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면 괜찮을 줄 알았다 - 심리학, 어른의 안부를 묻다
김혜남.박종석 지음 / 포르체 / 201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우울증은 세계보건기구가 선정한 인류를 괴롭히는 무서운 질병 열 가지 중에서 네 번째를 차지한다. 게다가 우울증은 전체 인구의 다섯 명 중 한 명이 걸릴 수 있을 정도로 만연해 있는 질병이다. 때문에 누구든지 그 한 명에 속할 수 있다. 아무리 건강한 사람이라도, 아무리 부자라도, 아무리 멋있는 사람이라도 우울증에 걸릴 수 있고, 그게 바로 내가 될 수도 있다. - '프롤로그' 중에서

 

 

우울과 건강하게 이별하자

 

이 책의 저자 김혜남1959년 서울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국립정신병원(현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12년 동안 정신분석 전문의로 일했다. 2006년 한국정신분석학회 학술상을 받았고, 경희대 의대, 성균관대 의대, 인제대 의대 외래 교수이자 서울대 의대 초빙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쳤으며, 정신과 의사들의 정신과 의사라고 불렸다. 이후 김혜남 신경정신과의원 원장으로 환자들을 돌보았다.

 

그녀는 베스트셀러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를 통해 대한민국 정신과 병원의 문턱을 낮췄다는 호평을 들었으며, <심리학이 서른 살에게 답하다>, <나는 정말 너를 사랑하는 걸까?>, <오늘 내가 사는 게 재미있는 이유>, <어른으로 산다는 것>, <당신과 나 사이> 등의 책을 펴내 많은 독자의 공감을 얻었다.

 

공저자인 박종석은 1981년 태어나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대학원을 졸업했다. 연세대학교 신촌 세브란스 병원 인턴, 레지던트를 거쳐 서울대학교 병원 본원 정신과 펠로우(임상강사)로 일했다. 이후 서울대학교 보건진료소 정신건강센터 전문의, 삼성전자 부속의원 정신과 전문의를 거쳐 현 구로 연세봄정신건강의학과 원장으로 비즈니스타운 한복판에서 다양한 마음의 병을 가진 현대인을 진료하고 있다.〈정신의학신문〉,〈월간 에세이〉에 칼럼을 연재 중이며,〈코스모폴리탄〉자문위원으로 있다.

 

우울증에 빠지면 세상만사 어디에도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당연히 즐거움도 느끼지 못한다. 그래서 한없이 우울해진다. 우울의 터널 속에 갇히는 셈이다. 평소에 좋아하던 음식을 먹어도 무슨 맛인지 모르겠고 모두 배꼽이 빠져라 웃고 난리를 치는 영화를 봐도 재미는커녕 사람들이 왜 웃는지조차 알 수가 없다. 이렇게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못하면서 몸과 마음의 에너지가 다운된다.

 

그런데, 단순히 우울감을 느끼는 데에서 끝나는 게 아니다. 우울증을 앓는 사람들은 자기 자신과 세상을 부정적으로만 바라보는 부정적 사고의 특성을 보인다는 점이다. 또 막연한 죄책감과 자신이 죄를 저질렀다는 죄악 망상을 보이기도 한다. 무가치한 존재감으로 인해 자신은 가난하고 모든 것에서 실패해서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는 빈곤 망상을 보이기도 한다. 더구나 화병, 산후 우울증, 중년기 우울증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기에 반드시 전문적 치료가 필요하다.

 

 

 

 

위험한 널뛰기 '조울증'

 

조울증은 주로 30대에 생기는 경우가 많다. 이 병의 지속기간이 6개월 정도로 꽤나 긴 편이다. 계절의 변화에 영향을 받아 증상이 악화되는 경우도 흔하다. 재발再發이 잘되어 당사자와 가족들을 힘들게 한다.

 

"콧노래가 나올 정도로 즐겁다가 갑자기 회사 일만 생각하면 우울해지고, 몸과 마음이 힘없이 가라앉아 있다가도 별 것 아닌 친구의 유머에 빵 터져서 깔깔대기도 해요. 저 조울증인가요?"

 

흔히들 조울증을 기분이 좋다가 우울했다가를 수시로 왔다갔다하는 병으로 이해하고 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기본적으로 조울증은 일정 기간의 조증 시기와 일정 기간의 우울증의 시기가 번갈아 나타나며, 보통 그 기간은 각각 2주 정도 지속된다. 또한 조증이라고 해서 무조건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물론 기분이 들뜨고 에너지가 넘치는 조증도 있지만 조울증에서 더 자주 나타나는 조증은 오히려 생각이 많아지고 예민해져서 사소한 일에도 쉽게 짜증이 나는 증상이다.

 

 

왜 상실을 슬퍼하기보다 우울해할까?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것은 커다란 슬픔이다. 그런데 슬픔을 느끼는 게 아니라 우울증에 빠지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왜 상실을 슬퍼하기보다 우울해하는 것일까? 세계적으로 유명한 심리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1856~1939년)의 얘기를 들어보자. 그는 자신의 저서 <애도와 멜랑콜리아>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첫째, 애도에서는 분명한 대상상실이 있고, 따로 무의식에서 일어나는 상실은 없다. 그러나 우울증은 보다 이상적인 어떤 것의 상실이 온다. 그것은 바로 자아의 빈곤과 상실로 이어지는 것으로서, 애도반응에서 빈곤해지고 텅 비어버리는 것이 외부세계라면, 우울증에서 텅 비고 공허해지는 것은 바로 자아이다. 즉 애도는 대상을 잃었다는 게 문제지만, 우울증은 자아를 상실했다는 데 그 초점이 잇다.

 

둘째, 자기존중의 상실이 있다. 우울증 환자는 자신은 타인에 비해 진실을 보는 날카로운 눈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스스로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고, 자신은 이기적이고 정직하지 못하다고 비난하며, 의존적 성향이 강하지만 이를 감추고 있다고 고백한다. 게다가 이런 자기 비난과 고백을 남 앞에서 별다른 수치심 없이 아무렇지 않게 한다.

 

셋째는 퇴행과 사랑과 미움의 양가감정兩價感情이다. 우울증에서는 사랑하는 대상을 상실함으로써 그 사랑 관계 내에 있던 애증의 양가감정이 드러나면서 우울이 강화된다. 그런데 이들은 사랑하는 대상을 상실한 후에도 그에 대한 사랑을 포기하지 못하고, 그 사람을 자신의 내부로 받아들여 자아와 대상을 동일시함으로써 도피한다. 즉 대상으로 향하던 욕동慾動(본능)이 자기애적 동일시로 퇴행하는 것이다.

 

 

당신은 충분히 행복해질 자격이 있다

 

행복은 우리의 권리다. 설령 어릴 적 행복하지 못했던 불행한 기억이 있더라도 그건 자신의 잘못이 아니다. 그렇다고 그것을 누구의 잘못이라 탓만 할 수도 없다. 어차피 인생이란 여러 가지 이해 못할 일들이 일어나는 불가사의한 곳이기도 하니까. 그러나 그 일들을 극복하고 행복을 찾는 것은 바로 나에게 달려있다. 고통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것은 행복도 느낄 수 있는 능력과 가능성이 있음을 의미한다. 

 

 

번아웃 증후군

 

우리는 스스로 지친 걸 알면서도, '남들도 다 그런데 뭐, 힘들지만 어떡해, 월급 때문에라도 출근은 해야지'라며 번아웃의 신호를 애써 무시하곤 한다. 이렇게 내가 너무 지쳤다는 사실을 모른척하거나 무시하면 우리의 몸과 마음은 눈치 없는 주인 대신 감정적, 신체적인 신호를 보낸다. 처음 본 사람에게도 언성이 높아지고 날카로워진다거나 사소한 일에도 싸움닭처럼 예민하게 행동하는 일이 생긴다. 오늘 누구 한 명만 걸려라, 나 한 번 건드리기만 해보라며 벼르게 되는 것이다.

 

 

외롭거나 슬플 때 아주 슬픈 음악을 듣는다면

 

저자 김혜남은 이렇게 답한다. "슬픈 음악만 계속 들으면 더 슬퍼져요. 음악치료의 관점에서 보면, 슬픈 음악에서 점점 밝은 음악으로 나와야 슬픔을 극복하는 데 효과가 있거든요. 치유를 위한 음악은 선곡을 할 때 흐름이 굉장히 중요해요. 랜덤하게 배치하면 치유의 효과를 기대할 수가 없어요. 슬펐다가 약간 밝았다가 하는 식의 고저가 있어야 감정이 같이 움직일 수 있거든요"

 

 

나를 사랑하라,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을

사람은 자신의 감정에 빠지면 금방 슬퍼지고 만다. 내 감정에 휘둘려 자기 자신을 놓아버려선 안 된다. 이럴 때엔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인정하고, 한 발짝 떼어 일어나면 된다. 이 책은 "사랑하세요, 나를, 지금 이 순간을!"이라는 메세지를 우리들에게 던진다. 우울증이나 마음의 병으로 어려움을 겪는 모든 사람들에게 책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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