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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적 : 나를 변화시키는 조용한 기적 ㅣ 배철현 인문에세이
배철현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9월
평점 :
<정적>은 <심연>, <수련>, <승화>아 함께 네 권으로 이루어지는 '위대한 개인' 시리즈의 세 번째 책이다. 자신의 '심연'으로부터 흘러나오는 미세한 소리를 감지하고, 삶의 군더더기를 버리는 '수련'을 거친사람은 '정적'을 통해 자기 자신이 변화하는 고요한 울림을 들을 수 잇을 것이다. 이 책이 여러분의 삶의 여정 가운데 스스로 개성을 발견하는 발판이 되었으면 좋겠다. - '프롤로그' 중에서
내면으로부터 흘러나오는 고요한 울림
고전문헌학자 배철현은 인류 최초 문자들의 언어인 셈족어와 인도-이란어를 전공했다. 기원전 5세기 페르시아제국의 다리우스 대왕이 남긴 삼중쐐기문자 비문에 관한 연구로 하버드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인류가 남긴 경전과 고전을 연구하며, 위대한 개인이 획득해야 할 가치들을 네 권의 시리즈로 기획했다. <심연>과 <수련>을 잇는 이 책 <정적>은 세 번째 책이다. 성서에 나오는 질문들을 다룬 <신의 위대한 질문>과 <인간의 위대한 질문>, 호모 사피엔스 등장의 원인을 '이타심'에서 찾은 <인간의 위대한 여정>을 출간했다.
'위대한 인간' 시리즈의 세 번째 단계인 이 책은 '경청'의 중요성을 얘기한다. 여기서의 말하는 '경청'의 핵심은 남의 소리가 아닌 나 자신의 소리를 듣는 것이다. 즉 외부의 소리가 아닌, 자기 내면의 소리에 '경청'하는 삶을 강조한다. 책은 평정, 부동, 포부, 개벽이라는 4부에 걸쳐서 완벽, 인과, 무위, 대오, 절제 등 총 28개의 소주제어와 함께 짧은 문장을 통해 깊은 여운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정적은 고요한 마음의 상태로, 이를 유지하려면 '정중동靜中動'이 요구된다. 즉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고요할지라도 내면에서는 쉼 없는 움직임이 있어야 한다. 이처럼 자기 자신의 내면에 정적을 품은 사람은 외부음의 유혹을 거부하고, 내면의 미세한 소리를 듣기 위해 의도적으로 침묵을 유지한다. 이런 과정이 거듭됨으로써 자기 자신을 나답게 만드는 개성이 만들어진다.
평정平靜~ 마음의 소용돌이를 잠재우는 시간
부동不動~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는 힘
포부抱負~ 내가 나에게 바라는 간절한 부탁
개벽開闢~ 나를 깨우는 고요한 울림
요즘 '조국 이슈'를 보노라면 내 마음이 쉽게 진정되지 않음을 느낀다. 이처럼 자신의 마음을 다스린다는 것은 정답이 없기에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이에 저자는 총 28개의 소주제어를 제시하여 이를 통해 나 자신을 성찰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이 방법들은 자기 자신을 변화시키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훌륭한 길잡이가 되는 셈이다.
평정 平靜
예고도 없이 불쑥불쑥 표출되는 내 마음은 진정되기는커녕 점점 더 큰 물결을 이룬다. 이런 소용돌이를 잠재우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책은 완벽, 간격, 명심, 의도, 사소, 스타일, 인과 등 7가지 소주제어를 통해 우리들에게 성찰의 시간을 갖도록 도와준다. 즉 가능의 한계를 시험하는 '완벽', 심장에 생각을 새기는 '명심' 등의 참뜻을 살피면서 이를 통해 우리들은 배우게 된다.
머리로만 배운 것이 가슴에 새겨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하지만 우리들은 대부분 착각에 빠진다. 학습을 통해서 이게 가능하다고 생각해서다. 결코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학습을 통해 얻어지는 것은 머리에 새겨지는 것이지 실제로 체험이나 경험을 통해 얻어지는 깨달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깨달음이 바로 가슴에 새겨지는 '명심銘心'이다.
인간은 배움을 통해 과거라는 현상 유지의 단계에서 자신이 열망하는 미래의 단계로 진입한다. 배움은 과거의 자신에게 안주하려는 이기심에 대한 체계적인 공격이며, 더 나은 자신을 만들기 위한 자기혁신의 분투다.(38쪽)
학습은 '배움의 습관'이다. 정신적으로 깨달음을 얻는 순간은 육체적인 노동을 반복하는 행위를 통해서 완성된다. 이는 한자어 '습習'이란 말에 그 뜻이 담겨 있는 셈이다. 파자破字를 해보면 '일백 번의 날개짓'이 된다. 즉 어린 새는 어미 새의 비행 모습은 오래토록 목격한 후 비로소 자신의 날개를 퍼덕이며 직접 비행에 들어간다. 비록 처음엔 서툴지라도 계속 시도하고 연습함으로써 자신만의 비행술을 습득한다. 그리고 비로소 새롭게 태어난다. 이처럼 실제의 행동을 거치지 않은 배움은 거짓이다.
부동不動
우리들이 천하장사 결정전이 진행되고 있는 씨름판에 있다고 가정해보자. 우리들 눈엔 거구의 두 장사가 서로 샅바를 맞잡은 채 튼실한 두 다리로 서서 버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아무런 움직임이 없어서다. 하지만 정말로 지금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걸까? 결코 아니다. 현재 두 장사는 자신의 몸으로 전해오는 상대 선수의 기氣의 흐름을 느끼면서 이에 상응하는 맞대응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들은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볼 줄 알아야 한다.
책은 준비, 디자인, 고유, 중심, 내성, 무위, 안정장치 등 7개 소주제어를 통해 우리들이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즉 자신만의 고유색깔을 수놓는 '디자인', 자신과 세상을 연결하는 근인 '중심', 그리고 나 자신을 보호해주는 요새 같은 '내성' 등을 통해 우리들은 부동의 참된 의미를 깨닫게 된다.
미국의 제16대 대통령인 에이브러햄 링컨은 "내게 한 그루를 베는 데 여섯 시간이 주어진다면, 나는 먼저 네 시간 동안 도끼날을 날카롭게 갈겠습니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이는 바로 준비자세를 강조하는 것으로 수많은 유명 스포츠 선수들이 이런 준비를 해오고 있다. 즉 동료 선수들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의 훈련을 기꺼이 수행해냄으로써 미래의 더 나은 자신을 만들고자 준비한다.
유대인들은 오래전부터 하루의 중요성을 깨닫고 일주일 중 하루는 의도적으로 구분했다. 겉으론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모든 것을 이루기 위한 사전 포석이다. 이런 행위를 '거룩'이라 부르는데, 음악 경연 대회에 출전한 피아니스트가 건반 위에 손을 올리고 첫 음을 치기 전에 의자에 앉아 조용히 정성을 모으는 순간과 같다.
'디자인(de-sign)'은 두 개의 단어가 합쳐진 말이다. 하나는 전치사 '데(de)'이고, 다른 하나는 라틴어 동사 '시그나레(signare)'에서 파생한 '사인(sign)'이다. 디자인은 내가 이미 지니고 있는 어떤 것을 밖으로 꺼내는 작업이다. 나만이 갖고 있는 어떤 것을 표현할 때, 그 디자인은 독창적이고 독보적일 수밖에 없다.(108쪽)
"손으로 만질 수 없고 눈으로 볼수 없는 미묘한 것을 포착하려는 통찰이며,
그 통찰을 표현하려는 힘이다.
삶은 생계를 위한 노동이 아니라 내 중심의 소명에 부응하는 의무다. 그리고 자신에게 감동적인 것을 선별해 헌신하는 의연함이다. 나는 내 심장의 두근거림을 경청한 적이 있는가? 그것을 내 것이라는 이유로 무시하지는 않았는가? 나의 심장은 나에게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가?(132쪽)
포부抱負
자기 자신에게 간절하게 건네는 부탁이 바로 '포부'이다. 책은 나의 세계가 불완전함을 깨닫는 '대오', 즉흥적이고 자발적인 '자발', 영혼을 다스리는 능력인 '재능', 해야 할 일을 아는 '의무', 자신을 겸손하게 하는 무언의 신호인 '위험', 과거의 세계로부터 탈출하는 '교육',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복할 줄 아는 용기인 '경쟁' 등 7개의 소주제어로 포부를 살펴본다.
교육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훈련이다. 배울수록 생겨나는 확신이 생긴다. 바로 '무지無知에 대한 고백'이다. 일찌기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너 자신을 알라"라는 가르침을 내놓았는데, 이것이 바로 자신의 무지를 인정하라는 것이다. 그렇다. '앎知'은 자신이 알고 있는 세계가 불완전하고 불충분하다는 깨달음에서 출발한다.
개벽開闢
자기 자신을 깨우는 고요한 정신적 울림이 개벽이다. 책은 눈물, 정복, 부사, 절제, 중간, 우직, 회복 등 7개의 소주제어를 통해 우리들이 울림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도록 도와준다. 먼저 눈물의 의미를 살펴보자. 부모로서 어린 자식의 잘못된 행동을 나무라면 여지없이 순진한 아이들은 이내 눈에 눈물이 그렁거리고 눈물을 터뜨리고 만다. 그런데,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잘못에 대해 울음을 터뜨린 후 비로소 새로운 세계로 나아갈수 있는 법이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가장 큰 이슈는 '조국 가족 사태'이다. 현행 법을 어기고, 사실을 은폐 내지 조작을 하고, 거짓말을 쉽게 하면서도 이들은 절대로 울지 않는다. 이는 위선의 탈을 쓰고 끝까지 버팀으로써 자신들의 결백을 우기겠다는 행동이므로 소위 '개과천선改過遷善'을 하지 않겠다는 잘못된 결의인 것이다. 남이 이런 일을 벌였을 때는 온갖 방법으로 그 당사자를 비난하던 사람이 나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치사한 궤변을 늘어놓는다. 이런 현상을 이 사회는 '내로남불'이라고 말한다.
"매일 밤 저는 죽습니다. 매일 아침 저는 다시 태어납니다"
- 마하트마 간디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여라
책에 소개되는 28개의 화두는 '다이몬'이다. 다이몬이란 고대 그리스어로 '악마이면서 동시에 천사'로 번역된다. 다이몬은 스스로 완벽한 자가 되도록 수련시키는 도우미인 셈이다. 즉 자기 자신을 혹독하게 밀어붙이는 악마이자 이전과는 다른 인간이 되기를 요구하는 천사인 것이다. 현재보다 한 단계 더 레벨업된 자신을 만들기를 바라는 모든 사람들에게 책의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