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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중국은 없다 - 시진핑이 모르는 진짜 중국
안세영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9년 12월
평점 :
시 주석의 망언은 얼결에 튀어나온 말이 아니다. '코리아는 한때 중국의 속국이었으니, 언제고 다시 중화제국의 그늘에 편입시킬 수 있다'는 한반도에 대한 역사적 종주권과 영토적 야욕을 미국에 드러낸 것이다. 중국의 이러한 잘못된 변화는 대한민국 미래를 향한 심각한 위협이다. 그런데 요즘 우리는 미국과 일본에 대해서는 날카롭게 각을 세우면서 이상하게도 중국에 대해서는 안보 불감증에 빠져 있고 역사 왜곡에 대해서도 무감각하다. - 들어가며' 중에서
붉은 중국의 역사 왜곡을 고발하다
이 책의 저자 안세영은 서강대학교 국제대학원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성균관대학교 특임교수로 있다. 서울대학교를 졸업한 후 파리의 P.소르본(SORBONNE)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통상산업부 국장을 거쳐 UN산업개발기구 워싱턴 투자진흥관으로 근무했으며,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국책연구기관을 관장하는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을 지냈다.
한중포럼, 한중관계복합연구회, 대통령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 등으로 활동하면서, 동북아연구포럼 회장으로 중국, 미국, 몽골, 카자흐스탄, 베트남 등의 정책전문가와 교류하며 '날로 오만해지는 중국'에 대해 고민하고 연구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안교수의 바깥세상 톡톡)을 운영하면서 자국 우월주의에 빠진 시진핑의 역사관을 파헤치는 '중국 후려치기'를 방송 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CEO는 낙타와도 협상한다>, <이기는 심리의 기술, 트릭>, <도널드 트럼프와 어떻게 협상할 것인가>, <글로벌 협상전략> 등 다수가 있다.
"코리아는 역사적으로 중국의 속국이었다"
이는 미국 플로리다에서 시진핑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시에 거론했던 그야말로 대한민국 국민들의 분통을 불러일으키는 그런 망언이다. 그럼에도 정작 시 주석은 오만한 발언을 멈추지 않았다. 대한민국을 침략, 한국전쟁에 참여해 북한을 지원했던 그들이 '중국이 승리한 정의로운 항미원조抗美援朝 전쟁'이라고 자화자찬했다.
문재인 정권에서 벌어지는 작태도 이와 관련이 깊다. 서울을 비롯 한반도의 대기를 뿌옇게 회색칠하는 미세먼지의 유발에 대해 입도 뻥긋하지 못하면서,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한 방어무기인 '사드배치'도 그들의 승인을 받으려 특사외교를 떠나며, 중국에 진출했던 수많은 한국기업들이 어이없는 경제적 보복을 받는 사실에 입닫고, 최근 전세계를 공포의 분위기로 몰고가는 '우한 폐렴' 사태에도 자국민의 안전은 외면한 채 중국의 눈치만 살피는 그런 굴욕적인 외교를 펼치고 있으니 말이다.
정말 한반도가 중국의 속국이란 말인가? 이 책은 총 10장으로 구성되어 이를 분석하고 있다. 결론은 이렇다. 결코 한반도는 중국의 속국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익히 우리들이 역사수업을 통해 배운 바와 같이 중국의 수나라와 당나라는 고구려를 침범했다가 대패를 하고 물러나지 않았던가 말이다. 이처럼 역사적으로 중국의 군대는 압록강을 넘어와서는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말았다. 소위 그들이 말하는 '한반도 징크스'인 셈이다.
중국의 '코리아 속국론'
중국은 제18차 공산당 전당대회에서 시 주석이 밝힌 것처럼,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꿈꾸고 있다. 그들이 보기엔 과거 중국사에 비추어볼 때 위대한 중국의 변방에 불과한 고려, 조선은 조공을 바치는 속국에 불과한 것이다. 그렇기에 미국을 제치고 세계 패권국가가 되겠다는 '중국몽'의 환상에 빠진 시진핑 주석은 한국이 우습게 보일 것이다. 베이징의 오만함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
몇 년 전부터 시 주석이 틈만 나면 열을 내며 거론하는 말이다. 하지만 원래 중국 역사에 한족 漢族이란 개념은 있어도 중화민족이란 말은 없었다. 그럼에도 패권국가로 발돋움하기 위해 과거 그들을 지배하던 소수민족까지 한족이 주축이 된 중화민족에 포함시키는 '통일적 다민족국가론'을 내세우고 있다.
이들이 말하는 중화민족은 한족, 몽골족, 만주족 등 55개의 소수민족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엔 조선족도 포함되어 있다. 한마디로 아전인수我田引水 격이다. 12억이 넘는 총인구 중에서 한족이 92퍼센트로 제일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족과 비한족으로 구분한 역사를 살펴보면 순수 한족이 왕조를 세워 지배한 기간은 불과 681년(한나라 405년, 명나라 276년) 뿐이다. 이처럼 중국의 역사는 비한족이 지배했던 기간이 훨씬 더 길었음을 알 수 있다. 비한족은 거란, 몽골, 여진 등 북방 민족인 '북방 몽골리안'이다.
당나라가 패망한 후 5대 10국 시대(907~960년)에도 남중국에 위치한 10개국을 빼고 화북지방의 후량, 후주 등 5개 왕조는 북방 민족이 세운 나라였다. 960년 한족이 송나라를 세웠지만 번성한 경제력에 비해 군사력은 약해서 중국 전체를 지배하지 못했다. 북송시대(960~1127년)의 화북지방은 거란족이 세운 요나라(907~1125년)가 차지하고 있었고, 남송(1127~1279년)도 여진족이 세운 금나라(1115~1234년)에 수도인 개봉開封이 점령당해 남쪽 임안臨安(현재의 항저우)으로 쫓겨 나갔다.
그들이 한족 왕조라고 주장하는 수나라(581~619년)도 선비족의 탁발부 출신인 양견(수 문제)이 세웠으며, 당나라(618~907년)도 탁발 선비 계통의 왕조이므로 실상은 순수한 한족 왕조는 아니라는 지적을 한다(출처: 양하이잉, <반중국의 역사>). 이는 수 양제와 당 태종이 고구려와의 전쟁을 벌인 역사적 배경에서 찾을 수 있다.
원래 선비족은 혈연적으로 우리의 조상인 예맥인들과 아주 가까운 사이로 주로 랴오둥 반도에 살았는데, 고구려 장수왕 이후로 여기서 쫓겨나 중원으로 들어가 살면서 급속히 한화漢化된 민족이다. 남북조 시대를 끝내고 천하를 통일한 수 양제는 고구려에 빼앗긴 선비족의 옛 땅을 찾겠다는 목적이었으며, 당 태종도 마찬가지였다.
이에 책의 저자는 이런 역사적 배경을 근거로 동북아의 역사를 새롭게 정의내린다. 동북아의 역사를 중국과 한반도(고려, 조선)라는 양자 관계로 보면 이들이 주장하는 '중화제국-속국'이라는 구도가 만들어지므로 상하관계를 벗어나기 힘든다. 그런데, 이 구도를 '한족(중원)-대한민국(한반도)-북방 민족(몽골, 만주)'라는 '마의 삼각구도'로 본다면 한반도는 비굴한 속국이 아니라 군사동맹국의 지위였다는 주장이다.
한화漢化형 제국주의
역사상 제국들은 많았다. 로마제국은 1,500년 이상 유럽과 북아프리카, 그리고 중동지역을 지배했다. 몽골제국은 중국의 북쪽 만주부터 헝가리 초원까지 장장 7.500킬로미터에 달하는 유라시아대륙을 지배했다. 나폴레옹은 유럽에서 115만 평방킬로미터의 땅을 정복했고, 알렉산더는 777만 평방킬로미터의 땅을 정복했다. 대영제국은 해군력을 앞세워 5대양 6대주를 호령했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사라지고 말았다. 즉 사라진 제국들이다.
그러나 중화제국은 다르다. '한화漢化'라는 아주 독특한 형태의 제국주의를 발달시켜 정말 끈질기게 영토를 넓혀나가고 수천 년간 제국의 정체성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다른 제국주의는 무력 하나에만 의존해 흥하고 망했던 반면에 중국은 두 개의 수단을 가지고 있었다. 한 손엔 무력, 다른 한 손엔 '한화'라는 독특한 비장의 무기를 들고 있었다.
하지만, 유일하게도 중국은 한반도를 한화에 편입시키지 못했다. 비한자문명이라는 틀에서 볼 대 중국은 가히 트라우마에 빠질 정도인 것이다. 한글의 문자경쟁력은 실로 위대해서 정보화 시대엔 이미 한자를 앞지르고 있다. 또한 중국의 군대가 압록강을 넘어 무력 침범을 했지만 제대로 재미를 본 적도 없었다. 한반도는 중국의 패권국가에 당당히 맞서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지금 정부가 시진핑에게 굴욕 외교를 하고 있는 점은 심히 유감이다.
한자문명에 의해 왜곡된 북방 몽골리안의 세계
우리 민족은 몽골족이다. 일본인도 같은 몽골족이다. 인도에도 우리와 생김새가 비슷한 몽골인이 2~3만 명 살고 있다. 하지만 인종학적으로 중국인은 몽골족이 아니다. 핏줄이 다른 지나족이다. 학자들에 따라 몽골리안의 정의는 천차만별이다. 아주 넓게 보면 아메리카 인디언들도 몽골리안이라고 한다. 어린 인디언의 엉덩이에 '몽골반' 즉, 인종적으로 몽골리안에게만 나타나는 '몽골리안 스팟(몽고반점)'이 있다고 한다. 그 옛날 얼어붙은 베링해를 건너 북미대륙에서 아마존 밀림까지 내려간 것이다.
북방 몽골리안(한국인도 포함)
몽골 우르스~ 현재 내몽고와 몽골 초원(외몽고)
키타이~ 거란족(서만주 알대에 살던 기마민족, 요나라)
여진~ 만주족(압록, 두만강, 만주 일대와 함경도와 평안도 북부에 일부거주)
위구르~ 현 중국의 신장지역에 사는 이슬람계
투르크~ 현 터키와 중앙아시아 국가(~스탄)에 산다. 돌궐-터키계
일본인~ 대륙에서 건너간 몽골계로 현 일본의 주류
한반도를 점령하지 못한 이유
"동아시아에서 중국의 영토에 편입되고 한자문명권에 들어갔다가
빠져나온 나라는 한국과 베트남 두 나라뿐이다"
우리의 역사가 고조선의 한사군 시대에 중국의 일부가 되었다가 삼국 시대에 빠져나왔듯이, 베트남도 명나라 시대까지 1,000년간 중국의 지배를 받다가 독립했다. 하노이 시내 중심지의 호타이 호수에 가면 한자가 각인된 낡은 비석들이 있다. 옛날에는 그들도 우리처럼 한자를 썼다. 17세기 프랑스 선교사 알렉산드르 드 로드가 알파벳을 이용해 오늘날의 베트남 문자를 만들면서 한자문명권에서 빠져나왔다.
한국은 역사상 가장 파괴력 있는 한화형 제국주의에 녹아들지 않고, 무적의 몽골제국에도 쉽게 굴복하지 않았다. 베트남도 몽골제국의 군대를 막아냈다고 한다. 두 나라 모두 대단한 민족이다. 그렇다면 몽골군, 거란족, 만주족 등이 한반도를 쉽게 굴복시키지 못한 요인들은 무엇일까?
한반도 지형엔 효과없는 기마군단과 기마사술
수성守城에 강한 한반도 지형
활쏘기에 뛰어난 민족
물을 무서워 한 몽골군
특유의 저항정신
한반도는 몽골의 주공격목표가 아니었음
고려의 뛰어난 외교술(입조 외교)
중국의 일대일로 허상
600여 년 전 명나라의 정화鄭和는 함대를 이끌고 해상 대원정에 나서 조공무역체제를 일구었다. 그는 명나라의 특산품인 비단과 도자기를 주고 상대방의 진주, 사파이어, 표범, 아라비아 말 등과 맞교환했는데, 대명제국의 위대함을 과시하려고 상대방이 바치는 조공朝貢의 1.5배 내지는 2배를 후하게 하사했다.
이를 모방, 시진핑은 육상, 해상 실크로드인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와 함께 아시아인프투자은행의 최대지주로서 '친성혜용親誠惠容'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같은 '차이나'지만 대명제국과 중화인민공화국은 그 격이 다르다. 초기의 거창하고 요란한 슬로건과 달리 일대일로의 수레바퀴가 굴러가다 보니 점점 문제점과 허상이 드러나는 것이다.
우선, 그간 상당한 일대일로 건설 붐이 있었지만 중국업체의 '독식'에 가깝다. 동남아나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일대일로 사업으로 항만이나 철도사업 계약을 중국과 하려면 묘한 함정들이 있다. 그중 하나는 금융거래를 중국 은행을 거쳐서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자연스럽게 사업 시공은 중국업체가 하게 된다. 설사 국제 입찰을 하더라도 중국업체의 저가 공세를 외국기업이 따라갈 수 없다. '우한 폐렴'의 통계치가 투명하지 않은 것처럼,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국가별 수주 통계가 오리무중이다. '빛 좋은 개살구'가 바로 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항미원조 抗美援朝, 중국의 역사 왜곡
전쟁에서 항복과 집단 투항은 엄연히 구별된다. 항복은 용감히 싸우다가 적의 수가 너무 많고 총알이 떨어지면 하는 수 없이 총을 내려놓고 적에게 손을 드는 것이다. 하지만 집단 투항은 말 그대로 불명예스러운 것이다. 역사적으로 미국은 중국의 장제스군(국민군), 베트남의 월남군을 포기했는데, 그 이유는 싸울 의욕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랑스러운 한국군은 달랐다. 6월 25일, 한국전쟁의 개전 초기 불시에 북한 공산군의 기습공격을 받아 혼란스럽게 후퇴하면서도 우리 국군은 단 한 개의 대대도 집단 투항하지 않았다. 우리나라 국군의 군인정신이다. 바로 이 점이 나라를 지키지 못한 국민군과 월남군과의 차이다. 그렇기에 미국은 한국과 한미동맹으로 지금까지 단단히 묶여있다.
시진핑은 인민해방군 건군 90주년 행사(2017년 8월)의 격려사에서 "미 제국주의자의 침략에 항거하고 북조선을 도운 정의로운 항미원조 전쟁에서 승리해 국위를 떨쳤다"고 말했다. 이는 엄연한 역사 왜곡이다. 이에 그치지 않고 그는 지난 2019년 6월, 평양을 방문해서 또다시 북침설을 주장하며 "북한이 침략을 방어하는 과정에서 중국 인민지원군이 치른 용감한 희생을 영원히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결코 신뢰할 수 없는 지도자이다.
평택에 있는 햄프리 미군기지에는 육군뿐만 아니라 해군, 공군이 같이 있다. 이곳이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수많은 해외 미군기지 가운데 베이징에서 가장 가까운 기지라고 한다. 구소련이 쿠바에 미사일을 설치할 때 미국이 그렇게 난리를 쳤는데 쿠바와 워싱턴 간의 거리는 1,933킬로미터다. 그런데 평택에서 베이징까지는 불과 986킬로미터밖에 안 된다. 이를 두고 어느 중국 지도자는 "평택기지가 중국의 허리에 대검을 겨누는 것 같다"라고 표현했다. 중국이 왜곡하는 항미원조 전쟁으로 말미암아 미군을 한반도로 불러들인 셈이다. 북한의 김정은 정권은 마치 시진핑의 하수인처럼 미군의 한반도 철수를 외치고 있다. 누구 좋으라고?
중국 패권국가가 될 수 없는 이유
군비 확장을 통한 패권 시도는 마치 구 소련의 경제 파탄을 닮았다
중국에 투자한 미국기업의 철수는 중국 경제에 치명타
소프트 파워의 부족('위대한'을 내세운 나라 치고 제대로 된 나라 없다)
우두머리가 되려면 동맹국이 있어야 한다
2050년의 패권 시도는 너무 성급하다
중국의 동북공정 프로젝트
우리는 중국과 심각한 역사전쟁을 마주하고 있다. 고구려는 당연히 우리의 역사임에도 중국 정부는 2002년부터 소위 동북공정 사업을 시작했다. 막대한 예산과 함께 어용학자들을 동원해 고구려를 자국 역사에 편입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들은 고구려가 중국의 현도군 고구려현의 지배하에 있던 지방왕조였다고 주장한다. 수나라, 당나라와 고구려 사이의 전쟁도 중국 내의 통일전쟁으로 조작되는 셈이다.
중국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신장 위구르와는 서북공정, 티베트와는 서남공정 작업을 하고 있다. 한때 강력한 독립왕국이던 위구르와 티베트를 중국 역사에 편입하겠다는 속셈이며, 심지어 칭기스칸마저 중국인으로 만들며 몽골제국의 역사도 '차이나' 속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이같은 역사 왜곡은 바로 시진핑의 '중국몽'과 연관되어 있다. 향후 한국의 지도자는 분명한 역사관을 지닌 인물이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