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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듦의 심리학 - 비로소 알게 되는 인생의 기쁨
가야마 리카 지음, 조찬희 옮김 / 수카 / 2019년 6월
평점 :
'여자의 정년'에는 다양한 의미가 포함되어 있어서, 남자의 경우처럼 '정년=직장 퇴직'이라는 단순한 도식으로 생각하기 어렵다. 하지만 앞으로 살아갈 사회에서는 여성들이 정년 후 어떤 인생을 살게 될지가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다양한 사례를 들어 여자의 나이 듦과 정년의 의미에 관해 하나하나 고민해보기로 하자. - '시작하며' 중에서
여성들에게 나이 듦이란?
이 책의 저자 가야마 리카는 일본의 저명 정신과 의사로 릿쿄대학 현대심리학부 교수이다. 1960년 홋카이도 생으로 도쿄의과대학을 졸업한 그녀는 30년간의 풍부한 임상 경험을 살려 여러 매체에 현대인의 마음 문제와 관련한 글을 지속적으로 쓰고 있다. 또 평론가, 사회활동가로도 활발히 활동 중인데, 위안부 문제에 관심이 많아 2016년에는 <한일위안부합의>를 규탄하는 행사에 반대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저서로는 <딸은 엄마의 감정 쓰레기통이 아니다>, <마음이 보여?>, <심리학이 결혼을 말하다>, <논마마로 살아가기>, <오늘부터 휘둘리지 않기>, <남자는 언제나 이유를 모른다> 등이 있다.
'여자의 정년'이라는 말에는 다양한 의미가 담겨 있다. 현재 일하고 있는 여성이라면 자연스레 '회사의 정년'을 떠올릴 것이고, 남편이 있는 전업주부라면 가계 수입을 책임지는 남편의 정년을 떠올릴 확률이 높다. 그런데, '여자의 정년'이라는 말은 사실 이젠 여자로서의 기능을 다했다는 부정적 의미로 쓰일 때가 있기에 여성으로선 듣기 싫은 말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이 사회는 폐경기를 지난 여성을 여자로 취급하지 않는 고질적인 사고법이 존재한다.
이젠 이런 선입견을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 나이 든 중년 여성이 여전히 직장생활을 유지하고 있고, 결혼 대신 독신을 선택한 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즐기는 여성들도 늘어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자라면 반드시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그런 생물학적 내지는 사회적 기능을 여성들에게 무조건 수용하라고 할 수도 없다.
총 7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여성들이 어떻게 정년을 맞이하고 어떤 시간을 맞이하게 될지, 정년과 더불어 나이 듦을 직면하게 될 여성들이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지 등을 다양한 범주에서 살펴보면서 일, 연애, 친구, 성, 건강, 부모 간병, 집, 경제 문제 등 마흔 이후 직면하는 현실적인 문제들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법을 일러준다. 책은 '여성의 정년'과 '정년 후 여성의 삶'이라는 중요한 주제를 우리 사회에 제기함과 동시에 우리 개개인에게 화두話頭를 던지는 셈이다.
나이가 들어도 정년까지 여전히 일하고 싶다
중학교에서 오랫 동안 보건체육교사로 일해온 쉰다섯 살의 아오바 씨는 '정년까지 직장을 다녀도 괜찮을까?' 하는 고민에 빠졌다. 왜냐하면, 댄스 수업이 의무화됨으로써 학생들에게 힙합 춤을 가르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른 교과를 담당하는 젊은 동료 여교사에게 이런 고민을 털어놓자, 전혀 예상치 못했던 그런 반응을 보임에 따라 그녀는 '얼음 땡'이 되는 기분이 들었다.
"남편분이 외국 항로도 타시고 부자니까, 무리해서 계속 알하지 않아도 되잖아요. 취미 삼아 문화센터에서 체조 같은 것 가르치면서 느긋하게 사모님 생활 하시면 어때요?"
그렇다. 우리 사회는 '여성의 일'을 항상 돈과 결부시키는 잘못된 선입견에 빠져 있다. 젊은 여성들조차도 예외가 아니다. 이런 사고방식이 사회에 만연해 있는 이상, 여성의 일에 대해 제대로 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없는 풍토인 것만은 확실하다. 이에 대해 저자는 젊은 교사가 자신의 능력보다 뛰어날지라도, 새로운 시스템에 늦게 적응할지라도, 경제 사정이 좋든 나쁘든 간에 여성들도 자신의 일을 정년까지 할 수 있으므로 스스로 물러날 필요가 없다고 강조한다.
여성이 일을 하는 것, 일하고 싶어하는 것은 '미안해할 일'도 아니고 '부끄러운 일'도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아주 훌륭한 일'도 아니다. 이는 그저 '당연한 일'이다. (44쪽)
남편의 귀농, 귀촌 권유
요즈음 유례없는 저성장과 침체된 경기로 인해 회사원의 인생은 점점 회사 밖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처럼 권고 사직을 당하든 자진 은퇴를 택하든 간에 남편의 정년이 앞당겨짐에 따라 사전에 충분한 준비를 하지 못한 상태에서 남편은 경제적인 이유를 들어 귀농, 귀촌의 삶을 즐기자고 아내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 사실 시골 생활이 뭘 그리 '로망'이겠는가? 비록 시골 출신일지라도 손에 흙을 묻혀 본 일도 까마득하고, 아예 분뇨 냄새가 싫어서 방학 때에도 도시의 자취방 또는 하숙집에서 시골로 내려가지 않았던 여성들이 어떻게 쉽게 남편의 이런 제안을 받아들이겠는가 말이다.
이처럼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있을까? 이 부부는 감정의 골이 갈수록 깊어져서 별거 내지는 이혼으로 치닫게 된다. 남편의 정년이 여성들에게 인생의 전환점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퇴직 전부터 '퇴직 후엔 어떻게 살 것인지' 충분한 대화를 갖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특히, 중요한 점은 '나는 나'라며 "본인 스스로를 붙들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나아가 취미, 책, 영화, 친구, 직업 등 '나만의 아이템'을 찾는다면 이런 일에 크게 휘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조언한다.
독신은 상태일 뿐, 불행이 아니다
혼자 살아가는 여성의 마음을 살펴보자. 독신의 삶을 즐기는 여성은 자신의 삶이 어떻게 불편한가라는 구체적 문제 때문에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열등감을 느끼는 본인의 감정이나 사고방식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에 힘들어한다. 이에 저자는 독신 혹은 아이 없는 인생을 부끄러워하거나 후회할 필요 없이 현재의 자유를 만끽하는 일에 시간과 에너지를 쏟기를 권한다.
정년 후 물건들과 잘 사귀는 방법
물건이 어느 정도 늘어나는 건 어쩔 수 없다
마음 먹었을 때가 바로 버릴 때다
침실이나 침대 주변은 꼭 깨긋이 정리해둔다
가끔은 호텔에서 묵어본다
앞으로의 삶은 당당하게
나의 어머니는 90대 노인이다. 그토록 요양원을 완강하게 거부하시던 분이 갑자기 몸에 탈이 나면서 한달 가까이 병원에 입원하셨다가 퇴원 수속을 마친 후, 맛보기로 몸이 회복될 때까지 식사를 제공하는 요양원 생활을 해보기로 했다. 몸이 회복된 듯해서 아파트로 돌아가자고 해도 이곳 생활에 적응이 되고 편안하다고 느낀 탓인지 3년 째 계속 요양원에 머무르고 있다. 아무리 과학과 의료기술이 진보할지라도 노인이 하루아침에 이십대로 돌아가진 않는다. 무엇을 선택하든 그 결정 권리는 자신에게 있다. 당당하게 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