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물과 공존하는 나는 통생명체다 - 내 안의 우주
김혜성 지음 / 파라사이언스 / 201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 몸을 통생명체로 인식하고 미생물을 염두에 둔다면, 무슨 음식을 먹느냐는 더욱 중요해진다. 우리 몸 건강에 필요한 미생물이 있다면, 그것은 절대 약으로 다룰 수 없고 오직 음식을 통해서만 관리 가능하다. 통생명체를 생각하면 "음식이 약이 되게 하라"는 2500년 전 히포크라테스의 경구는 우리 시대에 더 유용해 보인다. - '머리말' 중에서

 

 

미생물을 탐구하다

 

책의 저자 김혜성은 치과의사이자 미생물 연구자이다. 그는 서울대학교 치과대학을 졸업했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국 컬럼비아 대학교 치과대학원을 졸업하고 컬럼비아 대학병원에서 수련과정을 마쳤다.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을 졸업했고, 서울대학교 바이오 CEO 과정을 수료했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서 사과나무치과병원을 20년간 운영하며 진료와 더불어 미생물 공부를 병행하고 있다. 의료법인 명선재단을 만들어 이사장을 맡고 있다.

 

 

 

 

통생명체의 의미

 

통생명체holobiont는 전체를 의미하는 holo(whole)와 생물 혹은 생명을 의미하는 bio를 합성한 말인데, 직역하여 전생물체全生物體라고 번역하기도 한다. 저자는 통생명체로 번역, 더욱 맘에 들어한다. '통'에는 세 가지 의미가 중첩되어 있다. 하나는 나와 내 몸 미생물 전체를 '통'으로 보자는 것이고, 둘은 통생명체 안에서 나와 내 몸 미생물이 서로 소통interaction한다는 의미이며, 셋은 통생명체 전체가 늘 외부 환경과 통通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인간으로서는 존재는 호모사피엔스일 뿐만 아니라 그 몸을 서식처로 삼아 수많은 미생물들이 살아가는 생명체이므로 '통'으로 봐야 한다. 사실상 인체 내에는 수십 조로 추정되는 몸 속 세포보다 훨씬 더 많은 미생물들이 서로 소통하며 영향을 주고받는다. 나아가 미생물들은 외부 환경과 항상 통하며 쓈 없이 변화하고, 그 변화에 도전과 응전을 한다.

 

이 말을 제일 먼저 시용한 이는 미국의 과학자 린 마굴리스(1938~2011년)로, 그의 학설 중 가장 유명한 대목이 바로 '세포 내 공생설'이다. 세포 속 미토콘드리아나 식물세포의 엽록소가 자체적으로 에너지를 만들고 독자적인 유전자를 지닌 것으로 보아, 원래는 독립적인 세균이었던 것이 더 큰 세포 속으로 들어가 서로 공생하게 된 것이라는 주장이다. 즉 공생이 진화의 중요한 동력이라는 것이다. 

 

 

 

계면활성제의 독성을 경고하다

 

아침 식사 후 설거지는 내 담당이다. 아내의 가사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여주기 위해 스스로 결정한 행동이다. 오늘도 아침 설거지를 마치고 나는 사무실로 출근했다. 설거지를 하는 요령은 누구나 동일할 듯 싶다. 기름기가 없는 그릇이나 접시들은 흐르는 물에 그냥 세척하고, 기름기가 묻은 것들은 나중에 퐁퐁이라는 세제를 이용해서 세척한다. 그런데, 이 세제가 바로 계면활성제인데, 깨끗하게 씻어내지 않는다면 식기에 잔류하고 있던 성분이 다음 식사 때 바로 우리 몸 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기름이 섞여 있는 더러운 표면과 그릇을 닦는 데 쓰는 계면활성제를 왜 우리 입안에까지 끌어들이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특히 어린 아이들은 치약의 상당부분을 삼킨다. 저자는 천연 계면활성제가 최소한으로 들어간 치약을 사용하는데, 만약 평소 쓰는 치약을 준비하지 못하고 여행이라도 가서 아무 치약이나 써야 하는 상황이라면 아주 여러 번 세게 헹궈서 입안에 잔여물이 남지 않도록 주의한다. 실제로 계면활성제의 독성을 보여주는 동영상에서 경희대 치대교수는 최소한 7번은 강하게 헹궈내라고 권한다.

 

구강 위생관리 측면에서도 계면활성제는 비효과적이다. 칫솔질 목적은 플라그를 제거해서 입 속의 세균 부담을 낮추는 것인데, 계면활성제가 포함된 치약과 포함되지 않은 치약을 비교했을 때 플라그 제거 효과나 잇몸병이 생기는 정도의 차이가 없었다. 이렇게 이점은 없고 단점만 있는 계면활성제 치약은 버려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두번 째로 99.9% 세균을 잡는다는 가글액도 버려라. 그 이유는 가글액이 박멸하는 세균들은 우리 몸에 꼭 필요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세번 째로 입안을 닦을 때 좀 더 진화된 기구들을 사용하라. 저자가 권하고 싶은 것은 강한 수압으로 이빨 사이의 찌꺼기를 제거하는 물세정기다. 또 바깥에서 외식할 경우를 대비해서 치실을 늘 휴대하라고 권한다.

 

 

 

뇌-장축이론

 

운동을 꾸준히 하면 몸에 근육이 생기는 것처럼, 뇌도 운동하면 바뀐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다. 즉 치매를 앓다가 사망한 수녀들의 뇌를 해부해 보니, 뇌혈관의 경색 부위가 많이 보였다. 반면ㅇ에 치매를 앓지 않다가 사망한 수녀들의 경우 뇌 경색의 빈도가 훨씬 적었다. 이는 치매가 뇌혈관의 물리적 변화 때문일 가능성이 큼을 시사한다. 또 육체적 운동을 하면 뇌도 좋아진다. 뇌도 일종의 근육이므로 운동하라고 의사들은 권한다.

 

뇌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장도 주목받고 있다. 뇌와 장이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뇌장축 또는 장뇌축이 바로 그것이다. 과학책에 등장하는 파블로프의 실험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개에게 음식을 줄 때마다 종을 울렸더니 나중엔 종소리만 들어도 개는 침을 흘리더라는 실험이다. '이제 음식이 올 것'이라는 뇌의 신호가 침을 흘리도록 만드는 것이다. 


21세기에 들어 뇌장축 이론도 미생물학의 혁명 탓에 전환기를 맞고 있다. 장내 세균이 뇌의 기능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그래서 최근에는 뇌와 장의 순서가 바뀌고 있는 추세다. 뇌가 장에 영향을 미친다는 뇌장축에서 장이 뇌에 영향을 미친다는 장뇌축으로. 뇌가 장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실은 별로 특별한 것은 아닐 수 있다. 우리 몸은 전체가 뇌의 지배를 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으로 장이 뇌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좀 특별해 보인다.

 

 

 

생명의 복잡성과 창발성 

 

서양의 과학적 사고를 출발시켰다고 할 만한 아리스토텔레스"전체는 부분의 합, 그 이상이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그렇다. 나 자신을 쪼개어 원자로 만든 다음, 이를 다시 조합한다면 당초의 나 자신이 될 수 있을까? 건축 재료들의 집합과 이들로 만들어진 건축물 자체는 완전히 다르다. 따라서, 생명체야 말할 필요가 없다.

 

원자에서 분자로, 분자에서 세포로, 세포에서 조직으로, 조직에서 유기체 전체로, 유기체 전체에서 생태계 전체로, 단계단계 나아갈수록 그 전에는 전혀 볼 수 없었던 특질들이 나타난다. 이것을 생명의 복잡성complexity과 창발성emergence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이런 생명의 특징은 과학의 진보에도 여전히 풀기 어려운 신비로 남아 있다.

 

 

환원주의를 거부하다

 

환원주의를 경계하라는 경고 중에서 가장 아름답게 표현한 글은 20세기 생물학의 혁명가 칼 워즈가 21세기 벽두에 쓴 <새로운 세기를 위한 새로운 생물학>이다. 당시 76세의 노학자는 생명의 3영역(세균, 고세균, 진핵생물)을 정착시킨 생물학의 거장이다. 19세기 물리학에 큰 영향을 주었던 환원주의가 생물학에도 적용되던 시기를 경험한 그다. 

 

 

"쪼개고 쪼개는 것을 거듭하며, 더 쪼갤 수 없다는 의미의 원자(atom)에 근접한 19세기 물리학은 20세기에 들어 점차 환원주의를 거부하는 과정을 걸었다. 그런데 20세기 생물학은 기묘하다. 물리학이 폐기하고 있는 환원주의라는 세계관에 자신을 꿰어 맞추고 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워즈가 제시한 관점은 "21세기에 들어선 지금 분자생물학의 비전은 수명을 다했다. 이제는 계속해서 잘라가는 환원주의자들의 분자적 시선을 극복하고, 눈을 들어 살아 있는 세계의 전체적인 모습에 주목해야 한다. 그래야 생명의 진화, 창발성, 복잡성에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인간은 환경과 영향을 주고받는 존재다

 

우리 몸은 주위 환경과 미생물이 함께 만드는 생태계이고 통생명체다. 이와같은 상호 영향을 충분히 인지해야 건강도 지키고 노화도 지연시킨다. 그래야만 건강한 노화가 가능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