 모바일 게임사 슈퍼셀은 극단적인 자율성과 투명성을 어떤 방식으로 구현하는가? 핀란드의 최대 금융기업 OP가 디지털 리포지셔닝에 성공한 비결은 무엇인가? 요우러, HTC, 콴타스 항공 등은 기존 사업을 어떻게 데이터 주도 사업으로 변신시켰는가? 남아프리카의 100년 된 신문사는 어떻게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기술투자 기업이 되었을까? 이뿐만 아니라 신사업과 고위험 프로젝트를 기존 사업과 안정적으로 병행한 사례, 대기업이 스타트업과 공생하며 성공적으로 '생태계'를 만든 사례, 고객경험을 디지털 자산으로 바꿔 성공한 사례들도 생생하게 기록되어 있다.
관점만 바꿔도 기회의 문이 열린다
사람들에겐 건강보험이 아닌 건강이 필요하다. 이는 당연한 얘기이다. 헬싱키의 포횰라 병원은 핀란드에서 가장 큰 금융그룹 OP가 짓고 운영하는 병원이다. 이 병원의 이전 수간호사 니나 베사니에미는 병원을 관리하면서 투르쿠와 탐페레 등 핀란드의 다른 도시에 새로운 자매병원 4개를 여는 계획을 세우도록 돕기도 했다.
베사니에미의 우선순위이자 10명의 상근 외과의와 2명의 비상근 외과의 우선순위는 가능한 한 빨리 환자를 치료함으로써 이들이 효율적으로 회복해 일터로 돌아가게 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중요한 핵심성과지표가 있는데 그것은 환자가 얼마나 빨리 치료받고 성공적으로 퇴원하는지와 환자의 만족도다.
"우리는 다른 길을 택했어요. 고객은 은행이 아니라 서비스를 필요로 하죠. 고객은 주택담보대출이 아니라 쉴 곳을 필요로 하고요. 차를 사고 싶은 게 아니라 이동을 원합니다. 우리는 건강보험을 팔았는데 사람들은 건강보험이 아니라 건강이 필요한 거거든요. 미래에도 여전히 사람들은 건강을 필요로 할 겁니다. 그래서 우리의 목표는 사람들이 건강을 유지하도록 디지털 서비스를 만드는 것입니다."
비현실을 현실로 만들다
수학과 과학 분야 재능이 뛰어난 캐시 해넌은 스탠퍼드대학교에서 토목공학과 컴터공학을 전공했고 한동안 재생가능 에너지에 몰두했다. 그녀에게 바닷물을 탄소중립 액체연료로 바꾸는 기발한 미션을 이끌도록 결정한 것은 사실 위험천만한 일이었다. 27살 때 구글X에 주니어 마케터로 합류한 그녀는 <에너지와 환경과학>에 실린 논문에 흥미를 느끼고 부서 담당 임원에게 이 프로젝트를 이끌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X 프로젝트의 승인을 얻으려면 여러 '킬 판단법'에서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킬 판단법이란 유망해 보이는 프로젝트를 어떤 점에서 종결해야 하는지 결정하는 기준을 의미한다. 이것은 그 팀이 지나치게 감정을 쏟아 붓기 전 프로젝트의 가장 위험한 부분을 애초에 식별해내는 데 도움을 준다.
"바닷물로 메탄올을 만들어낼 수는 있겠지만 천문학적 비용이 들 것이 뻔했어요. 우리는 계속 기술향상을 이뤄야 했지요. 상업화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길 만큼 가격을 낮춰야 했으니까요"
아스트로 텔러는 X에서 근무하는 동안 대부분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대담한 스타트업 기업가정신이란 '진정한 광기狂氣'라고 표현한다. 텔러의 역할은 누구나 엉뚱한 엉뚱한 프로젝트라도 제안할 수 있는 문화와 이를 효율적, 상업적으로 적용하도록 아이디어를 평가하는 문화를 조성하는 것이다. 텔러는 우선 문제의 가장 어려운 부분과 마주하는 것의 중요성을 '멍키-퍼스트' 방법론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기둥 위에 앉아 있는 원숭이에게 셰익스피어를 암송하라고 가르치는 상상을 해보자. 돈과 시간을 어떻게 할애해야 할까? 주주나 상사들이 진척 증거를 초기에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조직은 대부분 기둥을 만드는 것부터 시작하고 싶은 유혹을 느낀다. 이는 진척이 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만들어내는 그릇된 선택이다. 올바른 선택은 가장 어려운 부분, 즉 원숭이 훈련부터 시작하는 것이다.(113쪽)
세상의 모든 판매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면
토론토의 애널리틱스 기업 루비클라우드의 창업자 케리 리우가 중국 항저우에 있는 어느 회의실 탁자 건너편에 앉아 이 모든 마을 상점 데이터가 어떤 기회를 안겨주는지 설명했다.
"첫 번째, 판매 최적화가 가능합니다. 대규모 소매업체가 고객과 연결되면 이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방식을 바꿀 수 있습니다. 소매업체는 넷플릭스, 아마존 프라임, 페이스북이 끊임없이 변수를 조율하며 고객층을 다루는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고객과의 관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어요. 두 번째, 브랜드와 제품 개발에 영향을 줍니다. 우리는 대형 약국체인을 대상으로 시범운영을 했지요. 고객의 소비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요. 예를 들어 더 건강한 음식을 사도록 격려하는 거죠. 세 번째, 신제품 출시 형태를 주도할 수 있습니다"
그는 기존 판매량을 잠식하지 않고 신제품을 출시하고 싶어 한 어느 면도기 제조업체를 사례로 들었다. 루비클라우드는 새로운 면도기를 쓸 가능성이 가장 큰 2만 5,000명의 명단을 만들기 위해 소매업체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했다. 이어 AI를 이용해 다른 웹사이트에서 긁어온 남성 미용제품 가격 데이터를 처리한 뒤 다양한 가격 전략을 시험했다. 리우는 그 결과 제품 소비가 42% 증가했다고 말했다.
37세의 리우가 운영하는 회사처럼 벤처캐피털을 등에 업고 빠르게 성장하는 기술 기업 세계에서 고객 데이터는 언제나 이론의 여지가 없는 이득이다. 기업인이 광대한 개인 데이터 축적물을 두고 윤리 문제를 폭넓게 생각하느라 잠시 멈춰 섰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다. 어쨌든 기업에는 도달해야 할 재정 목표가 있으니 말이다.
파괴하는 자만이 새로운 제국을 건설한다
도미노 피자는 형편없는 음식 수준과 사업 호전을 기대하는 의도를 공개적으로 인정함으로써 브랜드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이전 CEO 패트릭 도일은 이례적일 정도로 솔직했던 TV광고에 등장해 '내가 먹었던 최악의 피자' 또는 '케첩 맛이 나는 소스' 등 고객의 가혹한 비판을 공유했다. 그리고 그는 고객이 사업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고 선언했다.
저자가 도미노 피자의 유럽지사 COO 안드레 텐 볼데를 만났을 때, 마치 로봇학 스타트업의 열정적인 창업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는 VR 설정으로 고객에게 피자를 주문하는 기능을 부여한다거나 유럽에서 드론 배달을 시작하는 계획을 설명하며 "모든 것이 당신의 영역을 벗어난 호기심에서 시작된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직원에게 '나쁜 아이디어 책'이라고 부르는 노트를 나눠주고 아무리 형편없을지라도 고객경험을 개선해줄 아이디어를 제출하는 직원에게 포상한다. 또한 그는 현지 팀에게 공개적으로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시험해보도록 장려한다. 이는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이 하는 일과 똑같다.
"우리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 피자를 웹사이트 고객의 10%에게 보여주고 그 피자를 원하는지 살펴봅니다. 고객이 주문하면 우리는 그 피자가 없다고 말하고 대신 무료로 피자를 줍니다. 비슷한 방식으로 피자 이름과 가격도 시험하지요. 나는 프로토타입을 만들어보는 걸 좋아합니다"
이처럼 데이터가 주도하는 고객 중심 접근법은 믿기 어려울 정도의 결과를 내놓았다. 패트릭 도일이 CEO로 취임했을 때 회사의 주가는 9달러 밑이었으나 저자가 이 글을 쓰는 시점에는 300달러를 넘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