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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식당으로 오세요 - 식당의 한계를 넘어선 작은 정식집의 독특하고 합리적인 경영 이야기
고바야시 세카이 지음, 이해란 옮김 / 지식너머 / 2019년 5월
평점 :
과거에 나는 IBM과 쿡패드에서 근무한 IT 엔지니어였다. IT 엔지니어의 세계에서는 자기가 가진 지식과 작품을 공개하여 누구나 그것을 비판하고 수정할 수 있도록 하는 '오픈소스Open Source'적 사고방식이 일반적이다. 나는 IT 엔지니어로 일하던 시절에도 이 방식이 마음에 쏙 들었다. 그래서 요식업계에서도 '지식을 은폐하여 승자가 되는 방식'이 아니라 '지식을 공유하여 업계 전체를 개선하는 방식'을 취하기로 결정했다. - '누구나 올 수 있고, 누구에게나 어울리는 식당' 중에서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진심어린 조언
책의 저자 고바야시 세카이는 도쿄공업대학 이학부 수학과를 졸업했다. 일본 IBM과 쿡패드에서 6년 반 동안 엔지니어로 근무했고 퇴사 후 도쿄 진보초에 카운터석 12개짜리 '미래식당'을 열었다. 미래식당은 메뉴가 매일 바뀌는 정식 하나로 손님이 자리에 앉으면 3초만에 식사를 제공한다. 월말 결산과 사업 계획서를 모두 공개하고 '한끼알바', '맞춤반찬', '무료 식권' 등 독특하면서도 합리적인 시스템을 갖춰 일본 요식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이러한 활동이 높은 평가를 받아 여러 매체에 소개되었으며, 2017년 <닛케이 우먼>에서 선정한 올해의 여성상을 수상했다. '누구든지 받아들이고 누구에게나 어울리는 장소'를 경영 철학으로 내건 미래식당에 사람들은 '식당의 한계를 뛰어넘은 식당'이라고 공감한다. 그리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싶은 사람은 이곳에 찾아와 날마다 무언가를 배워 간다. 그 수가 무려 연간 450명에 달한다.
미래식당은 저자 혼자서 꾸려나가는 작은 정식집이다. 조리대와 카운터석 12개 뿐이지만, 이곳을 견학차 방문하는 아르바이트 구직자들이 연간 450여 명이나 될 정도로 유명세를 떨친다. 대체로 성업 중인 식당일 경우, 자신들의 독특한 비법이나 영업노하우를 외부로 노출시키려 하지 않고 숨기기에 급급하다. 하지만 미래식당은 '한끼알바'라는 독특한 운영방식으로 오히려 문호를 개방하고 있다. 즉 50분 동안 가게 일을 도우면 한끼를 무료로 제공받기 때문에 요리를 잘하고 싶은 사람, 음식점 창업을 꿈꾸는 사람, 학생들이 한끼알바를 신청한다.
이 작은 정식집은 점심 평균 회전률이 4.5회, 월평균 매출이 약 1,000만원이지만, 인건비는 0원이다.
상식을 해체한다
미래식당을 구상하면서 저자는 한 가지 의문을 느꼈다. "왜 음식점에는 메뉴가 있을까?"였다. 당연히 메뉴가 있어야 손님이 먹고 싶은 음식을 선택해서 주문할 수 있다. 하지만 메뉴로 손님의 입맛을 만족시키려면 가짓수가 늘어나게 마련이고, 자연히 준비해야 할 식자재도 늘어난다. 그런데, 저자가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손님의 입맛을 만족시키는 것'이었다. 그래서 굳이 메뉴가 없더라도 손님이 무엇을 원하는지 묻고 그대로 조리하면 된다고 판단했다. 이는 이미 상식화된 식당의 메뉴를 깨뜨리는 창조적 발상이었던 것이고, 여기에서 미래식당의 맞춤반찬이 탄생했다.
문제와 두려움을 혼동하지 말라
가게를 한 사람이 운영하는 형태는 만약에 사장이 쓰러지면 가게가 운영될 수 없다는 말이 된다. 지금도 수많은 식당 주인이 직접 요리를 하지 않기 때문에 주방장이 고의로 결근할 경우 식당 문을 닫아야 하는 사태가 발생한다고 한다. 그러나 미래식당의 경우는 달랐다. 저자 본인이 직접 요리를 하기에 종업원을 몇 명 고용한들 가게를 갓 시작한 시점에선 어느 누구도 사장을 대신할 수 없었다. 이것은 종업원을 고용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이런 사태가 발생하면 어떻게할지 두려운가? 사실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중요한 것은 어떻게 대처(행동)하는가이다. 대처한 후 마음먹기(각오)에 따라 해결될 일은 미리 염려해봤자 아무런 소용이 없다. 따라서, 무엇을 각오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 이렇게 두 단계로 나누어 생각하면 마음이 정리된다. 문제의 발생과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별개의 것이다. 절대로 이를 혼동하지 말라.
우선순위를 명확히
음식점을 창업하는 경우에는 가게의 내장 공사가 진행될수록 시공자로부터 "A와 B 중에서 어느 쪽으로 할까요?"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무슨 일이든 계획대로 순조롭게 풀리지만은 않는 법이다.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가스가 부족하다든가 측정값이 다르다든가 해서 시공자가 "어떻게 할까요?"라고 물어도 확신을 갖고 대답하기란 불가능하다. 저자 역시 처음에는 잘 모르는 분야라 판단을 내리기가 난감했다. 그래서 채택한 방법이 우선순위 매기기다. 가게 내장 공사의 우선순위를 이렇게 결정했다.
안전한가
위생적인가
효율적인가
자신에게 투자한다
5배 규칙이란 자신이 제공하고 싶은 서비스보다 5배 비싼 서비스에 익숙해지는 것을 의미한다. 가령 옷가게를 개업할 예정이라면 자신이 제공하려는 가격대보다 5배 비싼 물건을 취급하는 옷가게의 단골이 되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 가게의 품목과 서비스 등을 보고 배울 수 있는 것이다. 지금 이대로 좋다는 생각을 갖는다면 혁신이 뒤따르지 않으므로 발전이 없다. 또 단순한 모방에 그친다면 반드시 품질 저하가 뒤따르는 법이다.
5배 규칙과 같이 이익의 일부를 써서 식견을 넓히는 방식으로 손님에게 돌려준다. 이 태도를 견지하지 않으면 순식간에 신선미가 사라져 손님에게 지겨움을 유발하고 만다. 시작하고 나면 통감하듯이 일과를 소화하는 데만도 힘이 부쳐서 늘 똑같은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기 때문이다. 서비스 품질에 관해서는 절대 인색하게 굴면 안 된다. 사비를 들여서라도 더 높은 가격대의 서비스에 익숙해져야 동일한 가격대의 경쟁자와 차이를 벌릴 수 있다. 자기계발을 통해 현명함으로 무장하라.
시간도 자원도 인력도 유한하다
시간이 충분히 있고, 경영 자원과 인력도 충분하고, 열심히 하면 무엇이든 된다는 전제하에 "이렇게 해야 한다!"라고 뻔한 소리를 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일과 인생에는 현실적으로 이런저런 제한이 있다. 혼자 일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시간을 들이면 좋은 결과가 나온다", "다 함께 지혜를 모으면 더 좋은 아이디어가 나온다"는 주장은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무릇 인간은 그렇게까지 집중력을 유지하지 못한다. 시간도, 자신의 능력도, 동원할 수 있는 자원과 인력도 전부 유한하므로 그 중에서 무엇을 취하고 또 버리느냐가 중요하다. 이는 바로 '취사선택'의 전략인데, 중요하지 않은 일은 하지 않거나 자신이 잘 못하는 부분은 다른 사람에게 맡겨서 취약점을 보완하는 것이 좋다.
갈수록 어려운 식당 창업의 대안
나홀로 경영하는 작은 식당이지만 독특하면서도 합리적인 경영 방식 때문에 입소문을 탄 미래식당과 주인장 고바야시 세카이는 한국 자영업의 현실에 잘 맞는 하나의 좋은 창업 모델로 보인다. 지금도 폐업하는 식당의 비품과 식기 및 여러 원부자재들이 수거업체의 트럭에 실려 나가는 장면을 목격했기에 더욱 그러하다. 저성장의 시대, 혼밥이 유행하는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굳이 식당을 크게 가져갈 필요는 없어 보인다. 맛과 서비스로 승부를 거는 맛집들이 많이 생겨나길 기원해 본다. 특히, 식당 창업을 고려 중이거나 매출 부진으로 허덕이는 음식점 사장들에게 책의 일독을 권하고 싶다.