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지만 잘 먹고 잘 삽니다
도란 지음 / 원앤원북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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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를 그만두고 싶어서 사표를 내고, 다음 선택이 다시 회사가 되었다면 나는 절대 행복하지 못했을 것이다. 회사의 다음 선택이 반드시 회사가 될 필요는 없다. 우리의 얼굴이 모두 다르게 생겼듯, 사는 방법도 여러 가지다. 회사 아닌 다른 길을 찾아도 내 삶은 망하지 않는다. - '들어가며' 중에서

 

 

프리랜서로 살아가는 삶에 대하여

 

책의 저자 도란대학 졸업 후 4년간 기자로, 5년간 마케터로 정규직 생활을 했다. 언론사와 중소, 중견기업, 스타트업까지. 9년 동안 거쳐온 회사들은 자신이 성장하고 있음을 자각하는 영역이자 복잡한 피로감으로 뒤엉킨 공간이었다. 결국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감정들이 턱밑까지 차올랐을 때, 모든 감정을 샅샅이 태워야 할 것 같은 회사생활에 이별을 고했다.

 

퇴사 후 신혼집의 거실 한편 책상에 자리를 잡고 기고를 하며 프리랜서 기자 겸 작가 생활을 시작했다. 불안과 자유를 이불처럼 덮고 시작한 프리랜서 생활은 어느덧 5년 차. 한숨보다 웃음이 많은 프리랜서 생활을 즐기고 있다. 카카오 브런치에서 '귀리밥'이라는 필명으로 글을 쓰며, 제5회 브런치북 프로젝트에서 '반절의 주부'로 은상을 수상했다. 에세이 <여자 친구가 아닌 아내로 산다는 것>을 썼다.

 

따로 구애받는 출근시간이 없으니 느긋하게 일어나 브런치를 먹는다. 소박한 테이블에 따뜻한 커피 한 잔, 좋아하는 음악 등은 자신만의 작업에 집중하도록 해 준다. 쉬고 싶을 때 쉬고, 사람을 만나고 싶을 때 만난다. 가끔은 편한 옷차림으로 카페에서 일하기도 한다. 이것이 바로 적당한 일거리와 휴식, 많은 사람들이 꿈꾸는 프리랜서 생활이다. 하지만 현실은 말이 좋아 프리랜서지 일이 없으면 백수나 다름없다.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되었는데, 5년 간의 프리랜서 생활을 한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즉 프리랜서의 장단점, 일거리 찾는 법, 임금 체불의 아찔한 기억, 클라이언트의 이상한 요구에 대처한 에피소드까지, 프리랜서 작가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호기심을 가질 만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비록 회사에 출근하지 않아도 저자의 일하는 패턴은 고정적이다. 아침 7시에 일어나 아침식사를 준비, 커피와 빵, 녹차, 떡 한 조각 등으로 가볍게 먹는다. 즉 자유로운 생활일지라도 아침만큼은 아내로서 남편과 함께 식사하려고 직접 조식을 만들고 준비하는 원칙을 지켜나간다. 남편이 출근한 후, 간단히 집안을 정리하고선 거실 창가에서 볕을 쬐거나, 핸드폰으로 밤사이 올라온 글들을 훑어본다. 빨래감이 있을 경우 세탁기를 돌려 일찌감치 건조대에 널어둔다. 

 

몸이 아파서 도저히 회사 출근이 불가해서 부서장에게 연락했더니 "일단 회사로 와서 아픈 걸 증명하라"고 지시한다. 억울하지만 택시를 집어타고 사무실에 도착했더니, 이젠 병원에 다녀와서 근무하라고 말한다. 또 이런 일이 있었다. 출근길 도중에 원피스 뒷면이 터져서 속옷이 훤히 비치는 걸 행인이 알려주는 통에 이를 부서장에게 설명하고 집에 가서 옷을 갈아입고 출근하겠다고 했더니 "회사에 와서 옷이 터진 걸 먼저 증명해"라고 말한다. 이는 저자의 경험이다.        

슬픔이 감당되지 않을 때에도 출근을 해야만 했다. 연애가 끝난 다음 날 아침부터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웃는 얼굴로 출근인사를 해야 했다. 가족들과 한바탕 다툰 후 마음에 무거운 돌덩이를 안고서 출근해도 아무일 없는 듯 행동해야 했다. 친했던 지인의 부고 소식을 받고도 이미 정해진 회의에 참석하고 미팅을 진행해야만 했다. 이처럼 회사원일 경우 주말을 제외한 모든 날은 아프거나 실연을 당하면 안 되는 날이었다.

 

그렇다. 이는 회사원들이 겪어야만 하는 비애일지라도 너무나도 가혹하지 않은가. 사람은 아무런 감정도 없는 기계가 아니다. 연료만 가득채우면 바로 가동하는 그런 로봇이 아니다. 우리 인간은 사랑을 하고, 이별을 하고, 친구가 생겨 우정을 나누고, 때때로 예기치 못한 슬픔을 맞이하고, 슬픔을 이겨내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회사는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프리랜서를 시작한 후 혼자서 점심을 챙겨 먹는 게 익숙하지 않아서 시리얼, 빵, 과자 등으로 대충 먹었다. 그 결과 속이 더부룩하고, 스트레스를 꽤나 받았다. 또 맛있게 먹는 음식이 아니라 단지 연료 보충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이렇게 대충 점심을 때운 탓에 저녁은 폭식을 하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이런 시행착오 끝에 이젠 간단하게나마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

 

점심을 혼자서만 먹진 않는다. 가끔 친구를 만나서 함께 먹거나, 화요일의 독서모임 후엔 회원들과 함께식사를 한다. 이럴 때엔 자신의 용돈으로 밥을 사 먹는다. 절대로 가계 예산의 생활비에서 충당하지 않고 스스로 번 돈으로 사 먹는다. 그래서 음식이 앞에 놓이면 '오, 내가 벌어 먹는 밥이로구나'라는 생각에 기쁘기만 하다.


벌어서 먹는 밥이 고마워서일까. 저자는 이렇게 글쓰는 행위로 자신을 연명한다는 감사함과 저릿함 때문일까. 매일 자신을 위한 밥상을 차리며 만감이 교차한다. 먹고 나면 또 열심히 쓰고 일한다. 해질녘까지 쓴다. 그렇게 그녀는 오늘도 글 써서 밥 먹고 산다. 열심히 벌어먹고 있다.

자주는 아닐지라도 식사대접을 받을 일도 종종 생긴다. 프리랜서지만 식구로 생각하는 이들과의 회식, 그리고 취재원의 호의로 이루어지는 식사자리다. 보통 기관이나 기업의 경우 식비가 따로 정해져 있다. 이런 일화가 있다. 한번은 식비로 주어진 예산이 좀 많아서 잔액이 남으면 안 된다고 두 명의 식사에 3인분을 시킨 적이 있다. 정말 많이 먹었다. 귀가길 차 안에서 쿨쿨 잠이 들었을 정도로. 

어쩌다 꼭 참석해야 하는 회식자리는 식사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좀 더 길게 대화하고, 때론 술잔이 오가기 때문에 그리 편하지만은 않다. 취재원과의 식사자리는 경우에 따라 매우 재밌거나 불편하다. 취재원과 이런저런 이야기가 편한 또래면 괜찮은데, 연배가 높은 취재원과의 자리에서는 예의나 격식은 물론이거니와 어색하지 않으면서도 엇나가지 않을 정도의 이야깃거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물론 두둑한 연륜에서 나오는 경험담이나 우화를 들을 때면 예상치 못한 소득으로 오래도록 마음이 든든해지기도 한다. 대신 취재원이 술을 강요하거나 자신이 살아온 역사를 구구절절 읊는 자리는 언제든 불편하다. (236쪽)

 

 

 

프리랜서가 우리들에게 전하는 위로

 

회사가 행복으로 가는 프리패스가 아니었듯, 퇴사도 자유를 보장해주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 '회사'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답답해진다면, 조직의 톱니바퀴로 억지웃음 짓기가 어렵다면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할 때다. 프리랜서로 살아간다는 건 즐겁고 유쾌한 일만은 아니다. 프리랜서 작가로서 느끼는 행복뿐만 아니라 불안과 불편까지 오롯이 담은 이 책은 프리랜서를 꿈꾸는 당신에게 현실적인 위로를 건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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