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쁜 감정 정리법 - 고민과 불안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연습
에노모토 히로아키 지음, 이유라 옮김 / 21세기북스 / 2019년 5월
평점 :
우리를 가장 괴롭히는 문제는 아마 인간관계일 것이다. 사람은 인간관계에 많이 좌우된다.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사람들과 잘 지낼 수 있을지 늘 고민한다. 이때 사람의 감정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심리 기제를 이해하면 가장 나답게 인간관계를 맺는 법을 알게 된다. - '프롤로그' 중에서
인지 방식을 개선하라
책의 저자 에노모토 히로아키는 MP인간과학연구소 대표로 사람과 사회를 이롭게 하는 심리학 강연으로 유명한 일본의 심리학자이다. 1955년 도쿄에서 태어난 그는 도쿄대학교 교육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도시바 시장조사과에서 근무한 뒤 도쿄도립대학교 대학원에서 성격심리학, 임상심리학을 전공했다. 캘리포니아대학 객원교수, 오사카대학 대학원 조교수를 거쳐 현재 MP인간과학연구소 대표로 있다.
그는 연구 활동을 시작한 뒤 집필 활동, 잡지 기고, 텔레비전과 라디오 출연 등 다방면에서 활약하고 있다. 주로 심리학에 기초한 의사소통, 기업 인재 육성, 자녀 양육 등을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국내 출간된 저서로는 <정의를 밀어붙이는 사람>, <은근한 잘난 척에 교양 있게 대처하는 법>, <부정적 사고력>, <모친상실>, <타인을 끌어내리려 안간힘 쓰는 사람들>, <회사를 이기는 50가지 심리학>, <긍정적인 사람 부정적인 사람>, <지피지기 심리학> 등이 있다.
이 책은 크게 2개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파트 1'(나쁜 감정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에서는 고민과 불안, 불만과 짜증을 불러일으키는 기본적인 심리 기제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한다. 이를 통해 평소에 자신의 마음이 어떻게 움직이는 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파트 2'(나쁜 감정 스스로 정리법)에서는 우리들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고민을 다루고 있다. 스스로 자신을 돌이켜보고 기록할 수 있는 워크북 형태로 되어 있으므로 기록을 통해 '마음의 습관'을 발견하게 된다.
불안감은 생각이 많은 탓이다
술자리에 초대받은 사람의 행동을 살펴보자. 한 사람은 다른 사람이 합석하는지 여부를 궁금해 하며, 잘 모르는 사람이 온다는 소리를 들으면 '이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얘기가 잘 안 통하면 어쩌지?' 등과 같은 생각에 빠져 불안감으로 인해 술자리에로의 초대를 받아들일지 아니면 거절할지를 두고 고민에 빠지게 된다. 반면에 이런 불안감이 전혀 없는 사람은 제안을 받는 즉시 재미있겠다는 생각에 한치의 망설임 없이 참석 의사를 밝힌다.
불안감이 없는 사람은 어떻게 이런 무사태평한 태도를 보일 수 있을까? 그 이유는 한마디로 말해서 매사를 깊이 생각하지 않는 행동 때문이다. 그렇다. 본래 그런 성향을 가진 것이다. 누구든지 깊이 생각하지 않으면 불안해지지 않는다. 사물을 정확하게 이해하려고 할 때 불안은 생긴다. 따라서, '불안해지기 쉬운 성격'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우울해지는 것은 마음의 습관 때문이다
내가 아는 지인 중 한 사람은 섬세하고 예민한 성격 탓인지 자신에게 뭔가 안 좋은 일이 생기면 급우울감에 빠진다. 그러다가도 기분 좋은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이내 얼굴빛이 달라지면서 수다를 떤다. 이처럼 마음의 상태가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사람이 우울한 이유는 자신의 무의식 속에서 움직이는 '마음의 습관' 때문이라는 사실이다.
같은 일을 겪었을 때 우울해지는 사람이 있는 반면, 전혀 개의치 않는 사람도 있다. 즉 우울한 감정에 깊이 빠져 밑바닥에서 헤매는 사람도 있지만, 잠시 우울해하다가도 금방 털고 일어나는 사람도 있다. 이를 통해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결국 기분이 밑바닥까지 떨어지는 이유는 안 좋은 일 그 자체가 아니라는 것이다.
어떤 사건이나 상황이 그 자체만으로 우리를 우울하게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건이나 상황 그 자체에는 그럴 힘이 없다. 우울한가의 여부는 특정 사건이나 상황이 아니라 우리들이 어떻게 이를 받아들이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이랗게 우리들이 사물을 받아들이는 태도나 방식을 심리학에선 '인지認知'라고 표현한다. 불행한 사건의 발생을 막을 수는 없지만, 나쁜 일이 생겼을 때 이를 어떤 식으로 받아들일지는 스스로가 조절할 수 있다.
남의 눈을 지나치게 의식하지 마라
살면서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는 없다. 사회생활을 하는 한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함부로 행동한다면 이는 사회인의 도리가 아니고 자격이 없는 사람이 되는 셈이다. 하지만 우리들 대부분은 이를 너무 지나치게 의식한다는 데 문제가 있다. 행동이나 태도 하나하나에 너무 신경을 쓰다 보면 인간관계가 피곤해지기 마련인 것이다. 이리되면 사람들은 대인관계에 있어서 소극적인 태도로 변하게 마련이다.
이와같은 인간의 내면 심리를 심리학에선 '대인불안'이라고 말한다. 다시 말해 인간관계에 대한 두려움이다. 이리되면 남과 이야기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감정이 생긴다. '날 좋게 생각해줄까?', '날 싫어하질 않을까?' 등과 같은 대인불안이 생기는 이유는 마음의 내면에 '미움 받고 싶지 않다'는 속마음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이어서 책은 '파트 2'에서 나쁜 감정을 정리하는 방법을 몰라서 우울과 자책自責(자신을 꾸짖는 것)을 반복하는 사람들을 위해 자신의 마음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확인하고 스스로를 좀먹는 그런 생각의 습관에 대처하는 13가지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한편, 책에 함께 수록된 체크리스트는 우리들이 어떻게 변해야 할지를 잘 보여주는 셈이다. 참고로, 이를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우울함~ 세상에 일부러 실수하는 사람은 없다
욱하는 성격~ 모든 관계는 이기고 지는 문제가 아니다
질투심~ 본래 친구의 성공이 배 아프게 한다
눈치 모는 나~ '나'는 타인의 거울이다
소심함~ 억지로 바꾸려 하지 말고 다름을 인정하라
비사교성~ 너무 예의바르지 않아도 된다
지나친 배려~ 싫은 걸 싫다고 말하는 용기
부족한 말주변~ 잘 듣는 사람이 소통도 잘한다
양면성~ 인간은 본래 다면적이다
분위기 파악 못하는 나~ 스스로를 관찰하는 법
외로움~ 과감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용기
어른이 불편한 나~ 관계는 경험으로 만들어진다
자기혐오~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힘
예를 들어, '외로움'이란 감정을 느끼는 사람들에 대한 심리기술을 살펴보자. 대인관계에서 말하는 개방성에는 두 종류가 있다. 즉 '사교성'과 '자기개시성'이다. 사교성이란 처음 만나는 사람이나 친하지 않은 사람을 대할 때, 기죽지 않고 그 자리에 적합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성향을 말한다. 자기개시성이란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성향을 말한다. 즉 사교적인 사람일지라도 반드시 상대에게 자신에 관해 솔직하게 털어놓지는 않는다.
자신을 드러내지 못하면 아무리 즐거운 만남이라도 피상적인 대화밖에 나눌 수 없다. 따라서, 서로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깊은 관계가 되기는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비록 함께 있어도 외로움을 느낀다. 이렇게 외로움을 느낀다면 과감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용기가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상대방도 자신을 드러내도 될지 불안해서 외로워하고 있을 것이다. 상대방이 자신에게 마음을 열어주면 기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