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여섯 시까지만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선재 지음 / 팩토리나인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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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란 무릇, 무엇을 얻기 위해 어느 정도 내 것을 내어주고 포기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더 높은 연봉을 얻기 위해, 인정을 받기 위해, 평판을 얻기 위해, 명예를 갖기 위해. 하지만 일하는 이유를 어떤 버전으로 갖다 붙인다고 해도 그 답은 결국 '나를 위해서'다. - '프롤로그' 중에서 

 

 

어떻게 일을 할 것인가?

 

책의 저자 이선재는 스타트업 투자 회사에서 일하며, 뛰어난 역량을 가진 이들이 자신의 길을 직접 만들어가기 위해 분투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이에 많은 영감과 동기부여를 받으며 일했다. 당장의 승진이나 이직이 아닌 10년, 30년, 50년 동안 고유한 경쟁력을 기르며 일할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해 고민했다. 취업, 승진, 연봉 외에도 우리가 일에 관해할 수 있는 이야기가, 할 수 있는 선택이, 해야 할 고민들이 무궁무진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브런치 연재, 주요 일간/주간지 칼럼 기고, 서울시 정책 관련 인터뷰어 활동 등 다양한 장르의 글쓰기와 콘텐츠 기획을 꾸준히 해온 저자는, 일의 중심에 '나'를 두고 일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일과 삶에 대해 취재하고 다양한 사례와 관점을 정리했다. 현재는 독서모임 기반 커뮤니티 서비스 '트레바리'에서 서비스기획, 개선 업무를 맡고 있다.

 

 

 

 

미디어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액셀러레이터에 첫 직장을 잡은 저자는 이곳에서 2년 6개월 동안 많은 예비 창업자들을 만났다. 그가 하는 일의 성격이 '좋은 팀을 찾아내 투자를 하고, 투자한 팀이 성장할 수 있도록 다방면에서 지원하는' 것이었기에 말이다. 그들 대부분은 최고의 인재들이었고, '무엇을 할 것인가', '무엇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될 것인가'를 자유롭게 상상하고, 그 상상을 현실로 만들고자 분투중이었다.

 

그런데, 우리들 대부분은 '좋은 회사'에 입사해서 자신의 내면에 살아서 꿈틀대는 능력을 연마하고 그 속에서 성공할 수 있는 기회를 잡고자 한다. 하지만 우리의 능력이 '좋은 회사'에 다닌다고 배양되는 게 아니다. 그렇다고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는 아니니까 오해하지 마시라. 여기서 하고 싶은 얘기는 회사는 나의 '배'일 뿐이며, 언젠가는 배에서 내려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는 것이다.

  

지금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이미 내린 선택을 최고의 선택으로 만들기 위해 치열하게 실행하는 것뿐이겠지만, 이왕이면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는 그 기회와 마주칠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대로변 외에 작게 난 골목길이나 구석에도 흥미를 가질 필요가 있다. 꼭 길이 난 대로만, 눈앞에 보이는 대로만 길을 갈 필요가 전혀 없는 것이다. 자신의 커리어가 어떻게 풀릴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것을 기억하면서 자신에게 보다 다양한 기회가 제공되도록 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최선을 다했는지'의 여부가 아니다. 오히려 회사에서 '나의 몫을 해내는 것'이 중요하므로 최선의 여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자기 자신이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더라도 요구되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면 그것은 문제다. 반면에 에너지를 아껴가며 적당히 했더라도 목표를 충분히 달성했다면 그것은 문제가 아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물어야 할 것은 '회사에서 얼마만큼 최선을 다해야 할까?'가 아닐지도 모른다. 회사에서 자신에게 요구하는 것을 문제없이 해내는 것은 '의무'이고, 그 후에 남는 에너지를 어디에 어떻게 쏟아부을지만이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영역이다. 그럼에도 여기저기 에너지를 배분하면 회사에서 대충 일하거나, 마음이 콩밭에 가 있는 것으로 평가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상황이 바뀌었다. 어떤 것도 우리의 커리어나 삶을 책임져주지 않는 시대에 자신의 자리를 만들고 넓히기 위해 두루 노력하는 많은 시도들은 앞으로 더 긍정적으로 평가받을 필요가 있다. 이는 내 삶의 에너지를 어떻게 분배하고 쓸 것인가의 문제인 것이다. 누구나 모두 자신의 삶을 받치고 있는 여러 기둥이 있기 때문이다.

 

"무엇을 포기할지 먼저 정하라"

 

"저는 일단 기본적으로 제가 다니고 있는 회사를 되게 좋아해요. 정말 오래 다니고 싶고, 그리고 더 좋아지게 된 계기는 제가 지금 유튜브 하는 거를 회사 사람들이 다 알잖아요. 그거에 대해서 터치를 안 하시고, 재미있게 이야기를 해주시니까 거기에서 애사심이 더 폭발하는 거죠. 유튜브를 안 좋게 생각하실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그거는 네 일이니까 우리가 터치할 것이 아니다, 이렇게 나와주시니까 저도 감사한 마음에 더 열심히 일하고 싶어지고, 아무도 시키지 않는 야근을 하게 되고, 애사심이 더 높아진 것 같아요" - 한시연, '직장인 브이로그 맛집' 유튜브 채널 운영자

 

한시연 님은 유튜브를 하면서 오히려 회사를 더 좋아하게 되었다고 한다. 유튜브 채널이 아무리 커져도 회사는 포기하지 않을 것 같다고도 했다. 회사는 회사대로 다니면서, 퇴근 후 일상을 찍어 올리면 10만 명이 넘는 구동자들이 좋아해준다. 덤으로 이를 통해 부가적인 수익을 창출한다. 이야말로 꿩먹고 알먹고 아닌가 말이다.

 

한시연~ 외국계 기업 근무/(6시 이후) 직장인 유튜브 채널 운영

김가영~ 교육콘텐츠 기업 근무/(6시 이후) 펍 '취향로3가' 운영

신원섭~ 국내기업 시스템개발팀 근무/(6시 이후) 소설가

조송재~ 금융회사 마케팅팀 근무/(6시 이후) 커뮤니티 '해라! 클래스' 운영

백영선~ 대학 겸임교수/(6시 이후) 커뮤니티 '낯선대학' 운영

이승희~ IT회사 마케팅팀 근무/(6시 이후) 독립출찬, 커뮤니티 활동

배희열~ 협동조합 근무/(6시 이후0 화가, 캘리그라퍼

김수진~ 초등학교 교사/(6시 이후0 젠더 교육 연구회 '아웃박스' 활동

박상현~ 작가 겸 칼럼니스트/(6시 이후) 번역가, 강연자 등으로 활동

 

 

 

 

책은 총 아홉 명의 오후 6시 이후의 삶을  보여준다. 즉 이들은 유튜브 채널의 운영, 펍 운영, 소설가, 커뮤니티 운영, 독립출판, 화가(캘리그라퍼), 젠더 교육 연구회 활동, 번역가(강연자) 등의 활동을 펼치고 있다. 사이드 프로젝트나 딴짓을 벌인다고 남들로부터 눈치를 받을까 걱정하지 말자. 이제 시대가 변했다. 자신의 윤택한 삶을 위해 어떻게 일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싶다면 이 책의 일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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