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 인생을 다시 설계하는 무의식의 힘
존 바그 지음, 문희경 옮김 / 청림출판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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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하루동안 말하고 느끼고 행동하는 것을 의식적으로 얼마나 통제할까? 나아가 의식적으로 얼마나 통제하지 못할까? 더 나아가 무의식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한다면, 다시 말해서 우리가 어떤 행동을 왜 하는지 안다면 스스로를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을까? 우리의 숨은 동인을 이해한다면 갖가지 생각과 감정과 행동의 이유를 밝혀낼 수 있을까? 그러고 나면 우리 삶에 어떤 의미로 작용할까? - '들어가며' 중에서

 

 

무의식의 세계를 배운다

 

이 책의 저자 존 바그는 미시간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뉴욕 대학교에서 약 20여 년간 학생들을 가르치고 현재 예일 대학교에서 심리학과의 제임스 롤런드 에인절 교수이자 ACME(인지, 동기, 평가의 자동성) 실험실 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180종 이상의 간행물에 연구를 게재하는 등 사회 및 인지 심리학자이자 세계적인 무의식 연구자로 널리 알려졌다. 그간 연구의 공로를 인정받아 구겐하임 펠로우십과 함께 미국심리학협회의 신인과학공헌상(1989), 우수과학공헌상(2014) 등 다수의 주요 상을 수상했다.

 

이 책은 그의 첫 번째 대중 심리서로, 우리의 일상에 무의식이 어떻게 작동하며,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알려주기 위한 유익한 지식을 흥미롭게 소개한다. 그동안 우리가 몰랐던 새로운 무의식의 세계를 다양하고 놀라운 임상실험과 함께 소개함으로써 우리가 우리 자신을 이해하는 방식에 획기적인 전환점을 부여한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었는데, 1부(숨겨진 과거)에서는 우리의 과거를 들여다보고 현재의 우리가 먼 과거 진화의 역사와 지금은 거의 망각한 유년기의 기억과 성장 과정의 문화에서 어떤 영향을 받는지 알아본다. 2부(숨겨진 현재)에서는 우리의 현재를 알아보고, 마지막으로 3부(숨겨진 미래)에서는 미래 계획의 숨은 효과를 알아보고 무의식적 동기에 관한 최신 연구를 살펴본다.

 

연초에 세운 금연, 금주와 다이어트를 끝까지 실천하지 못해서 발생하는 소위 '작심삼일'이나 '다이어트 요요현상' 처럼 스스로의 결심만으로는 인생을 바꾸지 못할 때가 많다. 왜 그럴까? 이런 때에 책은 우리들에게 무의식에 물어보라고 답한다. 결과적으로 우리들은 책을 통해 그동안 잘 몰랐던 무의식의 세계를 파악함으로써 어린 시절에 형성된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의사결정의 실패로부터 벗어나 자신이 꿈꾸는 미래를 설계해나갈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구분은 끈질기고 집요한 착각에 불과하다"

- 알베르토 아인슈타인

 

지금껏 무의식이 우리들의 생각과 행동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해 체계적이면서 정밀하게 이를 측정하는 방법이 없었다. 여러 심리학자들의 다양한 가설과 수많은 환자들의 임상실험 사례를 토대로 부단히 논쟁이 있어왔을 뿐이다. 사실 심리학자 프로이트가 꿈에 대한 의미를 말하기 이전부터 무의식의 개념, 즉 의식 없이도 정신이 작동한다는 이론은 있어왔다.

 

심리학계의 두 거장 윌리엄 제임스와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역사적으로 만남을 가진 후 마음의 연구에 대해 과학계에선 거세게 반발했다. 심리학 연구에서 실험 참가자가 경험한 내적 경험은 동일한 사람일지라도 같은 상황에 대해서 때로는 달리 보고할 수도 있다는 지적과 함께 이를 신뢰할 만한 증거로 채택하지 않았던 것이다.

 

 

세 가지 시간대(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이 세상의 모든 생물체가 존재함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 시간이다. 이 책의 대전제는 '마음이 과거와 현재와 미래에 동시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의식적인 경험은 뇌에서 이 세 가지가 상호작용을 거쳐서 나타난 총합總合이다. 그러나 마음의 시간대를 구성하는 요소가 그리 간단하지 않다. 하나는 쉽게 확인할 수 잇지만 나머지 두 가지는 그렇지 않다.

 

기원전 3200년경, 갈색 눈의 곱슬머리 남자가 현재 이탈리아 알프스의 해발 3킬로미터 이상의 높이에 있는 바위로 덮힌 협곡에 스러져 죽어갓다. 얼굴이 바닥을 행해 추락했고, 왼팔이 목 아래 끼었다. 키 158센티미터 정도에 나이는 45세 가량이거 피부에 문신이 있고 앞니 사이가 벌어져 잇었다. 곡식과 야생 염소고기를 먹은지 얼마 안 되었고, 갈비뼈가 부러졌다. 남자는 죽었고 이후 폭설이 내려 시신이 얼음 속에 봉인되엇다.

 

언론에선 이 사람에게 외츠티라는 별명을 부여했다. 발견 후 과학자들은 이 남자의 유류품을 면밀히 분석했다. 사인을 찾고자 했다. 몸에서 기생충이 검출되었고(위에서 기생충의 알이), 손톱 검사 결과에서 만성잘환(라임병 가능성)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어쩌면 외츠티는 하약하새 협곡으로 추락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직접적인 사인은 다른 인간에게 살해당한 것이다. 즉, 2001년 X선 검사에서 예리한 화살촉이 그의 몸에 파묻힌 걸 발견했던 것이다. 개인적인 경험과는 달리 이런 먼 과거의 기억이 우리들에겐 없다.

 

2013년, 새로운 사실이 발견됐다. 외츠티에겐 자식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물론 유전자에 의한 것이다. 그가 숨진 잔소 인근의 오스트리아 지역에 거주하는 4천명 정도의 혈액 표본을 수집, 분석한 결과 외츠티와 정확히 일치하는 19명을 찾아냈다. 외츠티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간에 생존 욕구의 충족엔 실패했지만 다음 세대에 유전자를 물려주는 것은 성공한 셈이었다.

 

진화심리학의 초기 연구는 주로 '짝짓기'에 주목했다. 리처드 도킨스<이기적 유전자>에서도 유전자가 다음 세대까지 살아남는 게 지상 최대의 목표라고 언급한다. 번식에 관한 생물학적 명령은 오늘날에도 발현된다. 이탈리아의 한 연구가가 밝힌 실험 연구의 결과에 따르면, 이력서에 붙인 매력적인 사진이 면접의 기회를 증가시킨다는 것이다. 또 매력적인 외모는 승진의 좋은 영향을 미친다. 이처럼 매력적인 외모에 끌리는 이유는 이기적 유전자의 역사 때문이다. 즉 무의식적 영향으로 남아있는 셈이다. 

 

 

날씨가  우리들 생각에 영향을 미친다

 

"날씨는 순전히 사적인 일이다"

- 일바로 무티스, 콜롬비아 시인

 

나는 개인적으로 비오는 날씨보다 화창한 날씨를 더 좋아한다. 우리 대부분은 밝고 화창한 날이나 축처지는 흐린 날에 어떤 기분이 드는 지는 경험으로 잘 안다. 그런데, 날씨는 우리들의 기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사회심리학자 노버트 슈와츠와 제럴드 클로르는 마음과 날씨 간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실험 연구했다.

 

1983년 늦은 봄, 여성 실험자가 화창한 날이나 비 오는 날에 참가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일리노이 대학교 캠퍼스에서 학생 전화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했다. 지금과 달리 발신자 정보라는 게 없던 시절이라 실험자는 시카고 캠퍼스에서 전화를 했다고 속일 수 있었다. 참가자의 절반에게는 "그쪽 날씨 어때요?'라고 물었고, 나머지 절반에게는 아예 묻지도 않았다. 이후 모든 참가자에게 현재 삶의 만족도에 관해 질문하고 마지막엔 행복한지를 물었다.

 

"화창한 날에 전화를 받은 학생은 비오는 날에 전화받은 학생들에 비해

전반적으로 삶에 더 만족하다고 답변했다. 행복에 대한 감정도 마찬가지 결과였다"

 

또 2003년, 미시간 대학교 행동경제학자 데이비드 허슐레이퍼타일러 섬웨이는 특정 도시의 날시가 주식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구하여 발표했다. 전세계 26개 주식시장의 15년 간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아침에 날씨가 흐리면 일관되게 주가의 상승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이에 합당한 합리적인 설명은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날씨가 영향을 미쳤다. 이것이 바로 무의식 아닐까. 

 

 

현재의 목표가 마음과 가치관을 변화시킨다 

 

행동을 바꾸기 위한 정책처럼 개인적인 욕구와 미래의 목표는 우리가 그 목표를 추구하는 동안, 결국에는 무의식적으로 우리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주어진 목표를 추구하면서 중요한 가치관과 자아 개념을 거스르는 행동, 이를테면 평소에는 도덕적이지 않고 윤리적이지 않고 건전하지 않다고 여기는 행동을 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나중에 청구서가 날아오면 어리석고 불필요한 데 돈을 썼다고 생각할 법한 방식으로 돈을 쓸 수 있다. 여느 때라면 좋아하지 않을 사람을 좋아하고 친한 친구들을 평소보다 덜 좋아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이런 변화가 현재 원하는 목표를 이루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현재 목표가 우리의 정신, 마음, 그리고 가치관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그러는 사이 우리는 이런 변화를 인지하지 못한다.

 

 

우리는 마음을 통제한다 

 

책은 마지막 장에서 무의식의 영향을 통제하고 적절하게 활용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설명한다. 의식적이고 의도적인 과정으로 원치 않는 무의식적 영향을 가로막거나 통제할 수 있고, 반대로 무의식적 기제를 이용해서 평소의 의식적인 방법으로 감당하지 못하는 일에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아래의 세 가지 핵심을 일상에서 적용하라고 권한다.

 

우리에겐 '자유의지'가 있다. 다만 이는 완전하고 전능하진 못하다

완전한 자유의지나 의식적 통제력이 없음을 인정한다면 실제로 가진 자유의지와 통제력은 늘어난다

무의식의 힘을 활용해서 훨씬 쉽게 스스로를 조절하라

 
실제로 자기조절을 잘하는 사람(성적도 좋고 건강하고 운동도 많이 하고 살도 안 찌고 담배도 피우지 않고 돈도 많이 벌고 행복한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사람)은 남보다 의지가 강한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다. 자기 삶을 효과적으로 조절하는 성인군자 같은 축복받은 사람들은 바람직하게 행동하면서도 덜 의식적이고 더 자동적이고 더 습관적이다. 우리도 물론 이렇게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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