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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의 사계와 야생화 - 효빈, 길을 나서다
효빈 지음 / 지식과감성# / 2020년 1월
평점 :
사계절 어느 때라도 감탄하며 경외하며 걷는 길, 설악을 소개하려 한다. 종이책으로 엮다보니 어쩔 수 없이 야생화 사진을 많이 줄여야 했고 선명도나 색감이 원본에 비해 많이 떨어지는 것은 아쉬움이다. 야생화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위에서 아래로 설명을 덧붙였다. 국립공원에서 지정한 정규탐방로만으로 구성하였고, 대중교통으로, 홀산으로 진행한 여정들이다. - '머리말' 중에서
설악산 산행길에 나서다
책의 저자 효빈은 포털사이트 다음의 인기블로그이자 여행하며 산행하며 글 쓰는 사람이다. 그녀는 산과 자연을 만날 때만큼 가슴 벅찬 순간은 없었다고 말한다. 책은 총 7장으로 구성되었는데, 공룡능선, 서북능선, 울산바위와 토왕성폭포, 금강초롱, 가을 단풍 든 봉정암과 대청봉, 늦가을의 주전골과 만경대, 눈보라 치는 겨울 설악산 등으로 설악산의 사계를 담고 있다.
공룡능선
설악산은 매년 3월 초순부터 5월 15일까지 산불방지 기간을 설정, 대부분의 등산로를 통제한다. 설악산은 봄이 늦게 시작한다. 이에 비해 남도쪽은 초여름 기운이 감돈다. 당일치기로 공룡능선의 산행을 위해 동서울터미날에서 아침 6시 30분 버스를 타고 등산로 입구에서 내렸다. 대청봉으로 가는 가장 짧은 길은 오색(남설악탐방센터)에서 시작하는 코스인데, 가장 힘든 길이다.
은대난초, 쪽동백나무를 만나 잠깐 멈춰 본다. 다른 지방에선 거의 다 질 꽃이 이곳 5월 말에선 이제사 꽃이 핀다. 옛 여인들은 동백기름으로 머리단장을 했다. 동백은 남서해안 일부에서만 생산되는 귀한 몸이라 서민들은 감히 사용할 수가 없다. 꿩 대신 닭이라고, 쪽동백이 동백을 대신했다고 한다.
다소 습한 곳엔 광대수염과 금낭화가 자란다. 깊은 산 속에서 만나는 금낭화는 정말 아름답다. 금낭화는 나를 야생화의 세계로 입문하게 만들었고, 한국의 토종 야생화에 빠져들면서 나도 전국의 산야를 누비고 다녔었다. 어떨 때엔 지방에서 열리는 마라톤 대회에도 겸사겸사 참가하면서 산행과 들꽃을 탐닉했다. 그런데, 책을 읽다보니 나는 참 건성건성으로 다녔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책에 소개되는 야생화 중 처음 대하는 꽃들이 정말 많다. 잎이 박쥐의 날개를 닮았 다는 박쥐나물, 산장대, 세잎종덩굴 등등 소위 설악의 봄꽃만 이러한대 사계의 꽃들엔 더욱 많을 게 분명하다. 그래서일까 1965년에 설악산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고 1970년엔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마침내 1982년 우리나라 최초로 유네스코에서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되었다.
희귀 동식물이 넘쳐나고 멸종위기에 처한 눈잣나무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바람꽃, 왜솜다리, 봉래꼬리풀, 구름체꽃, 자주솜대, 금강초롱, 금강분취, 등대시호, 가는다리장구채, 만병초, 참기생꽃 등 귀하신 몸이 자생하는 곳이기도 하다. 눈 내리는 겨울 설악, 가을 단풍이 진 대청봉은 산행을 즐기는 이들에겐 빼놓을 수 없다.
공룡능선
서북능선
동서울에서 아침 6시 30분 차를 티고 9시가 다 되어 한계령에 도착했다. 가수 양희은의 노래가 절로 흥얼거려진다. "저 산은 내게 잊으라 잊어버리라 하고 내 가슴을 쓸어내리네~ 아 그러나 한 줄기 바람처럼 살다 가고파" 한계령휴게소에서 출발해 한계령삼거리로 오른다. 높은 산에서 만날 수 있는 세잎종덩굴을 만난다. 붉은 것은 꽃이고, 그 위로 산발한 머리 모습을 한 게 바로 열매다.
저자가 직접 발로 걷고 사진을 촬영한 설악산 야생화 소개가 쉼 없이 이어진다. 북방계식물인 멍덕딸기(중기와 잎자루에 가시가 가득함), 눈빛승마, 산꿩의다리 등을 만난다. 미나아재비과 꿩의다리속엔 은꿩의다리, 자주꿩의다리, 연잎꿩의다리, 금꿩의다리, 좀꿩의다리 등이 있다. 난 이중에서 연잎꿩의다리를 양재동 야생화화원에서 구입해서 오랫동안 키운 적이 있었다.
세잎종덩굴
울산바위
속초에서 7번 버스를 타고 설악동 초입으로 들어간다. 덜컹거리는 바스 안에서 토왕성폭포와 노적봉 일대를 바라본다. 권금성으로 가는 케이블카가 바쁘게 다닌다. 관광객 모드로 신흥사에 들러본다. 이 사찰은 652년 자장율사가 창건했다. 이후로 많은 화재와 한국동란을 거치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한 시간 남짓 천천히 올라가면 흔들바위를 만난다. 힘센 장사는 다들 힘 자랑을 해본다. 꿈적도 않는다. 흔들바위를 지나 조망처에서 기다란 울산바위를 감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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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바위, 울산바위(위)
금강초롱
보랏빛 유혹이다. 사실 이 꽃을 대면하기란 쉽지 않다. 대청봉 거친 바람을 피해 바위틈에 숨어 있다. 이 꽃의 꽃말도 아름답다. 각시와 신랑, 청사초롱이란다. 경기북부와 강원도 고산에서 자생하는 금강초롱은 처음 금강산에서 발견되어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 한국의 1속 1종의 특산식물이요, 희귀식물이다. 특히, 북한에선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꽃이다.
금강초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