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신세계
올더스 헉슬리 지음, 안정효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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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신세계>는 매끈하게 다듬어진 이상향이라는 부자연스러운 세계에 자연인을 투입시켜 인간의 미래를 이해하려는 하나의 예언적인 시도로서, 조지 오웰의 <1984>나 마찬가지로 미래의 공포라는 충격을 제시하고, 그러한 예언을 통해 인간의 자유와 도덕성을 주창하는 선언서 노릇을 한다. - '옮긴이의 말' 중에서

 

 

현재를 예언하다

 

저자 올더스 헉슬리는 광범위한 지식뿐 아니라 뛰어나고도 예리한 지성과 우아한 문체에 때로는 오만하고 냉소적인 유머 감각으로 유명하다. 그는 1894년 7월 26일 서리 지방 고달밍에서 토머스 헉슬리의 셋째 아들로 태어나, 이튼과 옥스퍼드의 밸리올 대학에서 교육을 받았다. 소설가로서 더 널리 알려지기는 했으나 수필, 전기, 희곡, 시 등 많은 작품을 남겼다.

 

1921년에는 <크롬 옐로(CROME YELLOW)>를 발표해서 당대의 가장 재치 있고 이지적인 작가라는 평을 들으며 위치를 굳혔다. <멋진 신세계>는 1932년에 발표한 작품으로, 모든 인간의 존엄성을 상실한 미래 과학 문명의 세계를 신랄하게 풍자하고 있다. 열여덟 살 때 완전히 실명했다가 차차 시력을 회복한 경험을 바탕으로 1936년 <가자에서 눈이 멀어>를 발표했다. 이는 헉슬리의 '후기파' 성향을 지닌 첫 소설로서, 그의 작품 세계에서 분기점 노릇을 한다.

 

1958년에는 <멋진 신세계>의 예언적 주제들을 심도 있게 검토한 미래 문명사회 비판론인 <다시 찾아본 멋진 신세계>를 발표했다. 활동 후반기에는 힌두 철학과 신비주의에 깊이 끌렸으며 이 경향이 작품들에 반영되었다. 그는 미국에 정착해서 살다가 1963년 11월 22일 캘리포니아에서 사망했다. 주요 작품으로는 <어릿광대의 춤>, <연애대위법>, <불멸의 철학>, <루덩의 악마>, <인식의 문>, <섬> 등이 있다.

 

책은 과학이 최고도로 발달해 사회의 모든 면을 관리 및 지배하고, 인간의 출생과 자유까지 통제하는 미래 문명 세계를 그린 작품이다. 인간성을 상실한 미래 세계를 신랄하게 풍자하는 한편, 신의 영역을 넘보는 인간의 오만함을 경고, 비판한다. 충격적인 미래 예언을 통해 인간의 자유와 도덕성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이곳은 수정이 이루어지는 방

 

이곳은 '부화- 습성 훈련 런던 총본부', 부화- 습성 훈련국장이 방으로 들어섰을 때 300명의 수정원受精員이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로 정적의 상태에서 일에 몰두하고 있었다. 국장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무리는 풋내가 나는 학생들이다. 그렇다. 견학을 온 것이다. 저마다 한 손엔 공책을 손에 들고 국장이 하는 말을 열심히 적고 있었다.

 

인공 부화기엔 번호를 붙인 시험관이 줄줄이 꽂여 있었다. 적정한 온도를 유지한 채 난자가 보관되어 있다. 정충을 만나 수정된 난자는 인공 부화기로 옮겨 진다. 알파, 베타, 감마, 델타, 그리고 엡실론이라는 등급을 부여 지정된 병에 담아둔다. 난자 하나에, 태아 하나, 성인 하나가 정상이다. 하지만 보카노프스키 처리를 한 난자는 8개에서 96개까지 싹이 생겨 성숙한 어른이 된다. 이렇게 사람이 인공 재배되고 있다.   

 

 

"전에는 겨우 한 명이 자라났지만 이제는 96명의 인간이 생겨나게 만든다.

그것이 발전이다"(34쪽)

 

인간이 마치 생산공장에서 대량 생산되는 그런 시스템이다. 자연계에선 200개의 난자가 성숙한 단계에 이르기까지 약 30년이 걸린다. 하지만 이곳의 콩깍지 기법은 성숙 과정을 가속화시켜 2주일 내에 적어도 150개의 성숙한 난자를 어김없이 생산해냈다. 수정 후 보카노프스키 과정을 거치면 2년 치러 나이가 동일한 일란성 쌍둥이 자매가 150명 무더기로 태어난다. 그런데, 이곳에선 처음부터 인간의 등급을 정해 만들어진다. 낮은 등급일수록 산소를 적게 공급하는 형식을 취한다.

 

tvN에서 캡처

 

 

사람은 선천적으로 등급을 부여받는다

 

책은 인공 수정실에 특정한 방법을 통해 태어난 복제인들은 태아기부터 그 삶의 방향이 결정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고대 인도 사회의 카스트제도나 신라시대의 육품제처럼, 멋진 신세계도 사람들은 차별적인 다섯 등급으로 나뉜다. 알파, 베타, 감마, 델타, 엡실론이 바로 그것이다. 상위 등급인 알파는 똑똑하고 뛰어난 외모를 지녔으며, 반면에 하위 등급인 엡실론은 못생겼고 지능이 한참 떨어진 노예적인 삶을 산다.

 

 

사람은 세뇌된 사회 생활을 한다

 

멋진 신세계에 사는 사람은 마치 자동차 한 대가 대량생산이라는 시스템에서 생산되듯이 그렇게 인공 수정 방식으로 복제되고, 그리고 태아기시절부터 세뇌 수준의 교육을 받음으로써 인간은 사회의 부품으로 인식된다. 마치 북한의 김씨 왕조가 아예 어린 시절부터 조작된 역사와 지도자 탄생 설화를 만들어놓고 집중적으로 세뇌 교육을 하듯이 말이다. 이곳은 아예 문명 세계야만인 세계로 구분된 곳에서 살면서 처음부터 정해진 것에 대해 전부 옳은 것으로 받아들이는 무비판적인 삶을 산다.

 

 

자유로운 성생활과 마약 지급

 

멋진 신세계에 사는 사람은 자유로운 성생활을 즐긴다. 장기 연애라는 말은 아예 없다. 누구하고도 아무런 제약없이 육체적인 향락을 즐길 수 있기 때문에 매일 파트너가 바뀐다. 단지 이런 행위는 가상현실에서 이루어진다. 오히려 한 사람과 장기적으로 연애를 가질 경우 이상한 눈총을 받게 된다. 왜냐하면 육체적인 성욕은 추잡한 것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곳에선 소마라는 일종의 마약이 지급된다. 이들은 이를 섭취함으로써 행복감을 느낀다.

 

 

소설의 줄거리는 이렇다. 알파플러스 계급의 버나드 마르크스는 특이하게도 이 계급에 어울리지 않는 매우 부족한 외모를 갖고 태어났기 때문에 이에 대해 커다란 스트레스를 안고 살면서 이 사회에 대해 반감을 가졌다. 이런 그에게 뛰어난 외모를 지닌 레니나 크라운이 의외로 호감을 갖자 둘은 야만인 보호구역으로 여행을 떠난다. 사실 야만인 보호구역엔 아무나 갈 수 없는 곳이지만, 버나드는 심리학자로 이곳을 입장할 수 있는 자격증이 있다.

 

야만인 구역에서 이 둘은 훤칠하게 잘 생긴 존이라는 의외의 인물을 만난다. 사실 존은 문명인 린다의 아들인데, 신세계 사람과는 달리 임신과 출산이라는 과정을 거쳐서 태어났기 때문에 야만인 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었다. 신세계에 사는 사람들의 시선으로는 추악하고 냄새나고 불결하게 보이겠지만 이곳 야만인 보호구역의 삶은 인간적인 방식의 삶을 추구하는 셈이다.

 

한편, 존의 어머니 린다는 야만인 보호구역에서 여행 중에 낙오가 되어 살면서 야만인들의 성적 노리개가 되고 말았으며, 야만인의 학대로 인해 문명세계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철저하게 문명과 단절된 야만적 삶을 살던 존과 린다는 우연히 버나드와 레니나를 만나 문명세계로 나갈 수 있었다.

 

멋진 신세계를 경험한 존은 충격에 빠져 문명 세계에서의 외출을 자제하고 방안에만 생활을 한다. 그는 여기서 셰익스피어 전집을 독서하면서 신세계를 배척하고 인문과 성찰의 시간을 갖는다. 그의 어머니 린다는 소마의 과잉 섭취로 사망하고 이에 이 사회의 부당함을 비난하며 소동을 벌인다. 이 난동에 존은 통제관 무스타파 몬드 앞으로 호출된다. 통제관은 이 사회 사람들은 잘 살고 있다면서 회유하지만 사람들에게 셰익스피어의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요구하는 존은 오히려 위험과 자유와 죄악을 원한다고 맞받아친다.

               
"세계는 이제 안정이 되었어요. 사람들은 행복하고, 원하는 바를 얻으며, 얻지 못할 대상은 절대로 원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모두가 잘살고, 안전하고, 전혀 병을 앓지 않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늙는다는 것과 욕정에 대해서 모르기 때문에 즐겁습니다. 어머니나 아버지 때문에 시달리지도 않고, 아내나 아이들이나 연인 따위의 강한 감정을 느낄 대상도 없고, 마땅히 따르도록 길이 든 방법 이외에는 사실상 다른 행동은 하나도 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어요. 그리고 혹시 무엇이 잘못되는 경우에는 소마가 기다립니다. 그것을 자유라는 이름으로 당신이 창밖에 던져버렸어요, 야만인 씨. 자유 말입니다!" 그가 웃었다. "델타들이 자유를 이해하리라고 기대하다니! 그리고 이제는 그들이 <오셀로>를 이해하리라고 기대하고요! 참 순진한 청년이군요!"(333쪽) 

 

 

 

 

지금 대한민국 사회는 멋진 신세계를 닮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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